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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화 Dec 08. 2021

영화. 영화. 영화

영어를 잘 못한다. 아빠가 그랬다. 우리 집안은 언어적 재능이 있는데, 나는 아빠 쪽 피를 물려받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거라고 부인했지만 해외에 살면서도 영어는 아직 한참 부족하고, 불어는 아직도 갓난아기 수준이니, 아빠 말이 옳은 것 같다. 특히나 난 듣기 영역이 부족한데, 한 문장 내에 주어와 목적어에 관계대명사가 주르르 달린 문장을 듣고 있으면 말의 핵심을 파악 못하는 경우가 많고 명사를 잘 못 외다 보니, 어휘력이 떨어져 더욱더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길게 말하길 좋아하는 독일어권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때 엄청나게 긴장을 한다. 그들은 정말 문어체도 너무너무 길다. 그들은 긴 문장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영어도 불어도  못하니까, 프랑스에 사는 동안 영화관에 거의  갔다. 줄거리도 이해  하고 화려한 화면만 보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으니까. 영화관 근처로 이사를 간 후, 한번 용기를  영화를 봤다. 사랑이 주제였고, 일상생활의 이야기니까 대사를  세세히 이해할  없어도 따라갈  었다.    베를린 영화제에 갔을 , 그냥 보고 싶은 영화 있음   골랐다. 영어 실력 때문에 이왕이면 영어 자막이 깔린 영화, 그리고 일상생활을 그린 영화 중심으로 고르긴 했지만.


당연히 대사를 다 이해 못 했다. 특히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눌 땐 더더욱.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한 컷 한 컷 보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대사를 이해 못 할 때면 배우들 표정만 봤다. 그런데 L'ANIMALE를 연출한 감독이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말한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영화 마지막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일부러 영어 자막을 넣지 않았지요. 배우들의 감정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꼈으면 했어요.‘


나는 영화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생각 외로 우린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곤 하니까.  영화제가 나를 조금  용감하게 줬다. 말을  해도 다른 요소들이 이야기를 전달해줄  있을 테니까. 이젠 세계 어디서든 영화를   있을  같다. 이해할  있는 만큼 모르면 모르는 대로 영화를 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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