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걷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사서로 살았다.
33년, 도서관에서 책과 놀았다.
목차
1. 하람 작가님 - 추억과 소개
2. 작품 출판 이야기
3. 작품 속으로
4. 서평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6. 예술에 대한 생각
1. 하람 작가님 - 추억과 소개
한 지역의 제1호 사서이자 도서관 관장이셨던 작가님과 일하며 한 분야에서 책임자 자리를 감당해내신 분의 넘쳐 흐르는 에너지, 완전함을 추구하는 열정, 놀랍도록 겸손하신 태도, 끊임없이 배우시려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작가님과 통화를 하며 저는 출판인으로서 제가 사회에 공헌하길 바라는 책에 대해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출판 시장이 가장 큰 국가들의 <출판, 작가, 독자>에 대해 작가를 취재 보내고 그 국가에서 가장 큰 혹은 오래되고 권위있는 혹은 가장 새롭고 신선한 출판사, 그 국가를 대표하는 두 세 명의 작가의 고향이나 생가, 각 국가 독자들의 가정 집, 지하철, 버스, 공원, 도서관 등의 책 읽는 독서환경에 대한 사진들을 담아오고, 그것을 국가별로 시리즈로 묶어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까마득한 생각이었죠.
작가님과는 그러한 이야기도 나누곤 했었죠. 그리고 도서관 사서로서 반평생을 보내신 작가님의 경험과 시선이 궁금한 마음에 더 대화를 이어가곤 했던 것 같습니다.
까만 하늘을 바라보며 옥상을 걸었던, 작은 세상 안에서 큰 세상을 이야기했던, 그런 밤들이 기억이 납니다.
타오르는 열정을 서로에게 건네던 날들이었습니다.
2. 작품 출판 이야기
저는 작가님께 생생히 살아있는 글에 대한 말씀을 드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께서 마지막까지 탈고하여 주신 원고들은 한 권의 묵직한 책이었습니다.
책 표지는 아래와 같이 두 가지 모습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게 디자인 능력이 매우 부족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 당시에는 최선이었음을 기억해봅니다.
3. 작품 속으로
프롤로그
산티아고 입성의 날,
엄청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아르수아와 작별하고 기쁨의 언덕(Monte do Gozo)에 다다를 때까지도.
바람은 나의 몸을 날려버릴 듯 광분했고, 빗줄기는 자비 없이 무섭게 쏟아졌다. 나는 온 몸을 에워싸는 한기를 느꼈다. 그 모든 혼란 속에 아픈 발목의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바람의 광분과 빗줄기의 무자비함. 이 모두를 맨 몸에 얻어맞으며 한기로 떨려오는 육체의 고통을 느꼈다. 그 순간, ‘더 이상 나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웅크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향해 몸을 활짝 펼쳐 바로 세우고 싶었다. 쏟아지는 사나운 것들을 온 몸으로 한껏 안았다. 마음에 찌든 때와 영혼의 폐부까지 씻기는 전율이 느껴졌다.
그대로 쏟아지는 것들 한가운데 서서 눈을 감았다.
후련했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며 빗줄기와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시나브로 날씨가 맑아졌다. 산티아고대성당이 있는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발을 들여놓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제니퍼가 뛰어오는 게 보일 때부터 흐르던 눈물은 그녀를 끌어안는 순간 오열로 바뀌었다. 눈물은 힘들고 고생스럽던 기억을 씻어내고 있었다. 환희로웠다.
대성당 앞 곳곳에서 환성이 터지고, 축하 인사를 나누고, 너나없이 서로 축복하느라 분주했다. 나도 수 없이 만나고 헤어졌던 얼굴들과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긴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에서 기뻐하던 순례자들은 야곱을 따라서 순례길의 역사를 써왔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이다. 광장에서 기쁨을 나누는 순례자들이 축제 분위기에 젖은 이 순간을 역사로 쓰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이 길의 역사는 끊이지 않고 써 내려갈 것이다.
나는 오늘 최종 목적지인 성 야곱이 묻혀 있는 별빛 들판,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에 도착했다. 프랑스 생장을 출발한 지 34일 만에 이루어진 마무리이다.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을 들어서며 흘렸던 눈물은 환희였고, 수 없이 만나고 헤어졌던 얼굴들과 얼싸안고 나눈 축복은 진심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온 몸을 짜릿하게 했다.
나이 먹은 젊은이로 살아가며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맛이다. 이 맛은 길 위에서 깨어있는 자만이 알 수 있다. 길을 생명이라 여김은 이런 까닭이다.
앞으로도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은퇴한 안방마님이 아니라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이고 싶고, 기쁨을 찾는 기쁨으로 일상을 채우고 싶다. 이를 위해 새로운 나의 역할을 찾아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릴 것이며,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프랑스길’
저자는 순례길의 여러 갈래 중 ‘프랑스길’을 걷는다. 프랑스 생장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의 여정이며, 하루 평균23km씩 한 달을 걷는 장정이다.
‘길’
길은 사람을 선물하고 사람은 에피소드를 안겨준다. 세계의 풍경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사람과 삶에로의 성찰은 때로 진지하다. 현대의 길 위를 살아가는 시간과 길 위를 걷는 시간이 성찰속에 공명한다.
‘순례길’
순례를 느낀다. ‘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면의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다. 저자의 생각은 때로 독자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인문의 향기’
향기를 풍기는 삶이고 싶다. ‘인문의 향기’를. 저자는 인간과 문화와 가치를 논하는 인문의 향기들 중에서 ‘생명이 걷는다. 길은 생명이다.’ 라는 사유로 흐르는 가운데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간다. 그런 작가의 사유가 걸어가는 길은 독자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희열> 작품에 대해 많은 독자분들이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 전자책 부분을 아래에 첨부해놓습니다.
4. 서평
‘서두르지 않는 열정’
<희열>의 저자는 서두르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를 위해 살지 않는다. 오늘을 산다. 인생의 날이 오늘 하루임을 기억한다. 자신의 의지로 행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만난다. 세상, 사람, 순례자들과 통한다. 양보와 배려, 친구가 되어가는 시간들은 독자들에게 전해질 기분 좋은 선물이다.
진취적인 삶을 지향하는 저자는
‘기쁨을 찾는 기쁨’ 으로 일상을 채워간다.
저자의 열정은 독자에게 스며든다.
세월과 함께 그대의 행복을 바란다.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그 열정이 진한 작품으로 태어나기를.
힘있는 작품이 날개를 달고 태어나기를.
희열 속에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한해를 열어젖히시기를.
6. 예술에 대한 생각
예술은 열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심장에는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물론 예술은 생계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힘겨움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예술은 예술이 되어가며 예술로 입증되어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한 어려운 예술의 길 속에 마음의 힘이 되어 줄 열정적이고 용기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일 또한 예술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