뜬금없이 자랑 하나만 하자면, 우리 집에서 금강이 보인다. 전경이 보이는 창가에 탁자와 의자를 놔두고, 여유가 생기면 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 잔 하거나, 노트북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 탁자 위에 영어 책이 한가득 있다.
아내가 국비 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내년 여름에 출국한다. 그전에 영어 성적이 있어야 학교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아내는 급히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부부 공무원이 좋은 점은, 한 사람이 외국에 나가게 되면 나머지도 동반으로 휴직을 쓰고 함께 나갈 수 있다. 나도 내년에 함께 미국에 갈 수 있단 뜻이다.
사실 난 미국에 가도 할 게 없다. 아내가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게 전부다. 그러기엔 2년의 시간이 아까울 수 있어서, 나도 미국에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방통대 법대를 졸업했으니, 미국에서 법학 석사를 받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미국 대학원에 가려면 당장 영어 성적이 필요하다. 졸지에 나도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있는 부서는 저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우리 부처의 그 어느 부서도 비서실보단 덜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 전화 영어 수업을 들으며 말하기를 연습하고, 퇴근하면 운동삼아 한 시간 남짓 걸어오면서 영어 듣기 공부를 한다. 집에 와서는 단어를 외우고, 자기 전엔 영어 소설책을 읽는다. 아내도 집에서 틈만 나면 영어 공부 중이다. 저녁에는 둘이 나란히 창가 의자에 앉아서 사이좋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부부라면 함께 해야 한다는 게 우리 가정의 모토이다. (옆에서 아내가 보더니 이건 나만의 생각이라고 그런다) 집 앞 편의점에 우유를 사러 가도 함께 가고, 아내 회사 동호회에도 따라간다. 당연히 미국도, 대학도 함께 가야 한다. 그러려고 우리는 서로 딱 붙어 앉아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