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기1
회칠이 누렇게 변한 낮은 돌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이 멀리서 손짓하고 있었다. 마치 화가가 푸른 언덕 사이로 작고 하얀 얼룩을 그려 놓은 것 같았다.
바르톨로메 카라스코는 성당 정문 그늘의 무른 돌계단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기러첨 맨발에 꾀죄죄한 옷을 걸친 아이들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놀리 위해 마을 광장에 모여 있었다. 바르톨로메는 멍하니 손가락으로 모랫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후안도 동냥하는 불구 아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왜 바르톨로메를 데려오지 않으려고 했는지 알겠지?"
후안은 이렇게 툭 내뱉고는 이사벨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나머지 식구들도 천천히 그 뒤를 쫓아갔다. 이사벨은 광장을 떠나면서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런 고상한 아버지는 바르톨로메가 네발로 기어 다녀도 때리지 않았다. 매를 드는 쪽은 항상 어머니였다. 바르톨로로메는 어머니에게 매를 맞을 때면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곤 했다.
"넌 짐승이 아냐!"
어머니는 아들이 기어 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붙잡아성 매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야! 알겠니?"
하루 종일 작은 방에 갇혀 있으면 얼마나 외로울까? 동생에게 글을 가르치려는 것이 바르톨로메가 잘되기를 바라서라기보다는 실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호아킨은 동생을 꼭 끌어안았다.
"바르톨로메, 글을 배울 수 있는 길이 분명 있을 거야. 형이 꼭 약속할게."
안드레스가 바르톨로메의 슬픈 얼굴에 분장을 해주면서 위로조로 말했다.
"개란 충직과 용기의 상징이라는 것을 잊지 마."
바르톨로메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개가 아니었다. 개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스페인에서 가장 용감하고 충직한 개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자신은 그냥 바르톨로메이고 싶었다.
바르톨로메는 아무 생각 없이 종이를 집었다. 그러고는 펜에다 잉크를 묻혀 이렇게 썼다. '후안나 누나가 날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글씨로 이렇게 쓰고 나자 정말 누나가 자신을 도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바르톨로메는 펜을 잉크에 묻혀 다시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숨어 있던 근심과 슬픔을 솔지갛게 적고, 호아킨에게 하지 못했던 말도 글로 표현해 보았다. 이렇게 모두 털어놓고 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호아킨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가시는 것 같았다.
"왕실에는 익살꾼과 어릿광대가 있다. 익살꾼은 터무니없는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길 뿐이지만, 광대의 농담에는 뼈가 있어. 청중들의 어리석음을 꼬집고 있는 게지. 청중들은 어릿광대의 농담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깔깔거리지만, 똑똑한 청중이라면 광대가 표현하는 것이 결국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돼. 그러니까 광대는 청중들에게 거울을 보여 주며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마음껏 비웃으라고 놀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