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ier Free
유튜브에서 휠체어를 탄 승객이 어떻게 버스에서 타고 내리는지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았다. 그게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여서 알아보고 눌러본 것인데, 사람들 댓글 반응을 보고 좀 더 자세히 어떤 방식으로 되어있는지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다.
일단 트램 승강장에서부터 이번에 도착할 트램이 장애인이 탈 수 있는 트램인지 아닌지 그림으로 표시되어있다. 구식 트램에는 휠체어 탑승을 위한 장치가 없기 때문인데, 보통 신식 트램과 번갈아 도착하는 편이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이건 꼭 휠체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이나 짐이 많은 사람들도 참고할 수 있는 정보니까.
트램 승강장이 트램 레일과 떨어져 있을 경우 탑승하는 부분의 차도는 경사로로 되어있어 보도에서 고차 없이 트램에 바로 닿을 수 있게 되어있다. 트램뿐 아니라 버스 또한 저상 버스인데, 필요한 경우 버스의 탑승구 높이를 더 낮추거나 운전사가 직접 타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보통은 문 앞에 서있던 사람들이 휠체어뿐 아니라 어떤 사람이 곤란해 보이면 짐을 대신 내려주거나 지팡이를 쥐고 있는 노인이 내리려고 하면 옆에서 도와주며 함께 내렸다 타기도 한다.
버스와 트램은 보통 급정거를 하지 않고, 뒤에 승객이 내리고 있으면 출발하지 않고 기다려주기도 한다. 지하철은 어떨까? 지하철은 조금 난감한데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구식 열차의 문을 한 번이라도 열어보면 알 것이다. 우악스럽게 문을 치고 밀어야 열 수 있고, 닫힐 때도 심히 공격적인데 이런 열차는 타고 내리기 힘들 것 같다. 신식 열차는 이렇지 않지만.
각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보통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환승역은 에스컬레이터가 잘 되어있다. 한국에 오랜만에 가서 경악스러웠던 점이 얼마나 역이 깊은 땅 속에 있으며 그 사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지나쳐야 했는 지다. 나이 들어서 무릎이 성치 않을 나이가 되면 지하철 탈 엄두가 안 날 것 같다. 역시나 엘리베이터를 가면 중노년층으로 바글바글하고 짐이나 유모차, 휠체어를 탄 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한국의 지하철 노선도는 매번 올 때마다 호선이 증식되어있는데 그만큼 몇몇 호선은 굉장히 다다르기 힘든 위치에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시설은 타깃 사용자가 참 한정되어있다. 신체 건강한 청년층. 요즘은 심지어 영어로 도배를 해놓아서 영어를 읽지 못하면 아예 길도 찾을 수 없게 해 놓은 건물들도 많이 보았다. 그것들은 대놓고 그 장소에서 누군가를 배제한다. 이런 것들이 왜 다 불법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내가 존경하는 디자이너중 한 명인 Haraldur Thorleifsson, 트위터에선 Halli로 유명하다. 그는 유명 에이전시의 대표였고, 현재는 트위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휠체어 사용자이고 아이슬란드인이다. 앞서 대중교통이 어떻게 잘 설계되어있는지에 대해 얘기했지만, 사실 각 건물이나 가게로 생각해보면 이 나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구식 건물들은 대체로 계단으로 시작하며 많은 건물의 입구에 단이 있다. 아이슬란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지, 그는 공공 프로젝트로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100개의 경사로를 건물 입구에 놓는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이는 실제로 훨씬 더 진척되어 성공리에 완료된 뒤 1000개의 경사로를 아이슬란드 전역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확장된다. 너무나 멋진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참 씁쓸한 일이다. 그는 대통령에게 상도 수여받았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고, 도시가 얼마나 그를 위해 디자인되어있지 않은지 자주 토로하던 사람이다. 그가 직접 이렇게 나서기 전에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시위를 했음에도 그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계단 없이 편하게 경사로를 이용하여 건물에 오르거나,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저상버스에 천천히 오고 내리는 것,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더 나은 시설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인에게도 장애인에게도 어린아이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이 나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인 것은 당연하다. 나도 어린이였고, 나이가 들 것이며 언제든 사고로 다칠 수도 있는 것이니까. 한국이 모두에게 살기 좋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