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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십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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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Mar 11. 2024

오십이 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

유튜브를 시작하다.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온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막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할 무렵이고 친정엄마도 많이 편찮으셔서 간호할 사람이 필요했다.

직장을 그만둘 명분과 이유는 분명했고 필요했다. 그냥 그만 두기에는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았다.


처음 실직했을 때는 정말 좋았다.

아침 시간이 여유롭고 아이들을 다 챙겨 줄 수 있고 친정엄마도 케어할 수 있어 모든 게 좋았다. 그 기쁨도 잠시 코로나가 터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붙여 있고 요양 병원에 계시던 엄마는 면회조차 되지 않았다.

코로나로 모든 일이 멈춰버렸다.


15년 가까이 직장생활로 경제 활동을 하던 나는 일상이 멈춰 버림과 동시에 자존감이 바닥나고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특히 경제 활동을 못한다는 것은 오랜 사회생활을 한 나의 자존감을 무너트렸고 남편의 경제활동에만 의존해야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막연히 오십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적이 있었다.

막내를 낳은 그때 오십이 면 뭐든 다 되어 있고 척척 이루어 놓고 여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오십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아무것도 없이 오십이 될 것 같았다.


우연히 보았던 TV프로에서 신사임당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유튜브에 대해 얘기하는 걸 봤다.

그때는 나는 유튜브를 본 적도 없고 아이들에게 보지 말고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경제활동이 필요했던 나는 무엇에 끌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돈이었던 것 같다.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필요했다.

유튜브에 영상을 찾아 공부하고 편집하는 방법을 배우도 하니 일상이 재밌어지고 삶이 활력이 생겼다.

그래 단돈 30,000원이라도 벌어보자.

처음 영상을 업로드할 때는 정말 떨렸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영상을 업로드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영상을 업로드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을 봐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혼자만의 착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경제활동만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자리에서 보람된 일을 하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 깨달았다.


막상 오십이 되고 보니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의 소중한 날들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좋고 뭐가 되지 않더라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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