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비행기 팀 23-1 활동 정리 1편 by 임주희
처음 기후정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스터디원마다 다양했다. 기후위기에 대해 불평등 개념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는 팀원이 있었고, 무엇이 환경적으로 옳은 것인지 모르겠어서 기후정의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팀원도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기후정의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같았다. 특히 ‘기후정의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실제로 환경 문제에 도움을 주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는 문제에 대해 팀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이렇게 모이게 된 ‘정의비행기’ 팀은 우선 한 학기 동안 기후정의를 다루기 위한 스터디 목표를 세웠다:
1) 기후정의 전반에 대해 공부하기
2) 기후정의 실현이 어떻게 실제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지 밝히기
3) 기후정의로의 유인책 탐구하기
4) 기후정의 실현 방안 고민하기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중에서도 스터디원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던 부분은 2번 목표이다. 다만 기후정의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고, 포괄적이고 개괄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환경에 관한 가장 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는 IPCC 보고서를 읽고, 기후정의 개념의 역사와 분류를 설명하는 논문을 나누어 읽어왔다. 환경문제에 대한 권위 있는 보고서에 해당하는 IPCC 요약본에서도 정의로운 정책이 환경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자료는 제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이후에는 기후정의 내에서 각자 관심이 가는 분야에 관한 논문을 읽고 그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크게 탈성장, 노동, 자본주의 탈피, 책임의식, 의사결정과정이라는 5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후정의에 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공유했다. 각각의 관점을 통해 기후정의를 통한 환경문제의 해결을 생각해보았지만 우리가 생각한 해결책들이 단순한 추측이나 바람일 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보고자 했다.
동아리 세미나를 준비하며 약간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먼저 기후정의의 개념과 기후정의 담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되짚어보았다. 이후 다양한 계층에서 등장하는 기후 불평등의 사례들을 살피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기후정의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후정의를 적용하여 성공한 사례들을 살피며 입법적으로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며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을 위해 조사하고 토론하였다. 이렇게 준비한 세미나의 내용은 이후의 브런치 글을 통해 모두 소개할 예정이다.
환경과 기후정의라는 방대한 논의를 다루기에는 꽤 짧았던 한 학기라는 시간 동안, 기후정의와 환경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연결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들을 하나하나 찾아나갔다. 둘의 연결성을 완벽하게 설명해낼 수는 없지만, 그 간의 논의를 통해 밝혀낼 수 있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당사자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초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것은 피해를 직접 겪었던 소수자나 취약계층의 사람들이었다. 이후 기후정의 담론에서는 현재까지도 학자들의 논의와 보통 사람들(grassroot)들의 논의가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두 갈래로 이어져오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정치에 참여하는 사회적 소수자 계층이 많은 국가일수록 환경 친화적인 정책을 펼친다고 한다. 이처럼 문제를 직접 겪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절차적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경 교육’이 중요하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정부나 기업의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행동들로 인해 불합리한 피해를 입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피해의 원인을 그들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고, 이후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정치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 학기 간 달려온 스터디의 결론을 이렇게 마무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착하게 살면 손해라고 믿는 세상에서, 정의로움을 좇아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를 함께 발견해낸 이 시간들이 모두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이 글은 2023년 1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정의비행기'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