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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의 서재 Feb 28. 2022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최소한 같은 실수는 하지 말라고

아들에게,


2022년 지금,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에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단다. 아빠가 태어난 후 이렇게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진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아. 아마도 네가 커서 마주하게 될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지금 저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영향을 크게 받을 거야.


근데 전쟁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역사’라면 믿을 수 있겠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일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는데, 여기서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은 모두 유럽에서 가장 큰 국가였던 고대 루스의 후손이다”라고 주장해. 지정학, 경제, 에너지 등 정말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이 땅은 꼭 우리 땅이어야 해’라는 생각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 머릿속에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던 거지. 지도자의 생각은 이렇게 현실에 영향을 엄청난 영향을 끼쳐. 그리고 이런 생각은 다름 아닌 ‘역사’로 인해 형성된단다.



사실 역사의 시작은 광고였어


진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사람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민족일까? 진실을 밝히려면 참으로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워낙 옛날이라 알아내기가 힘들어. 많은 사람들은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고, 이는 정말 중요하지. 하지만 역사는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지 않았어. 오히려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는 사실을 이용해 먹는 것이 시작이었지.


그래서 역사 기록의 시작은 사실, 광고였단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염두에 두고 논문을 썼던 것처럼 말이야. 고대의 파피루스, 죽간, 점토판을 보면 최초의 ‘역사’ 기록은 신화야. 왕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위대한 이야기를 남긴 거지. 우리 왕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위대한 존재들의 후손이니까 알아서 덤빌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말 들으라고. 하지만 역사가 광고로 남았다면, 굳이 사람들이 애써서 과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겠지? 광고로 시작했다고 그대로 놔두면, 프로파간다(선동)가 되는 거란다.


나 이런 사람이야


역사 기록을 남기는 마음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사실을 기록하고, 그에 기초하여 교훈을 도출하는’ 역사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아. 우리가 지금 배우는 역사가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인류의 지혜가 담긴 지식이 된 이유는, 누군가는 지금의 이득보다 후손을 생각하고 절실하게 기록했기 때문이야. 역사가들은 평화로운 시대보다는 전란, 자연재해, 전염병으로 인한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많아. 그 힘든 시대 속에서도 펜을 들어야 했던 이유가 있었던 거지.


왜 그랬을까? 우리 보라고. 최소한 같은 실수, 피할 수 있는 오류는 피하고, 선조보다는 후대가 더 현명하게 살았으면 좋겠으니까. 역사는 후대를 위한 오답 노트야. 진리나 정답을 추구하는 것은 신학이나 철학이고, ‘이렇게 해봤는데, 진짜 하지 마라’라고 최소한 오답은 피하라고 남기는 게 역사야. 배워놓으면 최소한 큰 사고는 피할 수 있어. 아빠도 이런 편지들을 왜 쓰겠어? 아들 보라고 쓰는 거지.



과거를 배우면 지금의 문제에 답을 낼 수 있다.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 알면, 현재가 편해. 어떤 일을 해도 완전한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선례가 있으면 편하잖아? 과거의 유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가 수월해. 물론 ‘과거에 이렇게 했으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그냥 바보고. 과거가 현재에서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아. 상황이 다른데 똑같은 것을 대입하려고 하면 당연히 이상한 결론이 나오지.


단순하게 다른 상황에 현재를 대입하는 능력이 아니라 보다 넓은 시간의 지평선에서 맥락적 사고를 연습하는 게 역사야.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비슷한지, 왜 다른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져. 지금 당장은 좋아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달콤함과,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쓴맛을 구분할 수 있게 돼.


가령 요즘같이 혼란스럽고 복잡한 선거를 겪다 보면, 차라리 괜찮은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켜서 독재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근데 역사를 공부하면, 과거의 상황과 지금의 문제를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거든? 그러면 현재의 결정이 미래에 끼칠 영향을 심도 있게 예측할 수 있어. 그러면 독재를 하면 잠깐은 속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파국이 온다는 성찰을 빠르게 할 수 있지.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생각을 하고 해... 생각을 하려면 기억을 해...



역사를 배우면 사람을 대하기가 편하다.


역사 속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군상에 대해 읽어보면, 최소한 한 가지 결론은 배울 수 있단다. '사람이라는 게,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착각해서 많은 실수를 하는구나'.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깊이 있는 경험이 필요하고, 깊이 있는 경험은 실수에서 나와. 그리고 역사를 배우면, 네가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단다.


역사를 충분히 배우지 않으면, 계속 사고를 쳐. 허황된 신화에 이끌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거나, 과거의 성공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착각하고 재앙을 초래하거나, 아니면 조금만 과거를 들여다보면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푸틴 대통령도, 먼 옛날 안갯속 역사보다 비교적 최근의 역사를 들여다보았다면, 우크라이나가 그 정도로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교훈 정도는 도출할 수 있었을 텐데. 


반대로 역사를 배우면 배울수록, 나를 미치게 하는 직장 상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나를 깎아내리고 음해하려는 동료를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지, 나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역사책은 너에게 훌륭한 사례집이 될 거야.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왜 너와 다른지에 대해서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생긴 공감 능력은 네가 세계 어디에서든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 줄 거고. 네가 살면서 직접 만날 사람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사례들을 배워놓으면, 너는 누구에게나 현명한 친구가 될 수 있어.



과거를 보는 눈은 현재와 미래도 볼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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