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함께 책을 만들었던 작가님 한 분 한 분에 대한 인상들을 떠올리는 이 시간이.
오해영 작가님과의 첫 번째 만남은 동네의 작은 카페였습니다. 신이나 있는 청년과 청년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의 작가님이 마주 앉아 미국과 중국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작가님의 외모와 그 모든 인상은 자세히 표현하지는 않겠습니다. 웃음이 참 아름다우신 작가님께서는 맑은 삶을 살아가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작가님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우리는 버섯전골을 먹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아내분과 남미 여행을 다녀오신 후였죠. 그때 제가 "작가님 부럽습니다. 아내분을 만나 그 세월을 지내오신 것이." 라는 내용을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둘은 식사 후 이디야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작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편집자라는 일을 하다보면 작가님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를 하며 글로는 다 알 수 없는 한 작가님의 다양한 성품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 부분이 참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아름다움. 맑은 물. 단정함. 건강함. 견고함. 신뢰감. 욕심이 없으심. 놀라움.
제겐 <독수리와 용>이라는 책 너머에 그러한 인상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 일부 담아보았습니다.
책 속으로
08 | 미국과 중국의 문화 패권 시대에 새로운 설화를 기대하며 (<독수리와 용> 본문 일부)
패권국가는 그 국가가 가진 패권의 행사나 유지 수단이 있는데 사용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수단이 군사력이고 다음이 경제력이다. 이 군사력과 경제력 수단의 최종효과는 문화 방면에서 나타나며 이 문화가 다시 패권의 기반이 되어 그 패권국가의 군사와 경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게 해준다. 전근대 시대 중국은 우리 선조에게 군사와 경제를 기반으로 패권을 행사해 왔으며 그 결과 우리는 중국의 정치, 사상, 윤리 등을 닮으려고 노력해왔다. 해방 이후는 정반대로 미국의 문화를 배우고 추종하여 미국의 것들이 우리 삶의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오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굴기하면서 2010년대 이후 미국과 중국이 여러 방면에서 패권을 겨루고 있다. 즉 미국은 유일한 패권국가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 하려고 치어 오르고 있는 중국을 사생결단으로 밟아 내리고 중국도 미국의 유일한 패권국가로서 지위를 훼손하고자 결사적인 대결을 펼치고 있다. 두 강대국은 주변의 나라를 자기 패권하에 두려고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의 첨예한 대결의 현장이 잘못하면 우리 한반도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도래하지 않으면 좋겠으나 우리 자신만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이들의 의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음이 현실이다.
만일 그러한 사태가 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과서적으로는 우리가 일치단결하여 외세의 부당한 요구에 결단적인 대항과 행동을 하면 될거다 라고 주장을 할 수 있으나 우리 현실은 그런 상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남북한이 서로 사생결단하려는 관계로 돌아서고 있다. 우리 내부도 정치적으로는 나만 옳다는 보수와 진보의 순종주의 싸움, 경제적으로는 부의 지나친 편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기울어진 경제적 운동장에서 삶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남의 불행을 모면하거나 멸시를 보내는 자생력이 없는 공동체 등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제를 푸는 방법은 뭘까?
우리가 그간 수천 년의 역사에서 겪고 극복한 위험 대처 유전자를 믿고 다음으로 우리 조상 특히 백성들이 만들어 전파해온 설화를 다시 봄이 어떨까 한다. 중국인이 나오는 설화를 보면 우리 설화 층은 아무리 강한 상대도 어렵지 않게 물리치거나 아니면 상대하는 방법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중국인 설화는 문화의 잡종강세 유산이다. 이 설화는 전근대시대 절대 강자인 중국과 중국인을 소재로 한 융합 문화인 것이다. 또한 설화가 만들어져서 현재까지 전래됨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은 증거이다. 따라서 중국인이 나오는 이 설화를 그냥 피지배층의 넋두리라고 평가절하하지 말고 우리 조상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만들어낸 국난 극복의 서사라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책소개
< 아래로부터, 민중들로부터 흘러온 >
인류의 역사는 현재 밀레니엄 제3천년기의 첫 세기, 21세기 4분의 1 지점을 지나고 있다.
유구한 인류의 역사가 흘러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거대 제국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해왔다. 그러한 거대 제국들의 목록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이집트, 바벨론, 그리스, 로마, 오스만, 몽골, 영국, 소련, 미국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무수한 제국들이 거론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21세기 4분의 1 지점, 전세계 인구 약 80억명 지점에서, 우리는 국제정치질서의 수면 위로 떠올라 가시화 된 "오늘 전세계 최강 제국은 누구인가?"를 두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전쟁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동시에 전 세계의 수 많은 국가들은 어느 제국 곁에 서야할지에 대해 다양한 정치외교적 수단을 통해 암묵적인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까? 한국은 미국과 중국 두 거대 국가들 가운데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며, 어떠한 선택을 내려야 할까? 어떠한 선택을 내려야만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도모해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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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용>을 집필한 저자는 이러한 거대한 주제를 앞에 두고, 한국에 전해내려오는 '공자 설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설화, 구전(口傳)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는 힘이 있을까?
'부' '권력' '실용' 등 실제 삶에서 물리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들이 언제나 중요했던 인류 역사속에서, '설화 :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는 언제나 작고 약한 힘을 발휘해왔을 것이다. 또한 그만큼 주목받지 못해왔을 것이다. 마치 다수이지만 권력 측면에서는 작고 약하다고 여겨졌던 국가의 민중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미중 패권 경쟁' 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앞에 두고, 작고 약한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설화' 를 통해 중요한 메세지를 전하려 한다. 저자는 '아래로부터, 민중들로부터 흘러온' 설화 속에 담긴 민중이 지녔던 지혜의 힘에 주목하고 있으며, 또한 '역사란 왕과 지배계급에 의해서가 아닌 결국 민중의 힘과 지혜과 선택에 의해 변화되었으며 지금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는 역사를 보는 관점에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전해주려는 구체적인 메세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에서 전해 내려온 난감한 입장에 있던 중국인이 나오는 설화, 특히 '공자 설화'를 통해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려 한다. 저자는 과거 한국 민족이 중국 대륙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모진 삶을 살아온 역사를 주목한다. 그리고 "우리 한국 민족의 질긴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를 질문해보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공자 설화' 를 통해 그 힘의 원천을 찾아보고자 시도한다.
저자는 왕조시대 우리 민족의 지배계급들이 공자 사상을 받아들인 가운데, 오늘날의 말로 표현해 본다면, 국정운영과 국제외교를 감당해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가운데, 민중들이 공자의 설화를 만들어 현재 상황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견디고 대항해 왔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와 사회의 바탕인 한국 민족 민중들의 생명력을 공자 설화를 통해 알아보는 가운데,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가운데 놓인 한국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아래로부터, 민중들로부터 흘러온' 사고, 선택, 삶의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 강가 -
출판사 서평
본 저서는 귀중한 역사 자료로서, 또한 귀중한 문화 기록에 대한 의견으로서 중요한 저작물이 될 수 있다. 본 저서를 집필한 저자는 현재 지속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설화와 지명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저자의 귀중한 결과들이 세상에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본 저서에서 한국에 전해내려오는 '공자 설화' 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본 저서는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만 지니고 있지 않다. 저자의 서술 가운데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했던 '공자 설화'는 그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읽힌다.
또한 저자가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한국의 문화의 소중함'에 대한 관점들은, 많은 독자들이 세계화 시대에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미국 문화, 중국 문화, 외국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수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균형잡힌 시각에서 '외국 문화' 수용이 필요함에 대한 경감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밀레니엄 3천년시대, 21세기의 4분 1 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안개처럼 휩싸고 있는 이 시기에, 작가가 집필한 <독수리와 용>에 담긴 '공자 설화'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과 생각을 색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환기시켜보는 것은 유익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