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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의 서재 Jan 31. 2022

우주에 대해 생각하면 좋다

아빠가 엄마랑 연애할 때, 엄마가 ‘우주 관련 다큐를 보는 것을 좋아해’라는 말을 듣고는 이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가치관이나 생각하는 방식도 잘 맞는데, 생각의 스케일도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또 없을 것 같았거든. 왜 좋아하는지 물었더니, 인생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 때, 우주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참 모든 것들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거대한 우주 속에서, 내 삶은 얼마나 짧고, 작은지 생각하다 보면, 좀 더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아빠의 마음은 엄마와 한 발짝 더 가까워졌어.


엄마와 아빠는 둘 다 참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라서 이런 관점이 중요했어. 어느 정도냐면, 아무런 일이 없어도 스스로 과거의 일이나 미래의 불안감 때문에 힘든 날이 있어. 이런 생각의 특징은 블랙홀 같아서, 어느 시점을 넘겨버리면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오기가 너무 어려워. 그럴 때는 생각의 지평선을 엄청 크게 넓혀버리면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어. 인류의 역사 전체보다도 오래된 우주, 그리고 우리 모두가 죽고 없어지고, 우리의 흔적인 화석조차 없어지는 때가 와도 엄청난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우주를 생각하는 거지.


그러다가 잘못하면 인생 자체가 의미가 없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지 않아? 이 거대한 우주에 대한 생각이,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티끌같이 작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잖아. 지구에 사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모두, 하늘의 별을 보면서 거대한 사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봐. 그리고 그 사람들은 상상력을 발휘하면 머릿속에서 세상을 만들고, 부술 수 있어. 네가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머릿속에 우주를 담을 수 있어.


우리 세상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태양과 달은 어떻게 생겨났고, 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옛날에는 신비롭고도 정교한 신화가 밤하늘을 바라보면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해답을 줬단다.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아무도 신화를 믿지 않고 과학이 그 자리를 대신했어. 그런데 과학이 말해주는 우주의 이야기가 그 어떠한 신화보다도 더 신기하단다. 신화가 다양한 것처럼, 우주를 설명하는 과학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있어. 그리고 어떤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고, 어떤 생각은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사실로 밝혀질 때가 있어.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에 따르면, 우주는 영원하지도 않고, 무한하지도 않고, 그리고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해. 지금 맞다고 앞으로도 틀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그래서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새로운 생각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단다.


그래서 네가 아직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엄마는 ‘우리 아들 나오면 같이 어디 가고 싶어?’라고 물어보자 아빠는 ‘밤하늘이 잘 보이는 사막이나 천문대에 가서 별을 보여주고 싶어’라고 답했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거대한 우주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능력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아빠는 너에게 가장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밤하늘의 별을 보았을 때 느낄 수밖에 없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별을 보고 넌 어떤 궁금증이 생길까? 너는 별을 보고 망원경을 사고 싶어 할까,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할까, 아름다운 문장을 쓰게 될까? 어서어서 크렴 아들아. 아빠랑 별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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