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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쏘 Mar 19. 2022

좋아하는 것,
야근의 향연 속에

이슬아 작품집, 계절제주, 베이스이즈나이스, 내추럴와인과 봄. 

이번 주 내내 야근을 했고, 며칠 전 만난 지인이 코로나 양성이라는 말을 어제 듣고부터 몸이 안 좋다. 이대로면 키워드를 정해 취재는커녕 싱거운 신변잡기가 되고 말겠지만, 그래도 첫 마감을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남기는 글. Done is better than perfect! 


플랫폼사의 콘텐츠 매니저로 다시 이직한 지 두 달 반. 의욕도 두뇌회전도 마음대로 안 됐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틈틈이 좋아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아래는 한 주간 모아온 즐거운 순간. 


1. 플레이리스트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일할 때 내내 틀어둔 플레이리스트. 영화 <Her> ost 중 좋아하는 곡이 두 번째에 들어 있다. <사울 레이터> 전시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플리라고. 사울 레이터는 미적거리다 못 볼 뻔했는데 피크닉이 전시를 연장해서 드디어 다음 주말에 보러 간다. 꼭 겨울에 보고 싶었지만 봄에도 좋겠지. 

지금도 틀어놓고 글을 씁니다. 여건이 된다면 틀어놓고 읽어주세요.



2. 이슬아 작품집 <Things in city>

이슬아 작가님의 그림을 좋아한다. 부산, 뉴욕, 파리 전시 모두 가고 싶었는데 결국 5월의 서울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 글보다 그림이 많은 책은 잘 사지 않는데, 이 책만큼은 '빈 공간'이 필요할 때 가끔 펼쳐 놓고 가벼운 외로움을 느끼고 싶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도시에 혼자 머무는 것 같은 사람이 그림 어딘가에 담긴 것을 좋아한다.



3. 계절제주 - 2022 봄 호

그러고 보면 좋아하는 것이 담긴 택배가 이번 주에 유난히 많이 도착했다. 이슬아 작품집도 예약하고 기다린 거였는데. 작년의 내가 일 년치를 구독한 계절제주는 인 매거진 2022 봄 호와 함께 4종의 만감류와 한라봉 비빔국수를 보내줬다. 이 정도의 상큼함은 이제 내년을 기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절제주가 침 고이는 순간을 한 번 더 돌려준 느낌. 받아볼 때마다 선영 대표님의 에너지도 떠오르고, 다들 얼마나 고심해서 만들었을까 싶어서 괜히 나 혼자 짠내가 난다.  




4. 베이스이즈나이스에서의 급만남

하지 작가님이 예약에 성공해서 허베지팀이 급 모였다. 책 한 권에 참여한, 각자 소속은 다른 4인을 팀으로 부르게 되는 과정은 참 정답다. 만나면 서로 그간 어떤 일을 소화했는지, 또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건지 공유하고 와인 얘기를 하면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 술 약속을 잡는다. (ㅎㅎ) 마실 핑계는 언제든 생기니까. 누군가는 사무실을 새로 얻고, 누군가는 디렉팅한 공간이 오픈하고, 누군가는 공연을 보여줄 일이 있다.  

그리고 보틀프레스의 휴업은 베이스이즈나이스가 잠시 깨워줄 예정. 어떤 아이디어는 내가 처음 내어놓았어도 나 모르는 새 굴러가기도 한다.


두부와 비트 처트니 위에 부추를 올린 채소밥. 베나밥에서는 베나맛이 난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언젠가 밥을 싸주신 적이 있었는데 양이 많아서 일부 얼려놓았다가 김치볶음밥을 해먹었다. 그런데도 베나맛이 났다. 김치를 뚫고 나오다니 엄청난 존재감. 



5. 프릳츠 커피

프릳츠 플랫화이트를 맛있게 마시고 그날 잠을 못 잤다.



6. 내추럴 와인 - 라 스토파 세트 

어떤 소설을 읽었는데 너무 좋으면 그 작가의 전작을 다 읽는 것처럼, 와인도 하나를 마시고 너무 좋으면 그 와인메이커의 와인을 다 마시고 싶어진다. 작년에 마끼오나랑 캄포로마노에 반했고, 아제노를 놓쳐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올해는 세트로 사버렸다. 이래놓고 테이스팅 노트 안 쓴다는 게 함정. 

맨 마지막 스위트는 벌써 마셨는데 장미향이 확 풍겼고 소테른처럼 끈적하지 않게 적당히 달달했다. 렐작가님네 남기고 왔는데 이미 없겠지?ㅋㅋ 와인셀러 볼 때마다 아제노 2016 언제 따지- 하는 생각만 든다. 오늘 혼자 확 마셔버릴까...



7. 제 발로 찾아온 봄

좌) 예리 작가님이 보내준 티백 주머니를 입사하자마자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숨 좀 돌리고 싶을 때 마치 포춘쿠키처럼 랜덤으로 뽑아서 우려 마시곤 한다. 지난주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하나를 딱 뽑았는데 '다즐링 - 봄'이 나왔다. 봄 같은 차는 향긋했다. 

우) 회사 카페 메뉴에 아인슈페너가 생겼길래 별 생각 없이 시켰는데 봄이 같이 나왔다. 크림과 커피를 호록호록 마시다가 (식용)꽃도 살짝 뜯어 먹어봤다. 잔디 뜯어 먹는 기분이라 나중에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꽃시장 갈 날을 헤아렸다.



그리고 마무리는 이슬아 작품집 속 스케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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