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

by 거미숲


새벽 두시쯤, 문득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반쯤 열린 졸린 눈으로 방안의 어둠을 응시하고 있을 때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헤드라이트로 천장에 줄무늬를 만들어냅니다. 갑자기 등장한 현실에 놀라 초점을 더듬거리던 눈동자가 바라본 블라인드의 그림자는 마치 눕혀놓은 노트같았습니다.


엔진 소리가 길고 빠르게 멀어져 갑니다. 천장은 다시 어둠 속에 펼쳐진 희미한 백지가 됩니다. 이러한 전환은 마치 우리가 잠에 빠지는 순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념이 언어로 글을 쓰는 공간에서 무의식이 그림을 그리는 공간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잠과 현실의 사이 어딘가에서 바라본 한 장면과 소리 그리고 생각이 다시 어둠 속으로 아득해집니다.


날이 밝으면 꿈이 그려낸 유령 같은 상징들을 기억 속에 붙잡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흐릿한 무언가가 알 수 없는 시처럼 속삭이는 말들을 조금이라도 해석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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