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요요로 불어난 뱃살을 볼 때마다 외치는 말이다.
요즘 둘째가 한창 키와 몸무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녁을 먹고 체중계에 올라 어제보다 쪘다며 배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가 막힌다.
뱃살도 하나 없고 딱 보기 좋은 체형인데, 밥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면, 몰래 반주걱 더 담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은 열심히 먹어야지. 그래야 키 클 때 쑥 큰다구."
"엄마, 아니야. 요즘은 당뇨, 고혈압 약 먹는 애들도 많다니까요. 먹으면 뭐 해. 키는 안 크고 뱃살만 나오는데..."
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골고루 먹으면 괜찮다고 말해보지만 아이의 귀에 닿지 않고 공중에서 사라지고 만다.
분리수거날이 정해져 있는 아파트라, 매주 수요일이면 냄새나는 분리수거장에선 삼삼오오 모여 근황토크가 시작된다.
"민재엄마가 ㅇㅇ다이어트해서 살을 뺐대."
"호야엄마가 스피닝으로 살을 뺐다던데."
아줌마들의 다이어트 이야기는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일 정도로 심각했다.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몇 킬로를 몇 주만에 뺐는지까지 따져가며 다음 다이어트 방법으로 간주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사뭇 진지하다.
다이어트 주제로 이야기할 때는 꼭 등장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나였다. 그렇다 과거사다.
과거 셋째 낳고 15킬로를 뺐고 넷째를 낳고 16킬로를 뺐으니 다이어트 경험담을 시작하면, 할 말이 백만 스무 두 개쯤 된다.
고무줄 같은 내 몸을 옆에서 본 그녀들은 또다시 예전의 내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며 "진짜 못 알아봤다니까요."라는 말로 운을 뗀다.
그땐 너무 날씬해서 "어머 이게 누구야~~" 했지만 지금은 "딱 ㅇㅇ이 엄마~~"하게 된다는 말은 듣고 또 듣는 돌림노래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면 배시시 웃으면서 "다이어트하면 뭐 해요. 다시 이렇게 찌는걸.." 하며 사람 좋은 얼굴로 리액션을 하는 날도 있고, '에잇. 다시 빼고 만다. 어휴~' 하며 요요로 늘어난 뱃살을 매만지기도 했다.
너털웃음으로 다시 쪄버린 몸을 모른 척하기엔, 옷장 속에 차곡차곡 보관된 스키니진을 볼 때마다 미련을 확인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이 있으니, 다시 시작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래서 더욱 시작이 어렵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한다.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는지 이미 겪어봤으니, 시작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는 것이 다이어트를 내일로 미루는 이유랄까.
'다시 빼서 입어야지.' 하는 다짐을 아침마다 하지만, 저녁엔 매콤 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치킨을 시킬까, 후라이드를 시킬까 고민하고 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외치며, 맥주캔을 딴다.
아침에 한 다짐을 또다시 내일로 미루고 뼈까지 씹어먹을 정도로 야무지게 살 발라먹는 저녁.
"맥주를 한 캔 더 마셔? 말어?"
다이어트 참 잘~도 하겠다. 허허. 너털웃음으로 민망함을 덮어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