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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의 서재 Feb 13. 2022

공부를 잘한다고 똑똑한 게 아냐

공부 잘하는 바보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똑똑한 분께서 왜 저러실까?


네가 태어나기 전, 엄마와 아빠는 저녁에 같이 앉아 태블릿 PC로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봤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아빠는 '빅뱅이론'이라는 시트콤을 즐겨보았는데, 공부'만' 잘하는 사람들이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서투른지에 대해서 무려 12 시즌 동안 관객을 웃길 수 있는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고, 남들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여 박사 학위를 마치고 대학에 근무하는 주인공들은 캠퍼스에서 벗어나는 순간 바보가 된다. 대인관계, 운동, 자기 성찰 등 많은 면에서 가련할 정도로 부족해서, 이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많은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엄마와 아빠는 일하면서 비슷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특정 분야나 전공에서는 뛰어나지만, 같이 일을 해보면 답답한 모습이 많았던 분들을 자주 접하면서, 이런 질문을 자주 했다 - "똑똑한 분께서 도대체 왜 저러실까?"



똑똑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똑똑하다'라는 말을 좀 더 뜯어서 볼 필요가 있다. 컴퓨터에 비하자면,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성능이 우수한 사람을 보통 똑똑하다고 한다. 정보의 흡수와 처리가 빠르다는 뜻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0'과 '1'로 된 정보만 처리하는 기계인 반면, 인간은 훨씬 더 복잡한 상황에 접하며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는 데이터만 입력하고 출력하지만, 사람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결과물을 생산해 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거나, 갈등을 조정하거나, 기존 데이터가 전혀 없이 새로운 상황에 접했을 때 결정을 내리는 문제는 수치화하여 연산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주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연산하는 능력이나,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과 지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계산기나 컴퓨터, 혹은 하드디스크를 보고 똑똑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는 성능이지, 지능이 아니다. 성능은 특정 조건 하에서만 활성화되고, 결과도 똑같다. 하지만 지능은 그렇지 않다. 지능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해결책을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공부를 잘하면 똑똑한가?


우리는 보통 '똑똑하다'라는 말을 '공부를 잘한다'라는 말과 동일시하나, 공부는 다양한 지능 중 언어, 논리, 수리 등 몇 가지에 국한되며, 교육 제도 안에서는 시험, 보고서, 발표 같은 특정 상황에 제한된다. 잘 이해하고, 잘 외우고, 주어진 문제를 잘 푼다는 뜻이다. 지능이 더 높으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으나, 공부를 잘한다고 지능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 공부는 상황과 입력 정보가 주어진다. 공부는 지식을 축적시키고 생각을 훈련시키는데 최적화된 방법이지만, 공부가 모든 종류의 지능을 발달시켜주지는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요구되는 지능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어느 나라든 교실 안에서는 특정 지능에 편향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한다. 교육의 필요성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공부는 효율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험과 사유까지 습득하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다. 공부는 매우 깔끔한 정보 전달 방식이다. 그러나 세상은 깔끔하지가 않다. 문제풀이와 문제 해결은 다르다. 공부는 필요하지만, 교실 안에서의 우수함이 학교 밖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이렇게 정리되어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



이론(Theory)과 실제(Practice)


그렇기 때문에 공부와 함께 병행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경험의 축적이다. 공부는 이론적인 지식과 정보를 쌓는데 유용하다. 이론은 원리의 이해를 통해 현상을 이해하므로, 본질적으로 간접적이다. 이론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직접적인 경험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연구기관이나 관료 조직에서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탁상공론의 전문가가 되기 쉽다.


직접적인 경험은 글이나 공식으로 정리되기 어렵다. 경험을 한다고 해서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부딪쳐봐야 배우는 것들이 있고, 이해하기보다는 익혀야 더 효율적인 것들이 있다. 네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자료를 많이 봐도, 직접 여자 친구를 사귀기 전까지는 연애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없고, 내연기관에 대해서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도, 직접 수리해본 경험이 없으면 차가 고장 났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요리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한 번의 경험을 이기기 어렵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너에게 이론과 실제를 균형 있게 가르치는 것을 너의 교육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이론적인 공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네가 더 궁금하고, 더 탐구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지원해주겠지만, 단순히 학교에서 앞서가기 위해 너의 소중한 어린 시절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배우는 세상도 중요하지만, 네가 직접 접하는 세상도 경이롭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는 기본적인 정보를 기본적인 수준으로만 흡수하고, 나머지 에너지는 차라리 여행하는데 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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