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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Feb 20. 2023

채식주의를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보기

채식주의를 넘어 다양성 존중을 향해

[ 채식주의에 대한 의문 ]


 나는 이번 학기(2022년 2학기)부터 씨알에 함께하게 되었다. 지난 학기부터 참여하고 싶었지만 정기모임 시간과 수업이 겹치는 탓이었다. 공을 들여 씨알 지원서를 쓰던 중, 씨알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을 환경적 측면에서 검토하기, 사용연한이 만료된 공공기물 재사용 프로젝트와 함께 내가 제안한 것은 바로 채식주의였다. 

 채식주의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한 학생이 외부 행사에서 받은 초콜릿이 비건 초콜릿이라 맛이 없다며, 자신은 마요네즈를 먹지 못하는데 햄버거 등도 마요네즈를 사용하지 않는 메뉴가 나오면 좋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나는 비건은 다양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 특히 동물권 등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한 옵션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비건 옵션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학생의 말을 들으니 그렇다면 가능한 모든 재료를 옵션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당시에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하던 환경 단체에서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채식이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가’와 ‘채식주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채식주의라는 주제를 제안한 것이다.      

 [ 채식은 친환경적인가 ]


 우리 팀은 매주 하나의 세부적인 주제에 대해 기사, 논문, 책 등을 조사한 다음 모여서 조사한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3번의 모임 이후에는 세미나를 준비했고, 비건 식당과 카페를 찾아가서 비건 음식 체험도 해 보았다. 3번의 모임 주제는 순서대로 ‘채식주의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환경에 도움이 되는가’, ‘채식주의가 영양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는가’, ‘채식주의에 대한 환경적 논의/접근은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육식이나 유제품은 목초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하는 등의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되새김질할 때 생기는 메탄, 배설물에서 생기는 산화질소 때문에 대기오염이 발생하므로 채식이 비교적 더 친환경적이지만, 그렇다고 채식이 항상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즉 채식은 육식보다 버려지는 양이 많다는 점, 대개 채식이 육식보다 저렴한 식생활이므로 아낀 돈으로 다른 소비를 하면 결국 총 에너지 소비량은 비슷하다는 점(리바운드 효과), 재배하는 과정에서 숲이나 들판을 파괴하거나 많은 물을 소비하거나 온실이나 살충제나 비료가 필요한 경우, 혹은 재배한 농작물을 멀리(특히 비행기로) 운송하는 경우에 에너지 소비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식에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좁은 공간에 먹이를 공급하는 사육 방식과 방목 중 무엇이 친환경적인가, 대체육은 친환경적인가에 대해 상반되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즉 아르헨티나 북부에서는 기존의 방목을 포기하고 현대화된 산업식 목축을 채택하고 질 좋고 양 많은 사료 생산 기술을 도입하였더니 소를 기르는 데 쓰인 토지 면적이 99.7% 줄어들었으므로 방목하지 않는 것이 친환경적이라는 의견과 방목을 하면 토지에 배설물이 섞이므로 토양 내 박테리아 생성에 도움을 주어 더욱 친환경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 대체육 기술에 대해서는 목초지 조성 과정과 배설물로부터의 환경 파괴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친환경적이라는 의견과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인데 대체육은 순환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것이므로 덜 친환경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 비건 음식에서 동물성 지방을 대체하기 위해 팜유를, 단백질을 대체하기 위해 콩을 많이 이용하는데, 야자와 콩을 재배하기 위해 산림 벌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물에 물, 비료가 투입될 때 환경 오염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역시 제안되고 있었다. 버섯의 경우 토탄 대신 음식, 농업 폐기물을 활용하여 퇴비를 만들기, 수확 후 남은 재료로 생분해성 포장 만들기, 재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온실로 보내 작물 재배하기 등의 방법으로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결론적으로 채식이 항상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제철에 현지에서 생산된 작물을 소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육류 소비를 줄이며 식품의 재배, 운송 과정이 친환경적인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온실에서 재배한 작물, 항공으로 운송된 작물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먹는 양 자체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환경 파괴는 농업, 축산업의 정도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다양한 음식을 아낌없이 먹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식문화를 개선할 필요성도 느꼈다.     

[ 채식은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


 두 번째 모임에서는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살펴보았고, 채식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영양소가 결핍되기 쉬운지에 대한 자료를 공유했다. 미국에서 채식을 하다가 육식으로 전향한 미국인은 현재 채식 인구보다 3배가 많으며, 전향의 가장 흔한 이유는 건강 쇠약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에 대하여는 실제로 영양실조에 빠지는 채식주의자는 소수이며, 자신이 신봉하는 채식주의를 영양소 보충 없이 실천했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반론이 있었다. 한 사람은 여러 해 동안 비건으로 지냈으며 현재 68세이지만 자신의 생에서 가장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 서울특별시 교육청

 채식은 실천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육지 동물, 조류, 어류 중 하나라도 먹는 것을 허용하는 채식주의는 세미 채식주의라고 부르며, 모두 허용하지 않는 것을 채식주의라고 부른다. 세미 채식주의에는 평소에는 채식을 먹지만 상황에 따라 육류를 허용하는 플렉시테리언, (조류를 제외하는) 육지 동물을 먹지 않는 폴로 채식주의자, 육지 동물과 조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 채식주의자가 있다. 채식주의의 종류로는 과일과 견과류만을 먹는 프루테리언, 과일, 견과류, 채소만을 먹는 비건, 우유, 유제품과 채소만을 먹는 락토 채식주의자, 달걀과 채소만을 먹는 오보 채식주의자, 유제품, 달걀과 채소를 먹는 락토 오보 채식주의자가 있다. * **

© 강승미, 헬스조선

 이들이 먹지 않는 식품에 따라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가 다른데, 육류와 조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철분이, 어패류까지 먹지 않는 락토오보베지테리언은 오메가 3이, 달걀과 채소만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은 칼슘과 비타민 D가, 유제품과 채소만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은 철분, 오메가 3, 아연, 단백질이, 비건은 철분, 오메가 3, 아연, 단백질,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B12가 부족하기 쉬우므로 균형 잡힌 영양소 보충을 위해 보충제 등을 섭취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보충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먹지 않기로 정한 식자재를 먹을 수 있다, 보충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세미나에서 있었다.


[ 채식주의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 ] 


 세 번째 모임에서는 채식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논의를 거쳐 우리는 채식주의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채식주의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정해두고 선택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므로 채식주의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다. 궁극적으로는 비건을 포함하는 채식주의가 흔히 생각하듯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라 일식이나 중식처럼 하나의 식문화임을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 이은지, 이아영, 한국리서치****

 구체적으로 현재는 비건 음식이 다른 음식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점차 맛있는 비건 음식이 개발되고 비건 시장이 커진다면 비건을 비롯한 채식이 문화로서 대중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비건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채식주의를 알리는 것,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자동차 시트 등 넓은 분야에서 동물을 식물로 대체할 수 있음을 알리는 것, 비건식은 환경, 동물권 보호 등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만하다고 설득하는 것도 채식주의와 비건의 대중화 방안으로 생각해 보았다.

 현재의 문제로는 비건 식당의 수가 많지 않아 대중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채식이 육식과는 달리 독특한 식습관 내지는 식문화로 여겨져 대중적이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있다. 또한 동물권 보장이나 환경 보호 등과 같은 신념을 따르려는 이유가 아니어도 채식을 할 수 있는데 채식이 마치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따라 행동하려는 것처럼 여겨지고, 때로는 그것을 넘어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다른 사람 앞에서 알리거나 내세우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있다.


[ 채식주의에 대한 의견 나누기 ]


 3주 동안 스터디한 내용을 바탕으로 씨알 정기모임에서 세미나를 하였다. 세미나에서는 스터디한 내용을 발표하고 ‘우리 사회가 채식주의를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찬반토론을 진행하였다. 앉은 자리에 따라 입장을 ‘유의미한 환경 보호 및 동물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경제적 손실이 크며 굳이 개인적으로 실천하고 싶지는 않다’ 중 하나로 정하도록 하였다. 또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이 할 수 있는 노력(제도, 정책 제안 등)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채식을 유행으로 만들어야 한다, 채식 실천 챌린지를 하자, 채식 메뉴 레시피 공모전을 열자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세미나 이후부터 씨알에서는 비뿌모(비건식당/카페 뿌시기 모임)가 희망자를 받아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채식을 유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듣자 학기 초 씨알 정기모임에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MZ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제로 토의했을 때 환경 보호를 유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떠올랐다. 채식 대중화와 환경 보호 모두 ‘사람들이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하게 만들고자 하는 일’이라서 같은 해법이 제시된 것 같다.


[ 채식주의를 넘어 다양성 존중을 향해 ] 


 스터디 활동을 통해 채식주의가 무엇이고 환경과는 어떤 관련이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채식주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제 처음에 가졌던 의문에 답할 때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건강상의 이유나 신념의 이유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있다. 이것은 특별한 고집이라기보다는 기호에 따라 음식을 덜 좋아하거나 더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음식을 먹으려 하거나 먹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유에 관계없이 음식을 제공하는 자는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다는 것이다. 간식으로 초콜릿을 제공하던 행사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초콜릿을 제공할 수도 있고, 초콜릿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위해 사탕이나 젤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만큼, 우리가 고려하는 특성은 다양해지고 배려하는 범위는 넓어져야 한다. 그리고 만약 고려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발견한다면 그들이 어떠한 특성을 가졌다는 이유 자체만으로 차별을 당하거나 사회 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과 연대해야 하며, 다양성에 대한 고려를 할 때 그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는 사회적 약자일까? 채식주의자는 그 수가 적고 한국 사회에서는 ‘이상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신념이나 건강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채식 식당이 적기 때문에 채식을 실천하기 어려운 것 자체를 차별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채식주의가 ‘이상한 것’으로 인식되고 채식주의자를 존중해 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며 그러한 분위기가 사회의 주류가 된다면 채식주의자를 사회적 약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채식주의에 대해 사회 전반이 관심을 가지는 단계는 아니며, 비교적 빠르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채식주의를 존중하거나 혹은 이상하게 여기고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채식주의를 잘 인지하지도 못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 채식주의가 배척되고 있으며 채식주의자가 사회적 약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를 단지 독특한 식습관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하게 여기거나 ‘교정하려’ 드는 시도가 있다는 점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한 차별은 현재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채식주의라는 신념과 채식주의자라는 집단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채식주의자가 그들의 식습관 때문에 이상한 시선을 받거나 차별을 당하지 않고 그들 자체로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받으며 존재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그들을 자신의 이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으로 단순화하여 이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다 같은 채식주의자가 아니에요. 채식주의자 종류>, 2017. 1. 1., <https://brunch.co.kr/@seouledu/221>, 2023. 2. 5.

**리앰브레드, <채식의 종류를 알아보자- 1 (브레세테리언, 프루테리언, 비건)/ 리앰브레드 비건메뉴 추천>, 2018. 10. 30., <https://m.blog.naver.com/leeam0401/221387587705>, 2023. 2. 5.

***강승미, <채식주의자의 부족한 영양소 채우기>, 헬스조선, 2015. 9. 20.,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6/2015091603466.html>, 2023. 2. 5.

****이은지, 이아영, <[기획] 채식주의에 대한 인식 - ‘채식할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22. 6. 14. <https://hrcopinion.co.kr/archives/23226>, 2023. 2. 5.


(스터디 팀과 함께 조사하고 세미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사용한 표현에 대해서는 따로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음.)


(이 글은 2022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비긴비건'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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