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웰니스 2030을 상상하다

by 히하호

시니어 웰니스, 나와 가까워진 이야기


솔직히 말하면, 저는 30대 중반으로 시니어 산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시니어 재가요양 스타트업의 사업 컨설팅 의뢰를 받고 관련 분야를 살펴보면서, 주변 풍경이 완전히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옷가게, 음식점, 네일샵, 병원 등이 어우러져 있던 거리가 이제는 대부분 요양병원과 요양센터로 채워져 있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정작 제 일상에 얼마나 가까운 문제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거죠.


돌이켜보니, 부모님과 시부모님, 그리고 가까운 친척분들도 모두 이제는 법적으로 ‘노인’에 속하는 연령대가 되었더군요.

이제 ‘노년의 삶’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제 가족과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NISI20240110_0001456115_web.jpg 2024년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넘어서다


돌봄에서 웰니스로, 시선의 전환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건강검진센터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국가 건강검진만 받으시던 부모님께 정밀 검진을 권했거든요.

검진 결과, 몇 가지 추적관찰이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어 대학병원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고 계십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 ‘노화’와 ‘시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지,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노화와 시간은 피할 수 없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둘째, 병원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모두가 각자의 삶과 사연을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보호자들까지 함께한 이 공간에서 ‘사랑과 돌봄’이라는 인간 본연의 모습도 함께 보았죠.


이 경험은 ‘고령화’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던 현실을 내 삶과 매우 밀접한 문제로 다가오게 만들었고, 동시에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새롭게 다지게 했습니다.


'존엄'이라는 무형의 가치


그럼 시니어 산업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요양병원’이나 ‘방문 요양 서비스’ 같은 돌봄 서비스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건강식, 보험, 영양제, 문화 활동, 헬스케어, IT기술 등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 넓은 산업입니다.

대부분 '생존과 건강유지'가 중심이 된 서비스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 연장된 시간 속에서

‘진짜’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제가 일을 쉬던 시기에 자주 찾아뵈었던 이모부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린다. 인생이 재미가 없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은 없었지만, 삶의 의미와 행복은 단순히 건강과 돈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은퇴 후에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한동안 은퇴생활을 즐기시다가, 이전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하셨습니다. 오후 3시에 퇴근하고 저녁에는 학교에 다니시며 만학의 길을 가고 계십니다. 오히려 직장생활보다 더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계시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일하고 배우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하십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을 통해 저는 노년의 삶도 청년이나 중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스스로 매일 새롭게 개화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요.


‘타인에 의한 돌봄’이 아니라 ‘나에 의한 웰니스’

웰니스란 개인이 삶을 존중하며 스스로 행복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시니어 산업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바로 ‘존엄’이며,

빛과 비가 식물을 피어나게 하듯, 시니어 개개인이 하루하루 꽃피우는 삶을 살게 하는 것.

‘개화하는 인생’이라는 비전을 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산업이 지향해야 할 진짜 가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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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opensurvey.co.kr/article/senior-2023-2/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존엄'


물론, 좋은 가치와 명분만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은 결국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하니까요.


처음엔 노인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자산도 적어 소비가 적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짠순이 엄마가 매월 노래 교실에 거금을 지출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시니어 웰니스 비즈니스의 핵심은 바로 이 ‘존엄’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서비스와 경험으로 구현하는 데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지만, 고객과 돌봄 제공자, 그리고 조직 전체에 스며들어야 하며, 이 가치가 체계적으로 전달되고 경제적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업기획의 출발점입니다.



사람과 삶에서 시작하는 사업기획


저는 사업기획은 ‘사람과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목적이 명확한가?

가치의 흐름이 보이는가?

시스템적 구조를 갖추었는가?

변화에 유연한가?


숫자 계산만으로 기획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 사용자, 제공자, 이해관계자등 의 삶을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저는 ‘시니어 웰니스’라는 큰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낼 것입니다.

‘존엄한 삶’과 ‘개화하는 인생’을 실현하기 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1편은 ‘왜 이 사업을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과 비전을 다뤘습니다.


2편부터는 이 비전을 구체화하는 전략과 실행 방법을 다루면서, 사람과 시장, 시스템, 수익 구조를 유기적으로 엮어나갈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존엄한 노년’은 무엇인가요?
웰니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주변의 노년층, 혹은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더 풍성한 비즈니스 상상집을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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