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리는 방법

묘지에서

by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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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추천하는 곳이 공동묘지이다. 유럽의 공동묘지들은 주민들의 산책길이거나 공원으로 기능한다. 인적이 드문 만큼 야생동물이 실제로 뛰어놀 정도로 대자연인 곳도 있고, 조용히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으니 어떤 사람에겐 영감의 장소다.


이곳의 묘지 또한 큰 공원이나 마찬가지다. 방문한 날 하루 만에 사슴과 청설모, 두더지를 모두 보았다. 유명인의 무덤도 지나가 보고, 누군가의 묘비 사진에서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어느 정도 일정한 형식은 있지만 각자 주인의 삶을 반영하듯 가지각색인 부분도 있다. 석상의 재료, 모양, 특히 글귀, 사진과 구조 등등. 다채로운 꽃과 나무들로 마치 작은 정원처럼 꾸며놓은 묘지도 있다. 관리된 모습에서 가족들의 애정도 느껴지고 반면 관리비는 얼마일지 의문도 들었다.


올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산소에 다녀왔다. 모든 묘소가 같은 모양, 같은 분, 같은 형태로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글귀도 사진도 없고 이름과 세월만 박혀있는 간단한 묘비들. 나는 할머니의 취향을 잘 모른다. 어떤 글귀를 좋아하셨을지, 무슨 말을 제일 많이 하셨을지. 좋아하던 음식만 제사상에 올리며 알 수 있을 뿐이다. 관리 쉽게 조화를 꽂아놓은 무덤들. 생화를 올리기엔 묘지가 도시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 아파트값을 걱정하는 주민이 도시에 존재하는 한, 가까운 묘지는 앞으로도 한국에선 찾기 힘들 것 같다. 가끔 그리울 때 버스를 타고 내려 찾아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 작은 사각형 공간에 어떻게 살다가셨는지 남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한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묘지를 방문했던 그날엔 누군가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이곳의 장례식은 아직 가 본 적은 없지만 한국과는 많이 다르고 또 간소한 것으로 들었다. 누군가의 고된 노동과 불합리한 제약이 없어도 그냥 온전히 돌아가신 분을 기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애도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간소함. 죽음을 기리는 방법에는 많은 것들이 있을 텐데, 우리는 왜 이렇게 복잡하면서도 또 엄격할까? 요즘은 결혼식도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각자 부부가 원하는 대로 조금씩 바꿔서 하던데, 장례식도 언젠가 그렇게 될까?


코로나 때문에 장례식에 갈 수 없었던 나는 무교지만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성당에 가서 촛불을 올리고 되는 대로 기도를 했다. 만약 내가 떠나간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좋아했을 법한 방법으로 애도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싶었다. 죽음 뒤에 평안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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