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페이즈망(dépaysement)이란 용어는 '위치를 바꾸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나라나 정든 고장을 떠나는 것’을 의미하다가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일상적인 관계에서 사물을 추방하여 이상한 관계에 두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어떤 물건을 맥락과는 상관없는 이질적 환경으로 옮겨서 본래의 성격을 지우고 물체끼리의 기이한 만남 등을 연출하여 강한 충격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나무위키 참조)
‘어디서 왔을까?’
싱크대의 작지 않은 달팽이 한 마리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다 마신 커피잔을 치우러 간 아내가 제법 큰 소리로 불렀다.
가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 씽크볼에 붙어서 천천히 이동해 가고 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선배의 주말농장에 갔다가 얻어온 상추에 붙어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달팽이는 시속 9.23m를 간다는데 (이걸 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심지어 이 수치는 달팽이 달리기 대회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란다 ㅋㅋ) 60km도 넘는 길을 여행을 해 왔으니, 이 달팽이는 빠른 이동을 위해 다른 동물들을 길들여 이용하는 법을 터득한 진화에 성공한 것일까?
싱크대에서 살짝 들어 올려 물기 묻힌 휴지에 올려놓으니 아주 건강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빛의 속도(달팽이의 입장에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그늘 속 풀 숲에 놓아주고 온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 패닉의 “달팽이”중에서
여유로운 아침 달팽이 한 마리가 일깨워준, 세상 끝 바다까지,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영원히 가고 싶은 우리의 꿈을 응원하며, 우주라도 뚫고 나갈 것 같이 빠르게 쏘아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나는 영원히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