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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있는 기후식 Jan 31. 2022

[탄소/물 발자국] 우리 모두는 발자국을 남긴다

우리가 살아온 흔적을 측정해보자

발자국으로 우리들이 걸어온 흔적 찾기              

하루하루 쫓겨가듯 앞만 보고 걸어가다 문득 뒤돌아보면 걸어온 만큼 발자국이 찍혀 있죠.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흔적처럼 또는 추억처럼 남아있기도 해요. 반면에 범행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은 탐정에게 범인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하죠.


갑자기 웬 발자국 타령이냐고요? 오늘은 탄소발자국과 물 발자국에 대해서 알아볼 거거든요.  ‘우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를 알려주는 흔적이자 '지구를 괴롭힌 범인은 바로 너!'라는 단서인 발자국들에 대해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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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계의 조상님: 생태 발자국

탄소 발자국과 물 발자국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에 앞서 '생태 발자국'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어. 왜냐면 그 근원은 모두 생태 발자국이기 때문이야. 1996년 캐나다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가 개발한 개념으로 발자국계의 시초라고 할 수 있지


생태 발자국은 인간이 살아가며 하는 모든 행동 활동 등을 통해 생태계에 남긴 영향을 토지나 해양, 내수면 면적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 환산한 지표야. ‘전체 행성의 모든 사람이 특정한 어떤 생활양식을 따른다고 했을 때, 이런 인류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지구의 개수’로 결과를 제시하곤 해


이 지수가 높을수록 역시 생태계를 많이 훼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1인당 자원 소비량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이 면적이 넓어져. 역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의 2012년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인처럼 사는 생활습관을 가진다면 지구가 2개 필요하다고 해


탄소 발자국이 뭐야?


탄소발자국은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이나 제품, 서비스, 행사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의 총량을 의미해. 우리가 활동하며 사용하는 전기, 교통수단, 난방 연료, 모든 물건, 음식 등은 모두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든.


왜  온실가스 발자국이 아니라 탄소발자국이라고 부르냐고?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에 ‘탄소’가 포함되어 있고, 이들은  화석연료, 나무 등 ‘탄소’가 포함된 물질을 태우거나 발효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마치 모래밭에 걸어가면 발자국이 남는  것처럼, 우리가 생활하며 발생시킨 탄소 흔적을 ‘탄소 발자국'이라고 불러.  


그럼 ‘탄소발자국’은 옛날 옛날 라떼부터☕️ 있던 말이야?

그런 건 아니야. 2006년 영국 의회 과학기술처에서 탄소발자국 개념을 처음 도입했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와 생태계의 변화, 이로 인한 재난들이 늘어나면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발생량을 측정하고  줄이자는 취지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거지. 이후에 탄소발자국은 교토 의정서와 같은 의제와 함께 이슈화되어서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으로  발전되기도 했어. 


탄소발자국은 어떻게 측정해?

탄소발자국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이산화탄소 양으로 환산하여 무게 단위(킬로그램 kg, 톤 ton 등), 또는 그만큼의 이산화탄소량을 광합성을 통해 감소시키는데 필요한 나무 수로 표시해 2018년 유엔개발계획(UND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1년 평균 12.9t의 탄소발자국을 발생시켰어 


탄소발자국 계산해보고 싶은 사람? 

아래와 같이 여러 곳에서 다양한 계산기를 제공해주고 있어. 

한국 기후·환경네트워크 - 탄소발자국 계산기 

미국 The Nature Conservancy - Carbon Footprint Calculator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 Carbon Footprint Calculator

스웨덴 스타트업 도코노미 - 제품 탄소발자국 계산기- A product carbon footprint calculation tool


일상생활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일 방법을 알고 싶어

개인의 일상에서는 음식, 가전제품 사용, 교통수단 이용 등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많다고 하니까,  이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쓰면 나도 모르게 찍히는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을 거야. 예를 들면 고기를 생산하는 데는 같은  단백질량이나 열량을 내는 곡류나 콩, 과일, 채소류를 생산하는 것보다 수십수백 배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100g의 단백질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 (이산화탄소 환산량)

소고기: 평균 49.89kg 

쌀: 6.27kg

닭고기 등 가금류: 5.7kg 

감자: 2.71kg,

두부: 1.98kg

밀과 호밀: 1.29kg

콩류: 0.84kg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쌀과 비교했을 때 8배나 차이가 나고 다른 곡류와 비교했을 때는 약 25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심지어 동물성 식품이나 곡류 사이에서도 서로 차이가 나. 미디어에서 종종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식단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또  기왕이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써서 생산되는 전기보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를 쓴다면 도움이 되지. (그렇지만  이런 시스템을 개인이 갖출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 이 얘기는 뒤에서 다시 할 거야) 하지만 세탁기를 쓸 때 찬물 세탁을  하거나, 대기전력을 차단하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쓰면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탄소 발자국을 덜 찍는다고 인증된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돼.


탄소 발자국을 개인만 찍는 건 아니잖아?

맞아. 개인이 생활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보다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훨씬 많아.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큰 문제야. 2019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이 상위 20개 화석연료 회사에서 나왔다고 해(압도적이지). 한 예를 들면 대표적인 석유회사인 BP는 1965년 이후 340억 톤 이상의 탄소를 배출해 세계에서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이야. 물론 BP를 비롯한 많은 화석연료 회사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거나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화석연료 산업이 아닌 개인에게 있다는 인식을 굳히는데 일조한 것이 바로 BP의 마케팅 캠페인이었어. 바로 그때 BP가 써서 널리 알린 표현이 다름 아닌 ‘탄소 발자국'. “(우리가 아닌) 당신의 탄소발자국은 얼마인지”, “당신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중심을 둔 캠페인이었지. 


물론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개인의 노력도 도움이 되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전기 생산과 교통 연료에 대부분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것은  개개인이 바꿀 수 없잖아. 기업의 이런 마케팅은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위기의 책임을 배출 책임이 큰 기업이나 산업 시스템, 정부가  아닌 개인에게로 돌리는 일이 아니었나 싶어.  


그래도 탄소발자국은 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산업,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도 측정할 수 있으니까, 여전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어. 어디에서 가장 많은 발자국이 찍히는지 안다면 이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 가장 탄소발자국을 많이 찍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 


그렇담 이번엔... 물 발자국은 뭐야?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모든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가상수'라고 하는데, 이 가상수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품 생산-소비-폐기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양을 말해. 물 발자국이란 이 가상수의 개념을 확장해서, 제품 생산과 소비에 사용된 직간접적인 물의 사용량을 표시한 거야.


물의 양은 시간당 소비량, 오염시킨 물의 양(리터 L)으로 측정해. 비영리 단체인 물 발자국 네트워크(WFN)에서는 물 발자국의 계산, 평가범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국가표준을 정해두고 있어. 


특별히 물의 사용량만 측정하는 이유가 있어?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먹고 사용하고 입고 사고파는 모든 행위에 물이 필수 불가결하게 쓰이기 때문이야. 2002년 물 발자국 개념을  도입한 네덜란드의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는 물의 소비와 오염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 개념을 도입했어.


일상생활에선 주로 어디에서 물 발자국이 발생해?

물 발자국 개념을 처음 소개한 훅스트라 교수는 “인류의 전체 물 발자국에서 두드러지는 것의 약 85%는 식량과 관련이 있다"라고 얘기했어


매일 먹는 하루 식사를 예로 들어 생각해볼까? (a.k.a 짹짹이의 하루) 

아침 : 사과 하나 + 프렌치 + 바게트 + 커피  = 125리터 + 155리터 +  132리터 = 412리터

점심 : 우유 한잔 + 마르게리타 피자   =  255리터 + 1259 리터 = 1514 리터

저녁 : 집 근처 갈빗집에서 소고기 1근 + 맥주 3잔 = 9000리터 + 222리터 = 9222 리터


물 발자국도 계산기가 있어

탄소발자국 계산기처럼 물 발자국도 계산기가 있어. 해볼수록 내가 이렇게 해로운 존재였나… 마음이 조금 쓰리다. 


일상생활에서 물 발자국을 줄이려면?

작지만  일상에서 물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론 물 받아두고 사용하기(양치 컵, 설거지통 사용), 세탁물 모아 돌리기 등 여러  방법으로 물자체의 사용을 줄일 수도 있고, 물 발자국이 적다고 인증된 제품을 사용해서 제품을 통한 물 사용량을 줄일 수도 있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물 발자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음식이야. 그렇기에 물 발자국이 높은 음식을 적게 먹는 게 도움이 되지. 같은 무게라면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 고기류의 물 발자국이 가장 크지만 의외로 견과류와 유제품의 물 발자국도 이에 못지않게 큰 편이야. 

                                                                        

짹짹 지식: 탄소 발자국과 물 발자국을 덜 찍는 제품을 구분하는 방법!

‘탄소 발자국이나 물 발자국을 덜 찍는다’는 의미로 인증 라벨이 부여되는 제품들이 있어. 

주요 인증으로 탄소발자국 인증, 저탄소 제품 인증, 환경성적표지 인증, 물 발자국 인증이 있어. 아래 4개의 마크를 기억해주길 바라.

인증 라벨은 내용이 많아서 이 링크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다뤘어.

돈 관리? NO, 나는 물 관리한다!

기후 위기로 물 부족 문제가 심화할 거라고 전망되면서 물 발자국을 줄이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물관리도 중요하게 인식되는 추세야. 흔히 ‘돈을 물처럼 펑펑 쓴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제는 물도 희소한 자원이 됐어. 물 부족도 남의 일이 아니야. 국제연합(UN)에서 발행한 보고서에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2060년 한국에서 최대 33억 톤의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어


앞으로 물 발자국 지수는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 개인, 기업, 국가가 물을 어디에 쓰는지 행동을 판단하고 때로 물의 낭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의 변화를 기업이나 국가에 요청할 수도 있을 거야. 


탄소/물 발자국을 신경 쓰다 보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것 같다고?


물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상에서 이런 변화를 다 시도할 수는 없을 거야. 누군가는 매일 어쩔 수 없이 먼 거리를 운전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사회적인 이유로 늘 채식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잖아. 다만 자신의 생활영역 안에 어떤 선택권이 있는지 살펴보고 할 수 있는 시도를 전부는 아니라도 조금씩 할 수 있을 때만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총정리 


발자국 모음집 zip.


생태 발자국이란? (탄소/물 발자국의 시초)

인간이 살아가며 하는 모든 행동 활동 등을 통해 생태계에 남긴 영향을 토지나 해양, 내수면 면적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 환산한 지표


탄소 발자국이란?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이나 제품, 서비스, 행사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의 총량


물 발자국이란?

인간 활동의 모든 행위에 필수 불가결한 ‘물’을 통해 인간 활동의 환경 영향 정도를 알아보는 지수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모든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시간당 소비량, 오염시킨 물의 양으로 측정)


오늘의 추천 영상


피 한 잔과 지식 한 잔                 

기후변화 막을 최선의 실천은 ‘채식' (애니멀 피플, 2019.11.28.) 기사 바로 가기

넷플릭스 - 익스플레인 Explained : World’s Water Crisis  영상 바로 가기

TED-Ed - Are we running out of clean water? 영상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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