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아래에서 그가 몸을 일으켜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오자 객석에서는 낮은 탄식과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의 곱슬진 머리카락과 흰 피부, 미소를 머금은 입술. 곧고 높은 콧대 사이로 핀조명이 만들어낸 음영은 잘 생긴 그를 우수에 차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준비한 곡은 오 솔레미오입니다."
자신을 팝페라 가수라고 소개한 남자는 정말로 수줍음을 타는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음향에 문제가 있었는지 마이크 하울링과 반주 CD의 잡음때문에 관계자들이 무대 뒤에서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고 이게 뭐람.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네.
남자는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보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노래를 이어갔고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는 말 할 때와는 달리 강하고 묵직하여 꽤나 깊은 울림이 있었다.
한 곡을 무사히 마친 그가 객석의 반응을 살피는 듯 눈을 떴다.
환호와 박수 소리에 자신감을 얻은 걸까. 남자는 이가 보이도록 환하게 웃으며 농담인 듯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제 노래가 마음에 드셨다면 유튜브 채널 좋댓구알, 아시죠? 하하하......"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
비좁은 강당 바닥에 의자도 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부모들과,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허술한 무대 위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남자도 한 때는
팬텀싱어같은 무대를 꿈꾸었을까.
하지만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자체가 나의 오만이고 그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 아닐까.
이 순간, 그 자신이 행복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