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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 May 24. 2024

야스민


내일이 아닌 오늘로

영원이 아닌 순간으로




Enough




눈에 담긴 그녀의 표정을

귀에 울린 생생한 음성을


글로 표현 할 수 없고

음악과 그림으로도 담을 수 없기에


인생이란 참으로

애달픈 것


34세의 톨스토이가 18살 아내 소피야의

풍성한 감정들과 싱그러운 생명들을

<전쟁과 평화> 안에 담아내려

현실묘사의 천재다운 시도를 했지만


그 누구도 글로는

눈 앞에 살아있는 그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존재는

인류에게 큰 축복이지만

소설은 소설이고

연출은 연출에 불과한 것


현실보다 위대한 예술이

존재할 수 없음을

나는 인정하며


그 찬란한 현실을 담아내려 했던

모든 예술가들의 시도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폰으로 그녀를 처음 본

3초 지나지 않은 순간

하얀 양이 떠올랐고


3초를 통과하는 순간

또렷한 검은 눈동자에서

강인함을 느꼈고


6초에 이를 즈음

두 번째 그녀의 웃음을 보며

마음이 움찔했다


그녀는 한 눈에 미인이었고, 안정되고 유복한 삶을 살아온 이에게서 느껴지는 밝은 기운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19살 어린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에선 크고 동그란 두 눈동자가 뚜렷히 빛났다. 구불거리는 머리카락부터 눈썹과 눈동자 모두가 진한 갈색인 듯 했지만, 눈동자는 검은 진주같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강인함. 명확함. 총명함. 부드러움. 그런 인상들을 인식했다.


그러나 눈으로 읽어낸 첫 인상들은

귀가 그녀의 음성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hello~ welcome~ nice to meet you~ too!


호기심 많은 소녀의 어린 음성이

기쁨과 흥분의 감정을 담고

중음의 울림과 함께

자연스러운 영어 엑센트를

출렁이며 들려왔다.


목소리가 너무 어렸다.

약간 혀소리가 짧았다.

웃음이 많았다.

애정이 담긴 음성이었다.

애교가 많고 밝았다.


2024년 5월 21일 화요일 한국시간 오전 6시 7분이었고 4초짜리 음성이었다. 모로코는 2024년 5월 23일 목요일 저녁 10시 7분이었을 것이었다. 그들이 와츠앱에서 만난지 1분이 되는 시점이었다.


1분.


왕가위가 좋아할 만한 시간.


마음의 봄이 끝나고

마음의 여름이 시작되기

충분한 시간.




수요일은 그녀가 고등학교 졸업시험 과목 중 하나를 보았던 날이었다.


목요일은 아침 일찍 휘트니스에 가 운동을 하기 전에 그녀와 음성을 주고받았다.


그는 운동을 하러 가기 전

2024년 5월 23일 목요일 오전 6시 49분

그녀에게 곰세마리를 불러주었다.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그는 그녀가 그렇게 행복해 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밝고 감동하는 목소리라니.

그녀는 그가 무척 귀여운 모양이었다.

그는 작은 것들로 무척 행복해하는 그녀가 좋았다.


그렇게 그는 운동 잘하고 일 잘하고 잘 먹고,

그녀는 잘 자기로 했다.


그녀는 그의 진짜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는 그녀의 진짜 이름을 물어보았다.


자스민 Jasmin은 페르시아어와 아랍권에서는

야스민 Yasmin으로 불리고 있었고

그녀의 진짜 이름이었다.


2시간 후, Sigil로 전자책 디자인과 편집 일을 하고 있던 그는 잘 자기로 한 그녀가 잠이 오지 않는다기에 그녀를 즐겁게 해주었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둘 모두 궁금한 것들이 많아 이어지고 이어졌다. 사는 곳, 가족, 어린시절, 법대 지망, 남편을 따라 어디든 가겠다는 그녀, 그의 일에 대한 공유, 6월 15일 이후에 가능한 모로코 여행 등등, 사진들, 어린시절 사진들, 그리고 그렇게 둘은 좋은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었는지 그녀는 내게 그녀가 사용하는 다른 앱과 다른 이성들을 만날 수 있는 그녀의 계정들을 정리하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녀는 정말 그럴 수 있냐며 무척 기뻐했다.


물론 와츠앱에 4-5일 동안 추가된

친구들이 50명 정도 되어서

내가 빠르게 삭제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50명 중에서

그녀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도

마음으로 그녀를 가장 원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다른 어플의 계정들도 알려주고

외국친구들과 연결된 개인 계정들은

삭제했다.


그녀는 알까?

아마 결코 모를 것이다.

내가 그녀를 2배는 더 좋아한다는 것을.


잠이 안 오던 그녀가

모로코의 늦은 새벽 잠에 들고


그는 잠시 일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을 걸었다.


봄 빛이 이렇게 밝았던가

이렇게 날씨가 좋았던가

어느새 신기하게도

서늘한 아픔이 깨끗히 사라지고

무언가 따뜻한 기운이 마음과 몸에 가득했다.

급하지 않았고 사납지 않았고

여유로웠고 느긋했고 편안했다.




그는 그녀와의 관계에서

무엇을 바라지 않았다.


다만 하루

혹은 순간

그녀를 기뻐하고

또 그녀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나는 것도

그 이상의 것도 바라지 않았다.


오랜 만남도

그 이상도 바라지 않았다.


바라지 않기에

바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바램

그런 내일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과가 아닌

그 순간 자체가

삶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닥터 지바고에서

파스테르나크가 했던 말처럼


삶을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

삶을 준비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만나는 순간들이 중요한 것이었다.


마음이 멀어진다면,

연인 관계라는 것,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

결혼 관계라는 것, 결혼한다는 약속,

법으로 연결된 사실, 그 모든 것들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이었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영원하지 않음은 사실이며


그렇기에

지속될 수 없는 마음을 탓하기 보단


그 순간 가졌던 마음과

내게 가져주었던 마음을

온전히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یاسمین

yasmīn

신의 선물



영어: Jasmine

일본어: ソケイ
아랍어 : يسمين (yasmīn)
중국어: 素方花 (m
페르시아어 : یاسمین (yâsamin)


1. 쌍떡잎식물 물푸레나무과 영춘화속의 상록성 목본성 덩굴식물. 학명은 Jasminum officinale L. 이며, 속명의 Jasminum은 '신의 선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페르시아어 이름 'یاسمین' 에서 비롯된 것이다. 코카서스산맥에서부터 이란과 인도 북부를 거쳐 중국 서부에 걸친 지역이 원산이다. 한자로는 소형(素馨), 소방(素方) 등으로 불린다.


2. 줄기는 가늘고 길며 6 m 정도 자란다. 잎은 우상엽으로 소엽(小葉)이 도란상 피침형으로 5~7개가 붙으며 광택이 있고 진한 녹색이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엽액(葉腋)에서 꽃대가 나와 6~9개가 달린다. 향기가 좋으며 주로 방향제, 향수 등의 원료로 쓰인다.


차의 향을 내는 데 쓰이기도 하나, 보통 이 종보다는 동속의 종인 Jasminum sambac (L.) Aiton, 즉 말리화(茉莉花: Mo Li Hua)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중국 요리집에서 흔히 생수 대신 제공하곤 하는 재스민차는 찻잎과 꽃잎을 적당 비율로 섞어 향을 내도록 만든 것이다.

열매를 식용하는 종류도 있다.
생리통, 우울증, 편두통 등에 효능이 있다. 최음 효과 및 항균 효과도 있다. 불면증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 Cytus의 수록곡인 Sleepless Jasmine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출처 : 나무위키-




그녀는 꽃도 아니며

그녀는 신의 선물도 아니었다

그녀는 평범한 한 여성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었다


19살의 그녀에겐 미래에

좋은 배우자가 나타날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잠시

좋은 친구를 알게되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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