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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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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Apr 24. 2023

[복직일기] 우리 집사람은 남편입니다

 "복직하셨으면 아기는 누가 봐주세요?"

 복직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집사람이 보고 있어요."

 듣는 사람들이 의아해하다가, 웃는다. 꼭 여자가 집사람일 이유는 없으니. 집에 오래 있는 사람을 집사람이라고 한다면 신랑이 집사람이 맞다. 현재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신랑이 육아와 청소, 설거지 등의 간단한 집안 살림을 맡고 있다. 특히 청소는 나보다 잘한다. (밀려있는 설거지더미와 요리는 하나도 못 하는 건 안비밀이다.)


  어쩌다 급하게 회식이 잡히는 날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내게는 집사람이 있으니까. 이제까지 3년간 번개 회식은 그림의 떡이었으나 이제는 시어머니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회식에 참석할 수 있다. 집사람이 집에서 아이와 함께 조신하게 놀고 있을 거니까.


 세상이 바뀌었다. 여자가 사회에서 일을 하고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는 모습이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현실이다. 하지만 남자의 육아휴직이 흔해졌다고 해도 예전보다 보기 흔한 일일 뿐 여전히 보기 드문 광경이고 워킹맘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아무리 신랑이 살림을 한다고 해도 내가 완전히 집안일에 손을 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로서의 역할도 작아지지 않는다.

 아침에 씻으려고 조금만 움직여도 깨버리는 딸은 더 안아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신랑은 아이 유치원 준비물이 뭔지 물어보고 아이 입을 옷을 챙겨달라고 한다. 아이 옷을 좀 챙길라치면 놀아달라고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를 떼어놓아야 몇발 뗄 수 있다. 급하게 가방을 싸서 출근할라치면 아이는 다시 매달린다.

 퇴근후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집에 도착하는 즉시 아이는 엄마에게 매달린다. 아이가 엄마랑 밥먹고 씻겠다며 떼를 쓰고 기다리는 날은 밥도 먹이고 목욕도 시켜야 한다. 밀린 빨래도 내 몫이다. 그리고 요리를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서 간단한 먹을 거리를 만들어 둬야 한다. 엉덩이 붙일 틈이 없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은 이후 가장 마음이 안정적인 때가 지금이다. 전업주부가 있는 가정에서 경제 생활을 하는 사람의 안정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이 생활도 한달 남짓 남았다. 이렇게 하루를 특별하다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보냈던 적이 있었던가. 귀중한 시간이라 그런지 더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난 참 살림이 체질에 맞아!"

 (내 눈엔 여전히 부족한 살림 솜씨지만) 이런 말을 해주는 신랑이 고맙다.

 "내가 돈을 좀 더 벌면 자기한테 조신하게 집에서 살림하라고 할텐데. 나도 진짜 집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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