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스터디를 마치며 #3 by 조안나
Ⅰ. 머리말
오염수의 방류는 분명히 환경과 관련된 문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논의는 환경을 중심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 교체에 따른 국내 정당의 여론 변화는 이러한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거시적으로 일본과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도 여러 정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안타깝게도 환경 쟁점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오염수를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갈등을 국내외로 나누어 살펴본 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면서 오염수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Ⅱ. 국내의 정치적 대립과 그 모순
현재 국내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찬성 측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 측에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핵심적으로 자리한 상황이다. 여당의 경우 현재 조사 과정에 한국이 참여하였음을 근거로, 오염수의 안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담긴 IAEA의 보고서를 지지하고 신뢰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방류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면서 일본과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긍정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피력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IAEA의 보고서가 면밀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후쿠시마 방문 등의 활동을 통해 반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가 안전함을 근거로 방류를 용인하는 한편 그와 상반되게도 후쿠시마의 수산물 수입은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것을 근거로 현 정부 역시 오염수 방류가 지닌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은 일견 합당해보이나, 실제로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는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 당시 양당이 취했던 입장과 현 입장을 각각 비교했을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선 국민의힘의 경우 과거에는 오염수 방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였으며, 인수위원회의 단계에서는 심지어 이와 같은 반대 입장을 견지하겠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에는 오히려 오염수가 안전함을 주장하며 그 방류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오염수 방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과거에도 동일했으나, 현재에 비해 그 대응이 미온했다. 특시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IAEA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IAEA 보고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결국 국내의 정치적 논의는 환경을 근거로 내세우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상대와 다른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전략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진정으로 국민의 복리와 환경을 생각해야하는 정부의 본분을 생각해본다면 아쉬운 행보이다.
Ⅲ. 해외의 정치적 갈등
해외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대립하고 있으며, 이들의 입장 역시 환경 논리보다는 그들의 정치외교 전략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찬성 측에는 IAEA, 일본, 미국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국제기구인 IAEA가 찬성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국제기구라는 권위에 근거하여 일본의 방류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IAEA가 구조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있다. 현재 IAEA에 분담금을 납부하는 국가 중 1, 2위가 각각 미국과 일본이기에 그렇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 단독으로 25%의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기에, IAEA는 사실상 양국의 의견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한편 일본의 경우, 다양한 오염수 처리 기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경제적이라 여겨지는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본 역시 국내에서 방류에 대한 반대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논리에 의해 환경과 자국 국민들의 복리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미국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 공식 문서에 오염수를 오염수(contaminated water)가 아닌 처리수(treated water)로 기재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이와 같은 입장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 혹은 확장시키기 위한 거점으로 일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과, 세계가 아닌 ‘자국’에 미치는 환경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합쳐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3년도 1월 11일에 발표한 미일 정부 합동 발표문에 등장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및 번영을 위한 주춧돌로서의 미일 동맹을 예고한다”는 언급은 미국의 정치외교적 야망을 잘 드러낸다.
한편 반대 측에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이 반대하는 유일한 국가는 아니지만, 그 목소리가 가장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중국의 반대 역시 환경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에서일 것이라는 의혹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개중에서도 중국의 여러 내부 정치 문제에서 사람들이 눈을 돌리게 만들기 위하여 외부의 적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나, 미국과의 패권 다툼의 일환으로 해당 안건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견지해왔던 ‘국제 사회를 생각하는 결정권자’의 입장을, 중국이 세계 환경을 생각하면서 방류에 반대함으로써 이어받고자 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적극적 행보는 다층적으로 해석함이 가능하다.
그나마 환경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피스다. 그린피스는 환경단체라는 본분에 충실하여, 여러 보고서 및 전문가들의 연설을 통해 방류가 가져올 환경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IAEA 조사가 ALPS 처리에 대한 지나치게 허술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본과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또한 현재 국제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해를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행보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그린피스가 여러 차례 성명 등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점과, 일본의 경우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른 가치들을 희생하였다는 점을 주되게 비판하고 있다.
Ⅳ. 마치며 –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점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의 제도와 정부들은 환경을 보호하는 것에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패는 사실 각 주체들이 ‘가장 합리적이어 보이는’ 선택을 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선택이 지금 당장은 이득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환경이 무너지면 이 모든 정부도, 제도도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이 가장 중요한 안건에서조차 환경을 뒷전으로 생각하는 국내 그리고 국제사회의 행보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방류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방류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지도록 방관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행동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것인지는 현재의 우리에게 달려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미시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미래를 보아야 한다.
(이 글은 2023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핵손해'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