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방종, 그 애매한 간극
스타트업은 출퇴근이 자유롭다며?
주변에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들이 종종 스타트업 생활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경험을 녹여 이야기를 해주면, 항상 되물어보는 질문이 바로 출퇴근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유로운 출퇴근은 스타트업에서 일종의 복지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대기업만큼의 복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까놓고 말하면 돈이 없으니까. 그래서 한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물질적인 재화이외에 수평적인 문화, 자유로운 출퇴근, 개인의 자율성의 극대화 등을 가져가서 일하기에 편한 환경을 제공한다. 본인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대로 일을 함께 해나가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특히 개발직군에 계신 분들은 재택으로도 일을 많이 한다. 뭐,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디자이너나 마케터도 최근에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라는 개념처럼 오피스 이외의 공간에서 많이 업무를 처리한다. 그러다보니 가만보면 대부분의 지인들이 한 가지에 대해 많이 오해를 한다.
바로 자유로운 출퇴근, 그중에서도 ‘자유’에 관해서다.
스타트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규모로 이루어진 팀의 경우는 처음 들어갔을 때 사수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 또 다양한 직군이 모여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도 어렵다. 정말 일을 안 하려고 하면 한없이 안 할 수 있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출퇴근도 마찬가지다. 일찍 나오든 늦게 나오든 스케줄을 컨트롤하는 건 스스로다. 다른 누구도 내 업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오롯이 내가 나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연히 좋다, 쉽다고만 하기에는
정말로, 이 자유라는 것은 어렵다.
굉장히 어렵다.
자유라곤 없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졸업하고, 대학을 오니 펼쳐진 것은 드넓은 들판과 같은 자유였다. 처음 대학생이 됐던 스무 살의 일 년은 그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며 방황했다. 지난 20년 인생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광활함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았던 삶과는 정반대로 한없이 주어진 자유 앞에 한참을 방황했다.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도 모두가 내 선택이었기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
선택
결국 자유란 선택의 문제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짊어질 것인지. 그 점에서 자유와 방종은 다르다. 학교든 직장이든 자유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와 방종을 착각하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자유는 지켜야 할 교칙이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 타인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진짜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그 마음가짐이 진정한 자유일 것이다. 본능이나 욕구보다는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하며 참아낼 수 있는 것. 보다 이성적으로 삶의 계획해 나가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책임과 의무를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출퇴근이란 것도 이런 기본적인 책임 의식을 기저에 깔고 있다. “일찍 퇴근했으니까 더 놀 수 있겠다, 개꿀!” 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성향이라면 스타트업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빠른 성장을 이루어내야 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한 번 사는 인생 대충 살기엔 너무 아깝다. 놀 거면 제대로 놀든지. 일할 거면 제대로 일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