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톰필립스
그만 반복할 때도 되지 않았나
자기 전에 애꿎은 이불을 발로 차며 비명을 지르는 분, 대낮에도 불현듯 과거의 내가 떠올라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나는 왜 이따위인가 자책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나만 모자란 건 아닌가 보다 하는 안도감과, 그래도 내가 이 책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머저리는 아니라는 사실에 구원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실수를 평생에 거처 반복할 것이고 무의미한 발차기는 멈출 줄 모를 테니까.
살다 보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누구나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며 산다. 우리는 결국 이성적 인척 하는 원숭이 아닌가. 불완전하고 미숙하며 누구에게나 상처를 주고 또 실수를 한다. 그건 그 인간이 특별한 머저리라기보다는 인간이란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제목대로 역사 속에서 인간이 벌인 다양한 뻘짓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해 놓은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역사적 진실을 들어 인류사에 획을 긋는 중대한 일도 때론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과, 그저 모자란 인간의 말도 안 되는 실수가 세상에 미치는 파장을 보여준다. 세계사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인간의 뻘짓이 조화를 이뤄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분류하자면 역사서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쉽고 재치 있는 문장들 덕에 진입장벽 없이 읽을 수 있다. 역사 속의 사례를 통해 뭔가를 배워보자는 게 궁극적인 이 책의 목표일지도 모르겠으나 저자가 이 책에서 내내 증명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과거의 실수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때론 그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멍청한 실수를 더 크게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나름 의미 있는 것은 인간이 그런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우리의 불완전을 인정하는 것, 우리는 언제나 실수할 수 있고 조금만 방심하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는 일 바로 그 자체에서 시작해보자.
전쟁에 수반되는 그 난리 법석과 폐쇄적 사고와 마초적 뻘짓을 보면 인류가 얼마나 다방면으로 망하는 재주를 타고났는지 잘 알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인간은 그 수많은 전쟁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지금까지도 미친 전쟁을 일으키는 존재다. 심지어 핵과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외교란 한마디로 대규모 인간 집단끼리 서로 개자식처럼 굴지 않는 기술이다
그 기술을 아직까지 익히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미래는 생각보다 더 비관적일지도 모른다. 이미 코 앞으로 다가온 듯 보이는 환경재앙과,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의 일처럼 여겨지던 주변국의 전쟁을 보라. 풍요로운 세상에서 모든 것을 누리며 자랄 것만 같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어쩌면 실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인간의 그 인간적인 특성들로 인해 불운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위험과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미래를 좀 더 낙관적으로 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그 모든 역사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과거보다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는 어쨌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는 존재고, 과거의 실수를 천오백 번쯤 반복한 좀 다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사는 세상에는 적어도 전두환은 없으니까. 심지어 푸틴과 트럼프와 뭐 그런 인간들도 없겠지. 인간이 불사의 존재가 아니라는 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모른다. 비록 비슷하거나 업그레이드된 인간들이 다시 나타난다 할지라도 천육백 번째에는 그들을 극복해낼 힘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건 나의 희망사항이자 (내가 이 책을 잘 이해한 게 맞다면) 저자의 희망사항이자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희망은 희망 나름대로의 힘이 있을 테니 다들 힘들 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