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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밋 Aug 07. 2024

퇴고, 퇴고, 또 퇴고

<도대체 난 뭘 좋아해> 비하인드 스토리

글을 쓰면서 퇴고의 즐거움을 알았다. 희한하게 글을 다시 읽어볼 때마다 수정할 거리가 생겨서 신기했다. 중복되는 단어를 고치고, 글의 순서를 바꿔보고, 과감하게 한 문단을 삭제하기도 했다. 퇴고를 하면서 점점 좋아지는 글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도대체 난 뭘 좋아해> 125쪽


이 문단을 쓸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퇴고가 얼마나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일인지.





첫 퇴고는 가볍게

처음엔 부담 없이 퇴고를 시작했다. 이미 글은 다 썼고,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만 고치면 되니까. 게다가 퇴고하는 걸 좋아하니까 어려울 게 없었다. 우선 글을 맞춤법 검사기로 한 번 더 확인했다. 맞춤법 검사기마다 고쳐주는 문장이 달라서 브런치 스토리 에디터에서 자체적으로 맞춤법 검사할 때보다 고쳐야 할 문장이 많았다.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고친 문장이 어딘가 이상할 땐 국어사전 예문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문장을 추가로 더할 일은 없었고, 주로 문장을 덜어내는 데 집중했다. 비슷한 표현을 중복해서 썼거나 굳이 없어도 될 문장과 단어, 접속사를 지웠다. 지울수록 문장이 간결해지고, 정확해졌으며, 무엇보다 속이 다 시원했다. 읽다 보니 외래어를 남발해서 놀랐는데 최대한 우리말로 바꿨다. 누가 보면 나 외국인인 줄.



밀리로드 연재

글 20개를 다시 처음부터 퇴고하면서 겸사겸사 밀리의 서재에서 진행하는 월간 밀리로드에 참여해 글을 연재했다. 독립출판 전에 브런치스토리 외에 다른 플랫폼에서 글 홍보도 하고, 매월 이달의 작품을 선정해 창작지원금도 준다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연재하면서 회차가 뒤로 갈수록 조회수가 낮아져서 의기소침할 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글을 어떻게 재밌게, 잘 쓸 수 있겠어?’라며 꿋꿋이 끝까지 연재했다. 그리고 연재 최근 글이 목록 맨 위에 뜨지 않고 맨 아래에 뜨게끔 화면을 설계한 밀리의 서재를 탓했다. 간간이 올라오는 독자의 따뜻한 댓글도 연재하는 데 힘이 되었다. 


꾸준히 연재했더니 연재 중간에 밀리의 서재 메인에 오른 적도 있었다. 연재하러 밀리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낯익은 표지가 있었는데 내 글이었다. 기분 좋아서 개인 소장용으로 바로 캡처해 두었다.   

밀리의 서재 메인에 올랐다!


이어서 4월 월간 밀리로드 베스트 에피소드에 당선되었다! 마음속으로 '당선됐으면 좋겠다' 생각은 했지만 진짜 될 줄 몰랐다(내심 발표일을 기다리긴 했음). 3월까지는 당선작을 따로 모아서 공지에 올려줬었는데, 4월부터는 개인 알림으로 바뀌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밀리로드에 올린 글은 브런치처럼 일부 회차만 공개할 수가 없어서 독립출판하면서 전부 비공개로 바꿨다. 

밀리로드 당선 알림


왜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는 건데

밀리로드에 연재하면서 퇴고했으니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뭐지? 분명 퇴고 했는데 또 퇴고할 문장이 눈에 보였다. 거슬렸던 부분을 고치고 나서 '혹시 뒤에도 똑같이 썼나?' 싶어서 찾아보면 어김없이 고칠 것들이 수두룩했다. 버릇처럼 같은 표현을 뒤에도 반복해서 고칠 부분 하나를 발견하면 뒤에도 확인해야만 했다. 


앞서 퇴고하면서 발견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하지만'을 너무 많이 쓴 것이었다. 하지만이 없으면 글을 못 쓰는 사람처럼 하지만이 여기저기 가득했다. 하지만이 없어도 충분한 문장이 많아서 대부분 지우거나 다른 표현으로 수정했다. 왜 하지만을 많이 썼을지 되짚어 보면 가장 큰 이유는 문장이 길어지지 않도록 신경 썼더니 앞 문장을 설명하면서 하지만을 버릇처럼 자주 썼다. 또한 반대 의견을 먼저 언급하고 반박하는 문장을 많이 써서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려 했다. 결국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 나온 버릇이었다.   






퇴고를 하다 하다 지쳐 겨우 중단하고 인쇄소에 보내버렸다. 이러다 영원히 퇴고 지옥에 갇힐 것 같아서. 독립출판을 마친 시점에서 다시 생각했을 때 퇴고는 즐기면서 하는 영역이 아닌 같다. 그래도 여전히 퇴고가 좋냐고 스스로 묻는다면, 음... 나는 퇴고가 좋...다...(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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