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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의 서재 Mar 02. 2022

역사가 재미있으려면

아들에게,


역사가 이렇게도 중요하지만, 아마도 너는 역사 시간을 가장 지루해할 거야.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강제로 외워야 하니, 흥미로울 수가 없지. 사실 어떤 과목도 이런 식으로 가르치면 재미가 없는데, 역사라는 중요한 지식을 왜 이런 식으로 전달하는지 아빠도 이해가 안가.


역사라는 지식이 막상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선조들이 안다면, 붓을 부러뜨려 버릴지도 몰라. 중요한 교훈을 남기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셨는데, 이렇게 재미없게 가르쳐서 전달이 안되게 하다니, 화내실 만 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해야 하잖아? 하지만 역사는 유독 단순 암기과목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중요한 과목으로 취급되지 못하기까지 해. 그럼, 역사는 어떻게 배워야 재미있을까?



역사(history)는 이야기(story)로 시작해야 흥미롭지


모든 위대한 이야기가 그렇듯,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어.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시작해도 좋아. 물론 흥미를 위해 약간의 소설이 가미된 경우도 있지만, 아예 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재미있게 보다가 나중에 정사와 비교해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어. 학생들이 중국사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삼국지만큼 지대한 공헌을 한 작품은 없지 않을까?  영화 '300'을 보고 고대 그리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현재와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재미있어


먼 나라의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보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 많을 거야. 그럴 때 호기심을 가지고 역사책을 펴보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에게 왜 중요한지는 신문을 통해 배울 수 있지만, 그 나라가 왜 이웃나라와 사이가 안 좋은지 알려면 역사를 들여다봐야 해. 옛날과 다르게 책 말고도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매체도 엄청나게 많아. 네가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아빠랑 같이 찾아보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봐


역사는 사실(fact)을 다루지만 본질은 시점(perspective)라고 생각해. 역사라는 학문을 배우는 이유가 인생에 해답(solution)은 있어도 정답(correct answer)은 없다는 교훈을 배우기 위해서야. 역사를 배우면서,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고민할 때, 여러 가지의 답을 생각해보면 재미있어. "정말 그래서 그런걸까?"라는 질문은 정말 중요해. 1차 세계대전이 정말 독일 때문에 일어난 것일까? 한국은 정말 근면하고 성실해서 경제발전을 이룩한 걸까? 미국의 노예제도는 정말 비인간적이라서 없어진 걸까? 개인은 삶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역사라는 긴 호흡으로 보면 보이기 시작해. 지금 옳은 것이 나중엔 아닐 수 있고, 지금 잘못된 것이 나중엔 당연해질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가치도 변하고, 생각도 변해. 그 과정과 맥락을 배우는 게 역사니까, 꼭 한 가지 답만 배울 필요는 없어.


하지만 절대로 단순 암기는 하지 마


역사에 대한 흥미를 죽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일 뿐만 아니라, 극도로 위험한 방식이야. 다른 과목은 몰라도, 역사를 암기해버리면 역사를 보는 시각을 하나로 제한하여 머릿속에 넣어버리게 돼. 이렇게 배운 역사는 머릿속에 확장자가 "역사정보.지식"이 아니라 "역사정보.팩트"로 저장되어버려. 군국주의나 전체주의 체제에서 역사 시간에 토론을 시키지 않고, 단순 주입만 하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냐. 역사를 일방적으로 주입해버리면, 새로운 사실을 접해도 바꾸기가 어렵거든. 물론 연도나 인물명은 외워버리면 편하긴 하지만, 역사를 접하는 태도 자체가 암기가 돼버리면 해롭단다.


역사는 배움이 아니라 대화


이렇게 이야기해도, 네가 막상 학교에 다니면 역사라는 과목을 싫어할 수도 있어. 중요하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아빠 생각이지, 너도 그렇게 느낄지는 확신할 수 없지. 괜찮아. 살다 보면 필요성에 의해서라도 역사를 들여다보게 될 테니까. 학교에서는 상식 수준의 역사 지식만 흡수하고 나중에 너의 흥미와 필요에 따라 탐구하길 바라.


역사학자 E.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했어. 대화를 나눌수록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촘촘하게 얽혀있는지 놀랍고, 재미있을 거야.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현재를 통찰할 수 있는 힘이 생겨. 변화의 궤적을 따라가며 대화하다 보면, 미래가 보이고.


역사라는 현명한 친구를 항상 옆에 두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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