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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날씨 Dec 08. 2021

생각이 시끄러워

밖에서 방전되는 사람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를 돌아볼 능력이 없다





차근차근 전후관계를 따져 생각을 정리할 수 없고

시간을 보낼수록 정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만 간다.





어릴 땐 그게 엄청 심했다.

그래서 가만히 듣는 쪽이었고

비디오 녹화하듯

머리 속에 차근히 모두 기록했다.




그리고는

전후 관계,

원인과 결과,

내포된 의미

같은 것을

모든 확률로 따져 생각한다.


이해될 때까지.




믿어질까?




여러 가지 주제의 생각을

한 번에 끊임없이 하느라

'생각이 시끄러워서'

잠을 잘 못들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복을 입고 다닐때까지도.




커가면서

중요하지 않은 말을 버리고

중요한 말을 골라 기억하는 법을 익혔고

보통의 어린아이가

알아들을 필요가 없는 말들이었단 걸 깨달았다.




착한 아이

똑똑한 아이

말귀를 잘 알아먹는 아이

엄마 옆의 인형처럼 얌전한 아이




그런 칭찬을 받던 아이는

사실

모든 말들을 끌어모아

스스로 상처를 내고 있었다.




'괜찮아, 아무일도 아니야.'

라는 말은 믿지 않았다.

네댓살된 나이에도

어떤 일인지 다 이해하고 있었을 만큼.








활발한 모습으로 위장하고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닌 오늘 같은 날




따끈한 물에 씻고

노곤히 기운이 빠진 채

살짝의 열감을 안고 누우니

침대와 이불 속이 정말 평화롭다.




30대가 됐어도 생각이 많아

머리 속이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잔잔한 연주 음악을

제일 작은 소리로 켠다.




음악을 따라

스르르 잠들기를 기다린다.




오늘도

생각이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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