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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성 Jul 31. 2024

<양과 지팡이> 권길주 작가


자신의 화첩에 수백 장의 뭉개진 보라빛 덩어리는

결국 그녀에게 한 생명으로 피어나는 꽃이었다.

ㅡ 금지된  섬에  봄이 왔다. 중에서 ㅡ



목차

1. 권길주 작가님 - 추억과 소개

2. 작품 출판 이야기

3. 작품 속으로

4. 서평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6. 예술에 대한 생각



1. 권길주 작가님 - 추억과 소개


작가님과 참 오랜 시간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종교와 영혼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KBS 방송작가로 지내시던 시절과 소설가로서 지내고 계신 오늘의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저를 깊이 믿어주셨습니다. 제게 지혜와 재능과 힘이 있다고 믿어주셨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제가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는지 돌아보면 참 신기한 날들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들이 마음에 품고 있던 낭만적인 꿈의 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지혜와 힘의 길을 잘 헤쳐가길 소망해봅니다.




저자

권길주


시인, 방송작가, 소설가이다. 시를 사랑하다 20대에 시인이 되었고, 방송을 좋아하다 방송작가가 되어 15년을 보냈다. 휴식기를 가진 후 현재는 소설을 쓰고 있다.

경력
KBS 방송작가 활동.
KBS 라디오 방송프로그램 기획상 수여.
문예진흥기금 (시부문) 천만원 수혜.
시집 <사막에서 별까지> 출간.(2000년)




2. 작품 출판 이야기


4월의 폭풍 속에서 저는 작가님께 강가 출판사의 존립이 어찌될지 알 수 없어 출판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6월에 다소 안정이 되자 작가님께서 출판하고자 하셨던 단편소설 <양과 지팡이>를 전자책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권길주 작가님과는 <양과 지팡이> 전자책에 대한 것 보다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과 논의 그리고 작가님께서 무게감 있게 집필하고 계셨던 <방개아저씨> 이야기와 그 이후 계획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2월에서 6월 사이에 있었던 추억들이기에 내내 봄이었고 정말로 화창했던 도서관 공원과 쾌적한 도서관의 공간들이 눈 앞에 선합니다.





3. 작품 속으로




작가의 말


단편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책상 밑에 소설책을 감추어 놓고 읽었던 그 시절을 지나, 40이 되어 다시 단편소설들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서 지냈다. 그러다 언제가부터 외롭거나 홀로 있을 때 단편 소설을 써 왔다. 그리고 이렇게 단편 소설집을 묶어 전자책으로 첫 얼굴을 내민다.


바다에 올 때마다 바다가 좋듯, 내 소설들이 독자들에게 바다처럼 시원하고 아름다운 글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7개의 단편 소설


1.  내가 잡은 꿩은 어디로 갔을까

2.  금지된 섬에 봄이 왔다

3.  양과 지팡이

4.  방개아저씨의 사월 

5.  솔로몬 왕의 연애편지

6.  수정치과

7.  구레네 사람 시몬을 아시나요




내가 잡은 꿩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밤엔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었는지, 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 풀숲에 이슬이 음표처럼 상쾌했다.


    나는 하모니카를 불때마다 '아빠하고 나하고 앉은 꽃밭에 ...' 라는 노래를 잘 불렀는데, 그 노래가 하얀 얼음 구슬 같은 이슬을 보자, 내 입에서 저절로 흥얼거리며 나왔다. 


    그날은 내가 학교에 지각한 날이였다. 유월 아침의 풀잎을 손으로 매만지며 이슬을 신나게 털면서 나와 내 친구 연이는 책가방을 이리 둘러메고 저리 둘러메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내년이면 6학년에 오르면 졸업이다 보니 책가방은 가방 끈이 나달나달 하지만, 그래도 빨간 이 가방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유일한 책가방이다. 아버지의 작은 아버지이신 작은 할아버지가 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할 때 선물로 사 준신 가방인데 그 날을 학교 다니는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1964년 3월에 난 그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것이니 그 시절 시골에서 빨간 책가방은 거의 보물이나 다름없는 신적 존재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빨간 책가방을 잃어버릴까봐 쉬는 시간에도 끌어안고 있었던 적도 있는 가방 이였다. 그런데 내가 그 가방에 꿩을 잡아 가지고 학교에 갈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


    나는 주저 하지 않고 꿩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연이를 못 따라오게 하고 최대한 낮은 포복을 했다. 그리고 손으로 꿩을 잡으니 뭉클하고 따듯한 새의 깃털이 잡히고 두 손을 포개서 안으니 희안하게 꿩은 날개를 푸드덕 조차 안하고 가만히 내 손에 잡혀 작은 내 가슴에 안겼다. 새의 몸이 따스하고 작아서 난 가슴이 새가슴처럼 떨렸다.


“야, 잡았다. 잡았어”




금지된 섬에 봄이 왔다


    섬은 고요했다. 유 교수에게도 금지된 봄이 왔다. 유 교수의 마음이 오랜만에 아주 깊은 속죄의 껍질을 벗고 해방된 자처럼 먼 수평선을 건너가고 있다.


...


    유 교수가 준희에 체온을 느끼기 위해 아들의 등을 가만히 쓸어본다. 유 교수는 아들 준희의 휄체어를 바닷물이 좀 가까이 보이게 서서히 밀어준다. 섬 한가운데 바닷물 위로 은빛 물고기 떼가 공중 곡예를 신나게 하는지 멀리서 날개를 파닥이는 새처럼 몸을 위로 솟구치며 날아오르듯이 날개 짓 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


    라일락꽃을 덮고 있는 여대생들의 나체도 몇 편 있었는데, 그런 그림들은 이상하게 탐닉을 그리워하나 절대 탐닉을 하지 않는 절제가 숨겨진 신부님의 속내처럼 거룩한 빛까지 느껴져서 재숙은 도대체 이런 그림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며 속으로 감탄을 한 적도 있었다. ’


...


    재숙이 오늘 밤에 본 유 교수는 자신이 해야 할‘공인된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금지된 것’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재숙은 밤의 공포와 비밀의 정원 안에서 벌어진 미친 황소의 서커스 같은 이상한 공연을 보고 오는 어린 아이처럼 유 교수의 선량한 눈빛이 네온사인에 겹치며 수많은 차가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것이 무서워서 학교 앞 네거리에서 한 발자국을 움직이지 못한 채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기만 했다.


     그 순간은 그녀에게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멈추어 버린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전에 그녀는 온데 간데 간 곳이 없었다. 


...


그날 밤 그 남해 바다의 섬 해안가에는 작은 조약돌 세 개가 달빛에 반짝 반짝 빛을 내며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양과 지팡이 


    오후 세시, 아라비아 광야의 태양은 온 몸에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 따갑게 느껴졌다. 바울은 사막에 앉아 다시 무릎을 꿇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사막의 한 가운데서 그는 간절히 예수 그리스도를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극심한 탈수 현상으로 그의 고개가 푹 하며 저절로 무릎 아래로 떨구어 졌다. 그때 하늘에서 강력한 놀라운 빛이 임하면서 그의 눈이 순식간에 장님이 되었다가 다시 비늘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


    "젊은이는 이름이 뭐요?”


    육십 대쯤 보이는 늙은 남자가 바울의 이름을 물었다. 그는 실제 나이가 오십 삼세였으나 천막을 치는 험한 일을 하러 다녀서 그런지 나이보다 훨씬 늙고 피부가 거칠어 보였다. 그러나 그 늙은 남자의 눈에 바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그 눈빛에서는 어떤 이상한 힘이 들어 있는 광채가 순간 스쳤다.


...


    "나는 드리오라고 하네, 그리고 이 젊은이는 테오라고 하지”


    “나는 지금까지 30여년을 천막 장사를 하면서 살아왔다네. 일찍이 십대부터 천막 치는 일을 배웠으니까, 이 젊은이는 삼년 전에 나를 만났지."


...


    세 남자는 오아시스에서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사막을 걷기 시작했다.


    “이봐 청년 자네는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는가?”


    노인이 갑자가 사막 한 가운데에서 ... 질문을 던진 것이다.


...


    언제나 무슨 일이든...... 큰일을 이루는 것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이 되듯이 그렇게 물방울 하나부터 시작해서 물줄기가 모여야 하고 그 물줄기가 작은 강이 될 때까지 서로 모여 합해져야 작은 강도 흐르는 법일세, 그런데 큰 강이 되려면 얼마나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야 큰 강이 되어 모이겠는가? 물방이 모이고 모이듯이...




4. 서평


    조금 지나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작품들이 있습니다.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습니다. 2024년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2025년은 눈부실 예정입니다.




6. 예술에 대한 생각


    쏟아부을 수 있는 힘이 있으나

    당위와 책임에 매여 있을 때

    영혼은 깊어진다.


    위대한 것은 작품인가

    아니면 영혼인가

    영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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