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스터디를 마치며 #2 (도시문제도 해결하고 기업도 성장한다)
도시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한쪽에서는 도시민이 향유하는 자원 부족으로 극심한 빈곤이 발생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많은 자원을 소유해 남아서 폐기하는 자원의 과잉 공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과잉 공급되는 자원을 부족한 사람들에게 연결시켜 공급과 수요가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한다. 도시 입장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도시 내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물론 공급 과잉으로 발생하는 문제 역시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
산업 역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어반테크 기업이 2015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어반테크 기업은 교통, 주거, 쓰레기 처리 등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어반테크 분야의 빠른 성장은 2015년 200억 달러(약 24조 7천억 원) 수준의 투자가 2018년에는 700억 달러 (약 86조 4500억 원)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반테크 기업 대부분은 플랫폼 기업의 성격을 띤다. 대표적으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도시 내 자원 소비 없이도 운송 문제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며, 스마트주차장 관련 사업, 공유자전거 및 공유킥보드 관련 사업,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절감 및 분배와 관련된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문제 해결과 이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어반테크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어반테크 기업은 도시 공간의 혁신을 기반으로 도시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도시 공간의 다양한 재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도록 하며, 더 많은 시민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한다.
한 예로 시민이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걷거나 전기 킥보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노력했음을 입증하면 탄소 배출 감소량만큼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은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금전적 보상까지 받을 수 있고 도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한 예로 백화점에서 마감 시간까지 팔지 못한 음식을 싸게 파는 것에서 착안해 지역 내 식당이 팔지 못한 음식을 마감 시간에 싸게 파는 중계 플랫폼을 만들어 음식을 쓰레기를 줄이는 서비스를 한다.
어반테크 기업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수록 도시문제 해결 성과가 극대화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구 80만 명 중 하루 평균 35만 명이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한다. 당연히 공유자전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자전거의 도심 내 교통 분담률은 2015년 이미 36퍼센트에 달했으며 이는 승용차의 교통 분담률 24퍼센트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반면 서울도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교통 분담률은 2퍼센트대에 머물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공유자전거 서비스 등으로 막대한 탄소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는 탄소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는 자전거 전용도로 등 인프라의 영향이 크겠지만, 시민 참여의 규모에 따라 도시문제 해결 효과 역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추진 중인 공유자전거와 공유킥보드의 안전모 필수 착용과 관련한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안전모 착용은 탑승자의 안전과 관련한 문제이지만, 공유자전거와 공유킥보드 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공유자전거와 공유킥보드는 수익 창출 모델이기도 하지만 도시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어반테크적 성격을 띠고 있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수록 효과는 극대화된다. 하지만 안전모 강제 착용 규정으로 공유자전거와 공유킥보드 사용에 불편을 야기해 이들 서비스 제공업체의 매출이 3분의 1 토막에서 반 토막까지 났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유럽국가 대부분은 안전모 착용이 필수가 아니며 대신 안전교육을 강화해 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이처럼 한국도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시민의 서비스 활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도시문제 해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어반테크 기업은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야 도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어반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그 기업의 수익모델만이 아니라 기업의 도시문제 해결 기여도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반테크 기업은 도시 공간을 대상으로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도시 공간에 존재하는 기존 서비스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갈등을 줄일 것인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시민이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어반테크 기업의 도시문제 해결 기여도가 높다면 공공기관에서는 이러한 어반테크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시 인프라 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어반테크 기업은 시민과 도시 공간을 대상으로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서비스의 부정적인 면을 파악해 개선하고, 서비스 성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향후 어반테크는 산업 자체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기능 역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스타트업 육성책에 어반테크 테스트베드 조성을 포함해 더 많은 어반테크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새롭게 등장하는 어반테크 기업은 수익 창출뿐 아니라 자신의 서비스가 도시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해 성과를 발표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서비스 제공과 공공기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23년 1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도미솔'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참고문헌]
스마트시티 에볼루션 (2022).
박찬호, 이상호, 이재용, 조영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