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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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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은 Apr 22. 2022

작은 인간의 더 작은 실천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발걸음


아이들은 빨리 자랐고 옷도 자주 사입혀야 했다. 돈도 돈이지만 멀쩡한 옷을 수거함에 내보내는 것이 아까워 지인들과 아이들 옷을 돌려 입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 집이었는데 점점 많아져서 이제 규격만 맞으면 남자아이 옷도 여자 아이에게 입혔고, 체구가 작은 11세는 덩치가 큰 9세 아이가 입던 옷도 물려 입었다. 같은 학년이라도 친구 옷을 함께 입는다며 아이를 설득했다. 구세군이나 아름다운 가게에 가면 입을만한 재활용 옷들이 많아서 사서 입었다. 가격에 상관없이 구입하면 옷이 망가질 때까지 입었고 배우자와 내가 입던 옷은 이제 체격이 비슷해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첫째 아이가 신다가 근처에 사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에게 물려준 운동화가 있다. 그 신발이 여러 집을 돌고 돌아 얼마 전 둘째 아이에게 왔다. 밑창은 아직도 멀쩡했고 세탁하고 나니 낡은 구석도 잘 보이지 않았다. 깔창만 바꿔서 열심히 신고 다니는 중이다. 크ㅇㅇ같은 여름에 주로 신는 신발은 유통기한이 더 길다. 더 많은 아이들이 돌려 신어도 망가지지 않는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늦게 인지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가죽 가방이었다. 소파도 가죽보다는 천으로 쉽게 생각이 기울었는데 가방이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는 좀 힘들었다.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새로운 가죽 가방은 구입하지 않았고 기존 가방들은 팔았다. 


면으로 만든 가방이나 폐플라스틱 가방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한 번 쓰기 시작하니 또 괜찮아져서 지금은 폐플라스틱 가방 안에 천으로 만든 백인백을 담고 그 안에 장바구니와 보자기 그리고 손수건을 넣어 다니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회용 휴지 사용이 너무 익숙하다 보니 종종 손수건을 빼먹기도 해서 아예 소창이나 삼베로 만든 보자기를 들고 다닌다.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먼저 정리해봤다. 

식자재 낭비하지 않기

대량 구매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남김없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먹을 만큼 구입하고 끝까지 먹으려고 노력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많이 구입하지 않는다. 대부분 근거리 장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구입비용은 그렇게 싸지 않다. 그러나 포장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무포장 제품을 이용하기도 하고 포장이 적은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이 등 다양한 포장재를 줄여 쓰레기 총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플라스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유리와 법랑 용기 사용으로 이어진다.  이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냉장고 안에 용기마저 플라스틱으로 채우고 싶지 않아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제품들을 쓰고 있다.  


줄이고 줄여도 남아있는 플라스틱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월든에서 하루 한 끼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고 미야자와 겐지는 현미 한 홉으로 소박한 식사를 하자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인생독본에서 육식을 포함하여 지나치게 많이 누리는 삶을 경계했다. 존경하는 작가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니 독자인 나는 그들의 지침을 삶에 반영한다.


영양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소량의 식사를 원칙으로 한다. 음식을 다채롭게 먹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가끔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즐거움을 느끼기 크게 부족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같은 생각이다. 더하여 인생의 즐거움을 꼭 음식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양제로 잘 먹지 않는다. 영양제는 효능을 입증한 경우는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잘 팔리는 건강보조식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음식을 섭취한 것처럼 효과가 좋지 못한데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낸다면 굳이 찾아먹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선물 받으면 먹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외출 시에는 텀블러나 물병을 챙긴다. 쓰레기 문제를 말하며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백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은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머그컵의 위생 상태를 의심하며 역병의 시대에는 일회용 컵 정도는 봐줘야 하지 않느냐는 자기변명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그냥 적당히 거리를 둔다. 그리고 머그컵을 편안하게 사용하는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꽃이 피는 식물은 잘 키우지 않는다. 벌이 찾아오지 못하는 위치의 꽃이라니. 생식기를 전면에 내세운 식물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꽃은 벌이 찾아올 수 있는 노지에 충분히 피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노지 월동이 가능한 남천을 아파트에서 피우면 아름다운 붉은색이 점점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예쁜 화분이지만 식물에게는 고문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흙만 담아둔 커다란 화분이 있다. 과일을 먹고 씨가 나오면 화분 깊숙이 심는다. 싹이 나면 좋고 나지 않으면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니 좋아서 베란다 한편에 빈 화분을 둔다. 잘게 부순 과일 껍질이나 채소 껍질을 넣고 잘 섞어준 다음 위를 덮어두면 된다. 질 좋은 흙은 분갈이에도 사용하고 공동 화단에도 뿌려준다. 예쁜 꽃은 산책을 하며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광활한 노지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 중 일부는 열매로 생을 이어나간다. 꽃과 벌에게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증거다. 재배하는 식물의 소중한 열매는 인간의 중요한 식량 자원 중 하나다. 자생하는 식물의 열매는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새로운 싹을 틔우게 된다.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꽃을 감상한다. 


공동 화단에 핀 철쭉


배우자는 커피를 즐긴다. 종종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냉침을 해서 먹는다. 커피가루는 양지에서 잘 말려 보관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번식한다. 그러니 일정 시간에 한 번씩 뒤적이며 축축한 부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잘 말린 커피가루는 흙과 섞어 비료로 사용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밤이 되었다고 해서 형광등을 켜지 않는다. 충전식 스탠드를 포함한 최소한의 불빛으로 볼일을 보고 잠자리에 든다. 자꾸 늦게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9시 이전에 재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성장과 함께 수면 시간도 점점 늦어져서 지금은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잠자리에 든다. 


귀한 해가 뜨는 낮에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건 힘들지만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할인을 받고 저렴하게 많이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세제는 비누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액상은 무포장 가게에서 파는 덜어 쓰는 액상세제를 재활용 통에 담아와 다시 사용한다. 치약은 불소의 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1,000ppm짜리 고체 치약으로 종류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복사지보다는 이면지를 주로 사용한다. 양면을 모두 사용한 종이는 모아두었다 종이상자를 접어 쓰레기를 담거나 소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과일 껍질을 담아 말리기도 한다. 플라스틱 백 사용량을 줄이면 풍선효과처럼 종이봉투 사용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종이봉투 사용도 되도록이면 줄이고 재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


소비 규모가 줄어들고 소비를 할 때 하나하나 따지는 친환경 가치소비를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어쩌다 한 번 먹는 고기야 그럴 수 있다 넘기더라도 매번 고기를 마주해야 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특히 동물 학대를 비난하고 애완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한우 투 플러스’ 이야기는 매우 듣기가 힘들다. 

그 동물들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것일까. 사랑하는 강아지는 먹을 수 없지만 사랑하지 않는 소는 먹어도 괜찮다는 이야기에 존재하는 모순을 견뎌낼 만큼 나는 강하지 못하다. 역시 적당히 거리를 둔다. 생명의 가치를 다르게 측정하는 사람들보다는 같은 선상에 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싶으니까.

아이들은 동물원에 가지 않는다. 생명을 가둬두고 활동을 제한하며 구경하는 곳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세상에 아주 많기 때문에 일부러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동물원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과도 적당히 거리를 두게 된다. 대신 식물원 봉사활동을 하고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과 친해진다.

재활용 옷과 가방 그리고 신발을 보고 멀어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모습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관계는 새롭게 정립되었고 큰 불편함이나 아쉬움은 들지 않았다.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편해진다. 그리고 사람들과 멀어진 간격 사이로 새로운 인간관계가 자리 잡는다. 육식을 하더라도 채식을 존중하고 환경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로 차곡차곡 메워진다. 좋아하는 사람들로 꾸려진 주변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 틀리지 않았다며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더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 속 환경호보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작게 좁게 불편하게


친환경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모순을 견뎌야 하는 일이다.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할 때마다 그런 관계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친환경은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다. 씻고 말리고 모아야 하니 미니멀한 살림을 꾸릴 수가 없다. 물건을 많이 사들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미니멀'이라는 단어가 적용될 수 있겠다. 재활용품과 음식물쓰레기를 위해 많은 공간을 비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제품을 아주 오래 사용해야 하니 낡고 단정할 수는 있지만 새것 같은 깨끗함은 유지하기 어렵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청소기...... 많은 가전제품에는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 자주 바꾸면 그만큼 많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혼합 소재도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에너지 효율 등급을 가진 제품을 구입해 오래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환경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쓰고 고쳐 쓰며 불편함 속에서 사는 것을 선택했다. 불평하기보다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현실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삶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작은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일 때 


정부의 규제가 부족해서 기후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개개인의 마음은 덜 불편할 것이다. 생활 속 실천은 불편함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서 하는 고생을 외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총체적 위기는 그대로 남아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생활 속 실천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정부 규제도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기후위기를 늦추려면 그에 상응하는 불편함과 불이익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생활 속 실천은 가치 소비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이것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생존을 위해 ESG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탄소 저감 생산품을 원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채식을 예로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국내 채식 선호 인구는 25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15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대형마트에는 비건 코너가 생겼고 대기업이 앞다투어 비건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물을 사육하며 발생하는 탄소량을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 수 없다. 화장품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기후 위기 - 환경 보호 - 동물 보호로 이어지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소비재 시장에 스며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육류를 제한하자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없이도 자본주의는 채식 시장을 만들어냈다.


AT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비건 식품)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규모는 2020년 1,740만 달러(208.9억 원)로 나타났으며, 2016년 1,410만 달러 대비 23.7%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가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상관없이 비건 시장은 기업들에게 돈이 되는 시장인 것이다.


기업은 철저히 이기적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팔리는 제품'의 제품군의 판매를 늘린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산업혁명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기후위기의 가속도는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기후변화 홍보포털


인간 활동이 대규모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산업 혁명 초기인 18세기 중엽부터로 1970년부터 2004년 사이에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70%나 증가하였으며(IPCC,2007), IPCC 제5차 평가보고서(2015)에 의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해 급격하게 상승하여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0여 년간 배출한 누적 온실가스가 1970년 이전 220년 동안의 누적 배출량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인간 활동, 특히 공장이나 가정에서의 화석연료 연소와 생물체의 연소 등은 대기 구성 성분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을 생산하여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대기 중 에어로졸에 의해 태양 복사에너지 반사와 구름의 광학적 성질 변화(산란 효과에 의한 지구 냉각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염화 불화탄소(프레온가스) 및 기타 불소 화합물, 브롬 합성물 등의 방출은 복사강제력에 영향을 주고 성층권의 오존층도 감소시키며, 도시화와 무리한 토지개발이나 산림 채취 등으로 인한 토지 이용의 변화는 지구 표면의 물리적, 생물학적 특성에 영향을 줍니다. (출처; 기후변화 홍보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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