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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은 Apr 12. 2022

친환경을 위한 용기

무포장 과자 구입


위생의 고정관념


HACCP과 ISO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위생복과 위생모를 착용하고 위생장갑과 위생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깨끗한 공장 안에서 반짝거리는 기계 앞에 서서 청결한 모습으로 과자를 생산하는 것을 보통 위생적으로 식품을 생산한다고 말한다. 구성성분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기함할 정도로 많은 합성물질과 나트륨 그리고 당류가 들어있어서 건강에 좋을 것도 없는 식품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제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식품인 것처럼 분류된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인데 우리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과일 채소 생선이나 반찬은 마트나 시장에 가면 비포장 상태에서 무게를 달아 가격을 측정하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포장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대용량에서 덜어 구매가 가능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매장의 상태가 깔끔하게 보이면 진공포장이나 랩으로 쌓여있지 않아도 식자재가 불결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어쩌다 우리는 유통과 판매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포장 과자를 위생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포장 없는 과자는 어딘가 어색해


편의점 라이프


아들은 2009년 딸은 2013년에 태어났다.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길가의 나무를 보듯 편의점을 보고 자랐고 그만큼 깔끔하고 예쁘게 포장된 간식도 친숙하게 여기게 되었다. 용돈을 모아 편의점에서 다양한 간식을 사서 먹는 것은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고 우리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포장 제품을 사서 먹고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업태별 매출액 지수(2010년=100).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산업 상생 및 혁신 정책 방향'(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편의점은 온라인 마켓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1인 가구의 확산과 소비자의 소량 및 편의 구매 성향 등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니 2014년 12.7조였던 편의점 매출은 2017년에 22.2조 원이 되었다. 그리고 2018년 이후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을 지속했다. 그리고 그만큼 포장 과자는 가까워졌고 더 친숙해졌다.


우리는 이제 사탕 껍질만 보고도 어느 브랜드의 어떤 맛인지 가늠을 하고 과자 포장만 보고도 맛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과자를 먹고 쓰레기를 만들었다. 1명이 1주일 동안 과자 1개를 먹고 1개의 포장지를 배출한다고 생각해보자. 5천만 명이 배출하는 각각의 과자 포장지를 잘 펴서 바닥부터 쌓아 올린다면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까. 만두피 50장의 높이가 제법 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포장지 5천만 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쌓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환경을 위한 과자회사의 노력


과자회사 오리온의 류근하 포장개발팀 부장은 “아직 친환경 소재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오리온은 ‘친환경 같아’ 보이는 일 대신 실제로 줄일 수 있는 것을 줄이는 노력을 해 왔다”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확실한 친환경 노력은 쓰레기를 될 수 있으면 줄이고(reduce) 재활용을 잘하고(recycle) 다시 쓰는(reuse)’ 것인데, 이 중 기업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노력이 ‘줄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 3 포장도 흔한 일이다. 종이 상자를 뜯으면 비닐로 개별 포장된 과자들이 나오고 봉지를 뜯어 과자를 먹고 나면 먹은 과자만큼 많은 쓰레기가 수북이 쌓이게 된다. 정말로 심각해진 기후위기를 전면에 두고 환경오염을 걱정하며 넉넉하게 준비된 간식거리의 비닐 포장지를 찢어 과자를 꺼내먹는 모순을 이제는  줄여야 하지 않을까.


포장재를 최소로 하고 인쇄용 잉크를 조금 사용하는 등 업체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쓰레기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누적량은 증가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는 우리 세대 혹은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다.


무포장 제품 구입을 위한 용기


사회적 인식을 벗어나 행동한다는 것에는 큰 용기가 따른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만큼 관성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소한 과자 하나를 무포장으로 구입하는데도 중력을 거스를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전국 각지의 제로웨이스트샵이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무포장 마켓을 통해 액체류 세제나 바를거리 등에 대한 무포장 판매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과자류의 경우는 저변이 넓지 않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있는 경우 길을 가다 과자를 먹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하면 난감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누가 말했던 것 같은데 나도 이런 곤란한 상황을 올바르고 계획적인 소비 교육을 위해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 집은 분기별로 하나씩 실천과제를 정해 노력하는데 작년 1분기에는 쇠고기 섭취를 중단했고 2분기에는 닭고기와 돼지고기 섭취를 줄이고 어류 섭취를 월 2회로 제한했다. 3분기에는 우유를 식물성 우유로 바꿨고 올해 1분기의 목표는 무포장 과자 구입이었고 2분기 목표는 무포장 제품군 사용의 확대로 잡았다. 리필스테이션에서 구입하는 품목을 점점 늘려나가 최대한 많은 품목을 포장 없이 구매하는 것이 3분기의 목표다.



실천을 위한 계획


1. 마트에서 구입한 과자를 먹으며 쓰레기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다.

2. 다 먹은 후 나온 쓰레기를 모아 양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3. 대용량으로 포장된 과자를 구입한 후 소량 덜어 도시락에 담아 외출할 때 들고 다니며 구입 대신 꺼내 먹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4. 3번의 도시락통을 들고 무포장 과자 가게로 간다.

5. 원하는 과자를 고르는 것부터 무게를 측정하고 도시락통에 담고 결제하는 전 과정에 참여시킨다.

6. 함께 과자를 먹으며 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과자 먹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무포장 과자 구입에 도전한 아이의 용기를 칭찬한다.

7. 아이와 함께 전용 과자통으로 사용한 개인 용기를 구입하여 무포장 과자 구입 시 가방에 담고 다닐 수 있도록 격려한다.

8. 무포장 과자 구입을 우선으로 삼아 포장 과자를 구입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응시킨다. (진행 중)


알맹 상점에서 무포장 과자를 개인 과자통에 담고 있다.


원하는 종류의 과자 무게에 따른 가격을 계산한 후 구매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과자 사러 왔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한 번 익숙해진 것들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살아온 방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비 성향은 장기적으로 아이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ESG에 적극적인 기업이나 매장을 골라내는 안목과 평소 습관대로 소비하는 것이 곧 가치 소비가 되는 습관을 물려주고 싶다. 친환경이 필수가 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귀한 배움을 이어나갈 기회를 주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무포장 과자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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