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하여...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다지만, 나는 그러한 욕구가 더 강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두 번을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고 세 번째에 합격해서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벌써 2년 전 일이다.
그리고 한 1년 정도 글을 열심히 썼던 거 같다.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공유도 되고, 잘 읽었다고 연락도 왔다. 여기까지 내 열일곱 살의 글이었다.
그리고 열여덟이 되던 해부턴 글을 쓰는 게 조금 뜸해졌다. 열아홉이 되어선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는 취미가 시작된 건 올해 여름쯤이었나. 한창 입시를 할 때였고 가장 불안한 시기였다.
그때부터 나는 잠들기 전 나의 불안한 감정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감정을 글로써 정리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은 괜찮아졌다. 불안이 확신이 되기도 하고... 결국 내일의 액션 플랜이 명확해지기도 한다.
인사이드 아웃 2엔 불안이가 나온다. anxiety라는 녀석인데, 참 좋은 영화의 유일한 흠은 이 불안이가 부정적인 감정으로 묘사된다는 거다. 이런 불안한 감정이 합쳐져서 주인공의 자아가 된다는 부분만이 유일하게 그나마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이다.
나는 현대인이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서점을 갔는데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써진 글이 수백 개가 있었다. 얼마나 사람들이 불안에 관심이 많은지 알게 해 준다. 가히 불안의 시대라고 할만하다.
anxiety의 어원은 속박하다는 라틴어 angh에서 왔다고 한다. 불안은 우리를 속박하고 가둔다. 그러나 이 속박이 때론 좋은 의사 결정을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예측하는 능력이다. 예측하는 힘, 그리고 불안의 힘이 없었다면 인류는 여기까지 발전할 수 없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불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나도 불안의 힘을 이용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