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경수 May 07. 2024

맨스티어의 심미적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기믹과 진짜의 경계를 허문 힙합계의 뒤샹?

힙합 크루(?) 맨스티어의 "은행을 털어(2021)" 뮤직비디오 썸네일

  쇼미더머니의 대중적 성공 이후로 국힙, 국힙원탑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그 의미는 힙합을 잘 모르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었으며, 매니아들에게만 아니라 한 시대의 단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졌다. 이 단어의 뜻을 살펴보지면, 국힙은 국내 힙합의 줄임말로, 한국 힙합씬을 의미한다. 그리고 국힙 뒤에 원탑(One top)이 붙으면 한국 힙합씬에서 최정상을 찍은 아티스트를 의미한다.  국힙원탑은 계속 바뀌며, 한번 오르면 영원히 내려올 수 없는 절대적 권위가 아니다. 누가 화제가 되냐에 따라서 국힙원탑은 쉽게 바뀐다.

  최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의 기자회견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다. 분명히 진지하고, 공식적인 석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에 힙합 비트를 깔아서 마치 민대표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임원들을 디스하는 랩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는 영상들이 많이 업로드되어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 기자회견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국힙원탑이 민희진 대표라고 하더라. 하지만 오늘은 현재의 국힙원탑이라 불리는 민희진 대표 말고 그 이전에 국힙원탑이라고 불리던 이 크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민대표의 본질이 래퍼가 아닌 것처럼, 이들의 본질도 사실 래퍼가 아니다. 사실 이들은 개그유튜버이다.


유튜버 "뷰티풀 너드" 왼쪽부터 전경민, 최제우.

Men's Tear

  맨스티어는 개그유튜버 뷰티풀너드(최제우, 전경민)의 부캐이다. 그들의 채널을 살펴보면, 휴먼다큐와도 같은 소재의 영상들이 많다. MZ세대의 연애, 일상, 군대 등 많은 상황에 개그를 녹여내 영상을 만든다. 그중에서도 래퍼의 인생을 연기하는 맨스티어 영상은 가장 인기가 많으며, 화제성이 크다. 본업이 아닌 개그맨으로서 연기함에도 너무나 사실적인 현실고증과 풍자로 그들의 힙합다큐 "M생을 찾아서"는 뷰티풀너드의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은 컨텐츠이다.

  맨스티어는 (뷰티풀너드 세계관) 내에서 수장인 K$AP RAMA(이하 케이셉, 최제우 연기)와 그의 친구 Poison Mushroom(이하 포이즌, 전경민 연기)로 이루어진 힙합크루이다. 그들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니, 2021년에 "은행을 털어"로 데뷔했다. 그 이후에도 "I don't Kare",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아(feat. 가오가이)", "나를 찾지마(feat.최제우)", "고해성사(告解聖事)", "빈민가 소년", "싼티", "Master Life", "계곡 Go!(Prod by 이어드럼 버스터)"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AK-47"을 발매한다. 그들이 왜 떴는지는 구체적인 설명이 어려우나, 그들이 기성래퍼만큼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온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들은 화제가 되었는가? 세상에 넘쳐나는 래퍼와 유튜버들 사이에서 어떻게 그들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맨스티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극적인 가사. 케이셉의 가사를 보면 굉장히 폭력적이다. 은행을 털고, 고등학생 때 대마초를 피고, 많은 욕설이 나온다. 그리고 다른 멤버인 포이즌의 경우는 굉장히 선정적이다. 성적인 묘사를 직설적으로 하며, 남의 여자친구까지 빼앗는 내용의 가사를 서슴없이 담는다. 둘째, 토종한국인인데, 영어를 남용한다. 뷰티풀너드에서 케이셉과 포이즌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 분명히 그들은 토종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국래퍼인 것처럼 영어로 대화를 한다.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급의 대화는 아니라 영어를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를 한다. 셋째, 허세가 심하고, 자존심이 쎄다.

  이 세 가지 특징은 물론 픽션이다. 맨스티어는 최제우와 전경민이 연기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하나를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이 특징들이 현직래퍼들과 겹친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가사, 가난에서부터 시작해 결국 성공하는 뻔한 클리셰, 짧은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남발하는 영어, 쓸데없는 자존심과 허세 등 이 특징들은 이 유튜버들이 그냥 창작해 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실제 국힙 래퍼들을 참고해서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맨스티어는 거울 속에 맺힌 국힙의 상(相)이며, 케이셉과 포이즌은 그들의 단점을 풍자하고자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국래퍼의 단점들을 참고해서 만든 그들을 진짜 래퍼로 오인하는 웃긴 경우도 많다. 그 정도로 그들의 음악은 기성 힙합 음악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으며, 국힙이 작금에 어떤 상황인지 잘 알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은 진짜 래퍼인가, 아니면 그저 흉내 내는 가짜 래퍼인가?


래퍼인가, 기믹인가?

  그들은 개그맨이라기엔 랩을 잘하고, 그 음악성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공연, 앨범작업 등 많은 음악활동을 한다. 랩으로 공연을 해서 랩머니를 벌고, 그들을 보려고 대중들은 줄을 서면서 클럽에 입장하고, 그 공연장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심지어 노래방에 그들의 음원이 등록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기성래퍼인 가오가이가 그들의 음악에 피처링을 해줬고, 최근에는 던밀스의 음악 "맨땅에다 헤딩"에 포이즌과 케이셉이 피처링을 했다. 래퍼라기에 맨스티어는 그저 뷰티풀너드의 세계관의 창작물인 캐릭터에 불과하지 않다. 그들의 존재감은 허구 속의 캐릭터가 아닌 진짜 래퍼와 버금간다. 래퍼라기엔 그들의 세계관 속 캐릭터이지만, 그저 캐릭터 터라기엔 진짜 래퍼처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음악 활동을 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그래서 그들은 래퍼인가? 아니면 그저 기믹인가?

  

국힙 풍자

  이런 케이셉과 포이즌을 만든 건 국힙 그 자체이다. 그들은 개그유튜버이기 때문에, 개그 소재로써 래퍼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일 거다. 이 말은 즉슨 그들은 힙합의 내부자가 아니다. 힙합이라는 씬의 외부에서 그 씬을 바라본 감상으로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케이셉의 폭력적인 가사와 포이즌의 선정적인 가사는 국힙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그들은 가사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래퍼들을 풍자한다. 총을 들고 다니는 척, 코로 마약을 흡입하는 척, 쓸데없이 남발하는 영어를 보면 국힙의 흑역사와 괴리감이 크지 않다. 그들의 국힙의 이불킥만을 모아서 만들어진 존재이며, 그 존재 자체가 이미 국힙의 풍자이다.  여기에 긁히는 국힙래퍼들은 긁힘과 동시에 이 시뮬라시옹들에게 패배하며, 무시한다면 자신의 창피함을 똑바로 보지 않는 겁쟁이로 묘사되어 패배할 것이다. 결국, 이들의 등장과 동시에 터진 인기가 국힙의 폐단을 고스란히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가정에서 오냐오냐 잘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난 속에서 고난과 힙합만으로 성공했다는 뻔한 클리셰, 성공으로 인해 여자와 돈이 끊임없이 늘어나서 너무나도 바쁘다는 허세적인 가사 등 그들의 컨셉은 힙합계의 폐단 그 자체다. 물론 누군가는 진짜로 가난 속에서 힙합으로 성공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폐단에 대한 풍자에 열광한다는 것과 기성래퍼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그들의 풍자가 성공했음을 의미하고, 동시에 대중들이 그 폐단에 지겨워졌음을 의미한다.


국힙 혹은 음악계의 뒤샹?

  사람들이 진짜 래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기믹이었다. 맨스티어는 뷰티풀너드라는 유튜브 채널 속의 연기와 가상의 캐릭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짜라기엔 그들의 음원이 차트에 오르고, 유튜브에서 그 인기는 실감하기 어렵지 않다. 그냥 자기들끼리만의 놀이라고 하기엔 힙합 페스티벌에도 래퍼로서 참가한다. 그들의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 노래방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기믹인가? 아니면 힙합씬의 래퍼인가?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1917)

  맨스티어가 힙합계의 이단아라면, 미술계의 이단아로는 마르셀 뒤샹을 들 수 있다. 왜 저 변기가 예술작품인가. 20세기 초의 이 혁명은 예술과 비예술의 장벽을 허무는 폭탄과도 같았다. 이 작품 이후로는 먹을 수 있는 바나나가 예술작품이 되고, 누군가의 인변이 이름 그대로 <예술가의 똥>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이 되고, 포르말린에 넣은 상어의 시체 또한 작품이 되었다.

  결국 뒤샹의 소변기는 예술작품과 기성품의 경계를 허물었고, 맨스티어의 랩은 누구나 래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힙합계의 <샘>과 같다. 그런데 아무나 변기를 예술작품으로 내고 인정받을 수 없듯이, 아무나 실력 있는 래퍼가 되는 건 아니다. 그 경계를 넘는 것은 자유이나, 그 경계를 넘었을 때의 비난과 부담 또한 자신이 이겨내야 예술로써 인정을 받는 것이다. ph-1과 맨스티어의 디스전에서 든 생각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래퍼가 인정해야 래퍼일까, 대중이 래퍼라 인식해야 래퍼인가. Shout out to 맨스티어.


네이버 블로그


글쓴이 저서 현대미술이 어려운 이유 - 현대미학과 그의 변명


작가의 이전글 마약, 매춘, 위법행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