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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성 Jul 24. 2024

<L에게> 오서하 작가


    그녀와 막걸리를


    세상에 날아가지 않는 것은 없고

    나는 날마다 조금씩 멀어져서

    누군가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게 될 즈음 아마도

    태평양 한가운데 작은 섬에서

    붉은 고양이 한 마리와

    노란 뱀 한 마리와

    밤새 배 저어 왔을

    피리 부는 목동과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

    ...




목차

1. 오서하 작가님 - 추억과 소개

2. 작품 출판 이야기

3. 작품 소개

4. 서평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6. 예술에 대한 생각




1. 오서하 작가님 - 추억과 소개


    저의 자부심.


    제가 브런치에서 보여드린 꿈, 열정, 폭풍, 솔직함, 시간과 노력은 저를 믿어주신 작가님들의 인품과 정신과 작품으로 보답 받았습니다. 오서하 작가님께서 저를 믿고 제게 작품을 맡겨주셨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저를 자부합니다. (저를 믿고 아무런 보상없이 투고해주신 프로 작가님들께서 저의 가능성을 어떻게 믿고 기대해주셨는지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예술가 다운.


    옥상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처음 들었던 어린아이처럼 부드러운 말투, 넘치는 애교, 겸손함, 무심함, 예술가다운 묻지않고 믿고 맡기는 설렁함.



    프로.


    오서하 작가님의 원고를 받았을 때 기분이 떠오릅니다. 심원한 정신, 치열한 생, 다양한 문학 분야에 무엇을 써도 뛰어나실 글의 힘, 깔끔한 원고, 프로의식. 프로 작가님들의 원고는 깔끔합니다. 자주 출판을 경험하시거나 공모전에서 수상하신 경험이 있으신 작가님들의 투고 원고를 열어보면 원고 정리가 거의 완전하게 되어있죠. 네. 오서하 작가님은 프로 작가님이십니다.


    오서하 작가님께서는 일부 학교에서는 필독독서 목록에 올라갔던 SF동화 2021년 <나를 닮은 친구 A.I.>,  공공도서관 어린이 고학년 추천도서로 올라가고 있는 2023년 SF동화 <사라진 학교>, 2023 샘터 문예공모전 수상 <반품> 및 제45회 샘터 동화상 수상 <연두색 마음> 등의 작품을 쓰신 작가님이십니다.


https://www.kyobobook.co.kr/service/profile/information?chrcCode=1116721502



2. 작품 출판 이야기


    숨 쉬듯 자연스럽게.


    오서하 작가님의 원고 제목과 처음 목차는 지금의 <L에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작가님으로부터 원고를 받았을 때 이미 시집이 될 만큼 많은 양의 시가 모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투고 이후 출판까지 작가님께서 쓰인 시들은 특별히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제가 얼마든지 실험적인 형태의 시집 표지를 시도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셨습니다. 덕분에 작가님과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일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오른쪽 <L에게> 최종표지 형태

    



3. <L에게> 작품 소개


    오서하 작가님을 조금 멀리서 보아온 많은 독자들은 작가님의 <사라진 학교>와 같은 SF동화를 읽어보며 오서하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상상해 볼 것입니다. 그리고 오서하 작가님을 조듬 더 깊이 아는 이들은 <L에게>를 통해 작가님의 영혼이 느끼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생택쥐페리를 깊이 아는 독자들이 그의 작품들 중에서, 동화와 같은 <어린 왕자>와 함께 <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을 언급하듯 말이지요.)




    오서하


    나는 나를 몹시 사랑한다. 때론 애증 한다.


    쓰기를 읽는 것만큼 좋아한다. 더 좋아하는 것은 꽃이다. 그러나 결코 꽃이 되고 싶지는 않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꽃을 오래 본 날은. 시도 쓰고 편지도 쓴다.




프롤로그


"그 사람에게 전해주세요." 라는 문구를 일기장 겉표지에 새겨놓고 편지와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일기장은 강물이었으며, 산들바람이었으며, 거친 초원의 발바닥이었습니다. 나의 글은 자유로운 은어가 되어 산들바람을 타고 초원 위를 파닥이다가 밤이면 강물 속으로 침잠하였습니다. 어쩐지 시는 바닥까지 투명하지 않습니다. 의식은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아직 L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항상 편지는 돌아서 나에게 왔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모든 대상은 나로 돌아오는 길이며, 나는 그대이고 또 엘이었다는 것을. 강가에 서 있는 그대에게 하는 외침이었다는 것을.

    



에필로그


압니다.

당신이 얼마나 나를 기다렸는지,

저 어린 새의 떠는 심장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며

강물에 흰 꽃잎이 흐를 때마다 막막한 흐름에 대해 손꼽아보았을지

당신, 팔뚝의 그 파란 힘이 맥없이 떨리고

몇 번을 계단에 앉아 몇 개의 기차를 바라보았을지 압니다.


하지만 나는

기대고 서 있을 나무를 잃어버린 작은 짐승인 채로

당신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황혼의 내가

이제 화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수수한 잎들로 사랑과 詩를 노래할 수 있을까요?


행간을 비우고

오랜 시간의 타래를 풀어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될까요?


아직 이곳에 눈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당신의 이름 앞에 그립다는 말을 넣을 수 있게 될까요.


앞으로 나는.




4. 서평


    제가 <L에게>에 대해 쓴 다양한 서평들 중에서 교보문고에 등록되어 있는 아래의 서평을 실어놓습니다.




    오서하 시인의 첫 시집 <L에게> 전문을 첫 번째 독자로서 읽어 볼 수 있던 것은 편집자로서 특권이자 영광이었다.


    시인은 67편의 시를 썼으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또한 산문 형식을 띈 시로 썼다. 총 69편의 시가 실린 <L에게>는 분량 면에서도 시의 수준 면에서도 오서하 시인의 첫 시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시인은 이 시집에 실린 여러 시들에서 L을 부르며, L에게 시와 편지를 써 보낸다. L이 누군지는 베일에 쌓여있다. 모든 시인들이 그러하듯 시인은 L이 누군지에 대해 함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L은 시인 자신도 독자 자신도 그 누구도 될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이 이 시집의 진실이 될 것이다.


    시인이 노래하는 시의 색色은 소녀의 색色이며 여인의 색色이기도 하다. 시인의 언어가 그려낸 세계는 한국 서정시의 미각을 돋군다. 한국 현대시, 특별히 2010년대 이전 한국 서정시에 대해 의미있는 평론이 가능한 이가 있다면 오서하 시인의 시를 읽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서하 시인의 첫 시집에 실린 시들 중에는 익숙한 듯 다르며, 그럼에도 확실히 좋은, 수준 있는 시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첫 시집 <L에게>에 대해 마지막 짧은 말을 남긴다면 이 말을 남기고 싶다.


    "오서하 작가는 시인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 강 가 2024.06.03 -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강가는 눈부셔야겠습니다. 시인의 눈이 틀릴리 없기 때문입니다.




6. 예술에 대한 생각


    죽음에 이르는 병만큼은 안된다.

    예술가는 다른 병으로는 죽지 않는다.

    희망이 있는 한, 예술가는 죽어도 죽음에는 이르지 않는다.    




    왕오색나비를 그리며


    나는 마루 끝에 있었고

    나비는 울타리를 넘나들었다

    가볍고도 눈부셨던 날개

    바람을 치며 사라지곤 하였는데

    꿈에  왕오색나비를 보았다




    그 사람         

                           

    그 사람,

    자조하던 눈빛

    술잔보다 먼저 가슴에 앉아버린 사람

    저 듬성듬성한 마당을

    소문 없이 채우는 빗물 같던 사람

    비는 맨발로 걸어오고

    사랑은 빈손으로 온다던 사람

    너는 자유로우나 너무 가벼워서

    바람 따라 달라지는구나

    벼이삭처럼 웃던 사람


    생명처럼 단순하고

    순수처럼 복잡한 것이 어디 있을까

    눈을 뜨면, 거기 있을 것 같고

    눈 감으면 내려앉을 것 같은 사람

    문득, 솜처럼 무겁게 젖어버릴 것 같은 사람

    날개처럼 일어설 듯 한 사람

    태평양 섬에서 미역지붕이고 살자던

    탱자 속 같을 못 미덥던


    그 사람


    세상은 통째로 보고

    하늘은 실눈으로 보라던 사람

    강물 속으로 물구나무서다가

    이내 밤비둘기처럼 울던 사람

    멀리 마음속으로 달아난


    그 사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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