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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성 Jul 25. 2024

<봉순이의 전원일기> 이정선 작가, 전희진 작가


청춘이 아름다운 건...미완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불확실성에 동참했던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고향..

사랑..

고민..

불안..

열등의식마저도..



목차

1. 전희진, 이정선 작가님 - 추억과 소개

2. 작품 출판 이야기

3. 작품 소개

4. 서평

5. 이정선 작가님에 대한 생각

6. 예술에 대한 생각



1. 전희진, 이정선 작가님 - 추억과 소개


10대 여학생 같은 앳된 목소리에 사실 놀랐습니다.


저는 방심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와 나이가 비슷하신 작가님이셨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웹툰 작가셨고 출판 경험이 많으셔서 이미 10년 전부터 출간을 시작하셔서 지금은 작가 경력이 10년이 되셨고 (덕분에 저는 작가님을 통해 인세와 출판 수입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계셨죠. 물론 이 모든 것은 비밀입니다. 작가님께서 신비주의이시기 때문이죠.




2. 작품 출판 이야기


2월에 완성된 원고를 받고 5월이 되어 전자책 제작에 들어갔던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원고를 읽으며 봉순이와 봉자언니의 매력에 푹 빠져 그려본 그림이 현재 표지로 되어있는데요. 나중에 <봉순이의 전원일기>는 제대로 된 표지로 바꾸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왼쪽부터 전희진 작가님 프로필, 2016년 출판되고 절판된 봉순이의 전원일기, 2024년 강가에서 출판된 봉순이의 전원일기


여러 이미지들을 참고했었습니다. 1960년대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참 정겹고 사랑스럽지 않나요 :)



<봉순이의 전원일기> 표지는 나중에 김유정 단편집 동백꽃처럼 디자인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2025년이 되면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희진 작가님께서 그려주신 이미지로 표지를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유정의 동백꽃, 십대 소녀 사진, 전희진 작가님이 그려주신 앞 뒤 표지 전체 이미지




3. 작품 소개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나중에 동네 가까운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셔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천천히 많은 도서관들에 납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말이지 봉순이와 봉자언니 둘이서 벌이는 기상천외한 행동들이란! 눈에 선하게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까르르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 흐뭇한 웃음을 참기 힘든 작품입니다.



목차

봉순이의 전원일기

- 1부 유년시절

- 2부 사춘기 중학생

- 번외편 : 봉자언니

단편 - 아름다운 시절



목욕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봉순이가 일곱 살….

국민학교 2학년에 다니는 봉자 언니가 땀범벅이 되어 집에 왔다.

잠시 후에 외출했다 집으로 들어서는 엄마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 지셨다.

“목욕들 좀 하자.”

엄마는 땀으로 얼룩진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뚜란(뜰을 뜻하는 황해도 지방의 사투리)에 우물이 있는데 엄만 어딜 가실까?’

엄마 손에 이끌려 가면서 봉순이는 의아했는데 말조차 하기 싫은

뙤약볕을 엄마는 하염없이 걸어가셨다.

교회 언덕을 넘어 작은 연못이 있는 서 마지기 논도 아니었다.

엄마가 발길을 멈춘 곳은 도룡동 동네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종생과 경계선에 있는 냇가. 바로 그 냇가 옆엔 봉순네 열 마지기 논이 있었다.

수안산 쪽에서부터 흐르는 물이 꽤 많이 흐르고 있었다.

길은 얼마 전 장마로 휩쓸려 내려갔는지 반쪽이 뚝 떨어져 나갔다.

어쩌다 지나는 사람들은 그 냇물에 깔려있는 돌들을 조심스레 밟고 지나다녔다.

엄마는 봉순이 옷을 벗기기 시작하셨다.

마지막 보루(?)는 싫다고 떼쓰는 봉순이를 한 대 때려가면서….

엄마가 봉순이 몸을 씻기는 동안에도 봉순이는 누가 오지나 않을까 도룡동 쪽을 수시로 힐끗거리는 것이었다.

마침 아주머니 두 분이 지나가셨다.

기겁을 하는 봉순이 몸을 엄마가 가려주시긴 했다.

‘그때… 엄마는 왜 집에 우물을 놔두고 먼 그곳까지 갔을까?’

그로부터 꼭… 일 년 후, 일 학년인 봉순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엄마, 아버지가 들에 나가셨는지 집안이 텅 비어있었다.

역시나 땀범벅이 된 봉순이… 불현듯 일 년 전 그 냇물이 생각이 났다.

봉순이는 또 뙤약볕을 지나 그곳엘 갔다. 그러나 좀 실망.

일 년 전 맑은 물과 넓은 냇가는 사라지고 좁은 도랑이 되어버린 곳에 물은 조금밖에 없었다.

아마도 허물어진 길을 만들면서 둑을 단단히 쌓은 모양이었는데

종생에 냇가가 없었던 고로 봉순이한테는 무척이나 맘에 들던 곳이었다.

아쉬운 대로 그냥 올 수 없었던 봉순이가 목욕을 하려고 옷을 벗으려는데 누군가가 도룡동 쪽에서 오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옷을 벗으려 하면 또 누군가 저 멀리 보이고….

결국, 봉순이는 냇물에 발도 못 담가보고 그냥 또 뙤약볕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희한하네


“봉순아! 우리 누가 멀리 나가나 내기할래?”

어느 날, 뚜란에서 바로 위에 봉자 언니가 오줌싸기 제안을 해왔다.

‘남자처럼 서서? 그럼 언니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구나….’

봉순이는 내심 놀랐다.

봉순이는 며칠 전에 이미 한번 해본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저녁, 어슴푸레한 앞마당에서 작은 오빠가 오줌 싸는 걸 우연히 본 봉순이가 오줌이 앞으로 쭉 뻗쳐 나가는 모양에 호기심이 발동했었다.

‘희한하네~!’

그때는 오빠 흉내를 냈지만 오빠처럼 되지 않아 실망스러웠었다.

봉순이는 그 사실을 봉자 언니한테는 얘기하지 않았다.

둘은 뚜란 하수구 앞에 나란히 섰다.

그 하수구는 부엌에서 나오는 물이며, 빨래한 물을 버리는 곳으로 언제나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언젠가 그 물이 어디로 흘러갈까 궁금하여 뒤따라 가봤지만 동네를 벗어나자 흐지부지 없어져 버려 실망한 일이 있었다.

봉자 언니는 자신이 있는지 오줌 싸는 요령까지 일러주었다.

“봉순아! 배를 이렇게 쑤욱 내밀어.”

봉순이는 모르는 척 봉자 언니를 따라 배를 쑥 내밀었다.

“내가 ‘시작’하면 해!”

봉순이는 무슨 경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금 긴장을 했다.

드디어 봉자 언니가 ‘시작!’을 외쳤다.

봉순이는 지난번에 실망스러웠던 것과는 달리, 작은 오빠와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봉자 언니는 지난번 봉순이가 처음으로 해본 것과 또 비슷했다.

“에이~~~”

봉자 언니는 자신이 실망스러운지 짜증을 냈다.

봉순이는 그때야 알았다.

오빠처럼 되려면 배에 오줌이 잔뜩 들었을 때 해야 한다는 걸….


싸움


“봉자 언니, 저 오빠하고 친해?”

내가 의아해서 물었던 것은 평소에 피차 말도 안 하고 지내던 동네 오빠(봉자 언니 동창)가 어느 날 봉자 언니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으응, 그게 아니구….”

그러면서 봉자 언니는 며칠 전 교실에서 있었던 싸움 얘기를 들려주었다.

청소 시간이었다고 한다. 사소한 일로 어떤 남자아이와 말다툼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 남자아이는 말싸움에서 밀렸다고 생각했는지 청소하려고 뒤로 미뤄 놓은 책상 위로 봉자 언니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봉자 언니를 향해 공격을 했고, 그 순간 언니의 손이 남자아이의 다리를 낚아챘다.

“잇, 쒜끼가!~”

남자아이는 교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그 이후 그 남자아이는 봉자 언니한테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고 한다.(쪽팔렸겠다 정말)

봉자 언니는 남자하고 싸울 때마다 시작 부분이 똑같았는데 일단 고개는 위로 쳐들고 눈은 강하게 상대를 쏘아본다. 그리고 양손은 허리에 갖다 대고는 가슴을 앞으로 쭉 내미는 것이다. 그리곤 예의 기선제압용 “잇, 쒜끼가!”를 외쳤다. 이 부분에서 기가 꺾이지 않는

남자가 없었다.

그러니까 동네 오빠가 봉자 언니한테 친절해진 것이 그 싸움 이후 였다는 말이다. 남자아이한테 이기는 봉자 언니가 이성 아닌 동성으로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대견해서였을까?

그 후로도 몇 번 남자아이들과의 싸움 얘기를 들었다.

겁이 많고 소심한 나와는 달리 봉자 언니의 배짱이 너무 신기하고 비결이 뭘까 궁금하기도 해서 어느 날 언니에게 물어봤다.

“언니, 남자애들과 싸울 때 안 무서워?”

봉자 언니는 무슨 비밀 얘기라도 들려주듯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야~ 사실은 무서워서 비명이 목구멍까지 나올 것 같애….”


동생이 무거워졌어


“봉순아~ 내가 서울구경 시켜줄게~”

마당께 행길 옆에서 할 일 없이 심심했던지 봉자 언니가 제안을 했다.

‘서울구경’이란… 상대방 얼굴을 통째로 들어 올려서 높게 멀리 보게 하면서 “서울 보여?”하는 것.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왜냐하면 이미 난 국민학교 3학년인데다가 예전처럼 몸이 가벼워서 봉자 언니한테 들릴 만큼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봉자 언니는 굳이 나를 들어 올리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결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 몸이.

봉자 언니는 숨이 차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시도했는데… 이번엔 삐쭉이 나온 돌 위에 날 세워놓고서였다.

결과는…? 마찬가지.

봉자 언니는 한숨을 쉬면서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아마도 예전 동생을 마음대로 요리(?)했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은 아닐까?

나를 업어서 옆으로 돌리기(봇짐처럼).

나를 안고 시장 그네처럼 빙빙 돌기.

걸레질 엎드려 하면서 말 태워주기.

자기 발 위에 내 발 얹어놓고 앞뒤로 걷기.

여름에 멍석 위에서 비행기 태워주기.

서울구경은 아주 드물게 가끔씩….

내가 얼마나 가벼웠던지 두 살 차이였음에도 봉자 언니는 나를 아주 쉽게 어린 아기 다루듯 했던 것이다.


세월 (1)


봉순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자 국민학교 때 그리도 더디게만 가던 세월이 어느 사이 봉순이 앞을 후다닥 앞질러 가고 있었다.

이제 학교에선 피할 수 없는 제일 선배가 되었고, 나이도 제일 많은 언니가 되었다.

‘그리도 어른스러워 보이던 3학년 언니, 오빠들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이라니….’

생각할수록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봉순이는 자꾸만 초조해지고 있었다.

“아유… 시간이 왜 이리 빠르냐. 지금 1학년 입학했음 좋겠다.”

봉순이의 푸념 섞인 말에 3년 내리 같은 반을 지내고 있는 선희와 옥선이가 맞장구를 쳤다.

“야~ 1학년은 무슨. 2학년만 되두 걱정을 안 하겠다!”

‘그러게, 2학년만 되두….

그러나 지금 다시 2학년으로 되돌리면 뭐가 달라질까.

봉순인 그저 세월만 지나가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지만, 세상은… 그게 아니었다.

중학교 3년 동안 봉순이에게 변화는 없었다.

국민학교 때보다 키가 좀 컸다거나 나이를 더 먹었다거나 하는 등의 원치 않아도 저절로 변하는 것 말고 그 달라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사실은 봉순이 자신도 알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봉순이가 들에 나간 엄마를 기다리면서 소틀재 언덕에서 바라보던 서울 쪽 높은 곳에 별처럼 반짝이던 신기한 불빛만큼이나 봉순이는 형상도 없는 신기루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세월이 좀 더 지나면 볼 수 있을까…?’


세월 (2)


벌써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맞고 있었다.

막 가을로 접어든 자연은 짙다 못해 음습해 보이는 숲에서 물기를 빨아들여 건조한 입술을 적시고 있었다.

“야~ 벌써 2학기라니….”

“아~ 2학년만 되두….”

“아니, 3학년 1학기만 되두….”

봉순이와 선희, 옥선이 일행은 여전히 가는 세월만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3학년 1학기 때도 똑같은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여전히 세월만 탓

하고 있다. 결국 시도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다….’

순간, 봉순이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야~ 우리 오늘 국민학교에 가볼래?”

“……………??!!”

“오랜만에 어떻게 변했나 보구… 선생님도 만나보구….”

봉순이의 의견에 선희나 옥선이도 동의하는 눈치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가는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는 가끔씩 국민학교 운동장을 찾아서 그네도 타고 그랬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우리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사진도 찍자!!!”

“사진? 야~ 무슨 사진까지….”

사진을 찍자는 봉순이 말에 두 친구들은 좀 별로인듯한 표정이었으나 봉순이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기억은 사라지게 마련이고 명확한 건 사진밖에 또 있나….’

세월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봉순이의 강력한(?) 의지였다고나 할까?

국민학교를 찾기에 앞서 대곶 사거리에 있는 사진관엘 들렀다.

키 크고 마른듯한 젊은 아저씨가 나왔다.

“아저씨! 조금 있다가 국민학교로 오세요.”

“왜?”

“선생님 계시면 같이 사진 찍을 거예요.”

“그래? 그럼 좀 있다 가마.”

봉순이는 그 사진관 아저씨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그 아저씨와 가끔씩 내다보시는 그 아저씨의 아버지가 너무 똑같

았기 때문이었는데 큰 키, 조금 마른 체구, 좀 구부정한 모습, 말투…

붕어빵이 따로 없었다.

사진관을 나온 봉순이는 기대감에 들뜬 마음으로 국민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곶초등학교


드디어.

봉순이 일행이 대곶시장을 거쳐 국민학교 교문에 들어섰다.

“야~ 운동장이 왜 이리 작아 보이냐!!”

“그러게. 옛날엔 엄청 커 보이더니….”

그랬다.

오랜만에 대면한 국민학교 운동장 크기가 우선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교 시간이 훨씬 지났는지 운동장엔 몇몇 아이들만이 집으로 가기 위해 운동장 가운데를 가로질러 교문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학교는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으나 왠지 봉순이 국민학교 시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시장 그네는 진작에 사라져 버렸고, 보지 못하던 놀이기구 한두 개 정도 새로 생기고, 그네나 철봉은 그나마 그대로인 것 같은데….’

그네와 철봉 사이에 은행나무는 다행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 멀리… 강당 역시 여전해 보였다.

“야~ 우리 강당에 올라가 보자!!”

강당 층층대 오르는 재미도 느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층층대 옆에 있던 쌍둥이 플라타너스 나무에 ‘수, 복’ 글자가 한자로 새겨져 있던 것이 그대로 있는지 궁금했다.

‘이참에 선희나 옥선이에게 보여줘야지….’

봉순이가 두 친구에게 나무에 새겨 있는 글자 얘기를 해줘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글자를 본 사람이 몇 안 되는 모양이었다.

셋은 강당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다.

“참… 예전엔 무척 높게 보이더니만….”

선희와 옥선이가 강당을 향해 계단을 오르는 사이 봉순이는 계단 중간쯤에 있는 그 플라타너스 나무를 확인하기 위해 옆으로 갔다.

나무 주변에 수풀들이 우거져서 곁으로 바짝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나무 기둥에 있던 글자가 사라져버린 건 확인할 수 있었다.

나무가 성장한 탓이었을까? 플라타너스는 몰라보게 커져 있었다.

달라진 모습에 새겨졌던(자연적이었던지) 글자까지 사라져버린 나무는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예전에 분명히 있었는데….”

푸념하는 봉순이를 두 친구는 여전히 의아해하며 쳐다볼 뿐이었다.

셋은 강당 안을 들여다봤다.

별로 변한 게 없었다.

무얼 했는지 바닥엔 무언가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문을 밀어보니 문이 열렸다.

살짝 안으로 들어가 봤다.

“참… 이렇게 작았었나?”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세월인데….

모든 게 작아 보였다.

운동장도.

강당도.

교실도.

아이들도….

우리들이 크긴 큰 모양이다.




교보문고에 실린 작품소개


청춘이 아름다운 건...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불확실성에 동참했던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고향..

사랑..

고민..

불안..

열등의식마저도..


<봉순이의 전원일기>는 이정선 저자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동창 카페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재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1960년, 1970년대 김포 대곶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봉순이의 유년 시절, 중학생 시절의 추억을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봉순이’는 2남 3녀 중 막내로 이미 유치원 시절에 첫 번째 사춘기가 올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시골 소녀이다. 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림, 글씨 쓰기 등 자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꺼이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봉순이의 감정은 세대를 넘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봉순이의 먹을 것을 뺏어 먹지만 잘 놀아주며 활발한 성격의 넷째, 봉사 언니와 부모님, 가족들, 친구들 가의 이야기는 시골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번외편 <봉자 언니>는 봉순이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봉순이의 전원일기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옅 볼 수 있다. 단편 소설 <아름다운 시절>에서는 풋풋한 시절의 순수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누구나 미성숙했던 시절이 있다. 유년 시절, 사춘기, 첫사랑... 지나고 보면 그때 고민했던 부분 조차도 정신적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였음을 알게 된다. <봉순이의 전원일기>는 세대를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년기, 사춘기 시절의 감정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4. 서평


교보문고에 실어놓은 서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세상엔 기가 막히게 매력적인 인물들이 있다. '봉순이'와 '봉자 언니'가 바로 그러한 인물들이다.

이정선 저자의 자전적 소설 <봉순이의 전원일기>는 한국의 향토적 언어를 솔직 담백한 문체로 풀어내며,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진 흥미진진한 79개의 에피소드들이 1부 유년시절, 2부 사춘기 중학생 시기로 나누어져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봉순이의 전원일기>는 재밌다. 이 소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소설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빼앗아 가버린다. 엉뚱하고 풋풋한 소녀들의 매력은 치명적이고, 소녀들의 놀라운 행동들과 생각들은 독자를 웃음짓게 할 것이다. 누군가는 책을 덮을 즈음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랄 만큼 말이다.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천방지축
봉순이와 봉자언니의 풋풋한 날들
김포 대곶 시골의 구수한 향취와 뭉클한 가족 이야기

끝으로 이 유쾌한 작품을 세상에 남긴 이정선 작가님에 대한 짧은 말을 남기고 싶다.

"이정선 작가님, 수 많은 책을 읽는 직업을 지닌 저이지만, 작가님의 이야기들은 잘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유정의 동백꽃처럼 말이지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쉽습니다."




5. 이정선 작가님에 대한 생각


저는 전희진 작가님으로부터 세상을 떠나신 이정선 작가님(봉순이) 아직 세상에 계신 봉자언니의 실제 사진을 받아보았습니다. 나중에 혹시 종이책으로 이 책이 나온다면 앞이나 뒤에 실제 그분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 실제 사진을 함께 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마치 제가 그분의 어린 시절을 경험했던 듯한 그들을 실제로 만나보았던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요?




6. 예술에 대한 생각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그녀는 나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는 말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이 세상에 더 있지 않을 때 그녀는 세상에 떠났다는 말을 합니다.


인간이 창조해낸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인간 자신의 몸으로 창조해낸

자녀가 아닐까요.


나와 닮았지만 내가 아닌 나.

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세상에 살아있는 내가 아닌 나.


형제자매는 어떠한 존재일까요?


제겐 3살 위의 누나가 있습니다. 제가 88년생 누나가 85년생입니다. 어릴때 저는 누나를 졸졸 따라다녔죠. 누나는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또 다른 가능성입니다.


나와 닮았지만 내가 아닌 나.

나와 다른 또 하나의 가능성. 형제자매.




봉순이가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곤 무슨 장난을 쳤을지, 씩씩한 봉자 언니는 오늘 또 누구와 무슨 일을 벌였을지 궁금한 마음입니다 :)


지금까지 봉순이의 전원 일기에 대한 짧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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