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Oct 26. 2024

[공간] 2편 : 건축 드로잉

건축가 김수근이 보낸 카드, 그 공간 안에서 내일을 만나다.

건축가 김수근이 종교 건축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설계한 '불광동 성당'.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먼저 이 드로잉을 잠시 1분간 구석구석 들여다봐주세요.



건축 드로잉 by 건축가 김수근



이 그림을 마주하게 된 건 16살,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언제나 거실 한 구석에 걸려있던 액자 속 드로잉인데, 어느 날 문득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매일 보아도 질리지가 않았어요. 질리기는커녕,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누구'이며, '그림이 그려내는 것은 무엇'이며, '만약 이게 건축물이라면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지', '지어졌다면 어디에 있는지' 등 계속해서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습니다.


학교 가기 전에도, 다녀오고 나서도 뚫어져라 일주일간 드로잉만 들여다보았어요.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며 말이죠. 그런 제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었던 부모님께서 그림에 담겨있는 정보를 알려주셨어요. 오른편에 버젓이 한자로 적혀있는데도 왜 읽을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요? 비스듬히 세 줄로 쓰여 있는 글자의 뜻을 함께 해석해 볼까요?



첫 번째 줄에 쓰여 있는 한자는 佛光洞聖堂 (아, 그림 속 건축물은 '불광동성당'이구나!)
두 번째 줄에는 '83 DEC. (그렇다면 이 건축 스케치는 1983년도 12월에 그려졌다는 걸 테고)
마지막으로 K. S. G. (한국인들의 전형적인 이니셜 형태로 보아 건축가 이름일 거야) 



드로잉에 쓰여있던 세 줄의 정보로 'KSG라는 이니셜을 가진 건축가가 1983년도에 스케치한 성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걸로는 그림이 가진 매력에 비해 턱도 없이 부족한 설명이었고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궁금한 것들이 머릿속을 채웠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런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럼 이거 진짜로 지어져 있어?

물론이지! 서울에 불광동이라고 있는데 거기 지어져 있어. 그래서 이름이 불광동 성당인 거야

와, 이게 진짜로 지어져 있다니... 그럼 건축가가 그린 그림이 맞겠네?

그럼~ 굉장히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고 그분이 그린 드로잉이야

누군데 그 유명한 건축가는?

건축가 김수근 씨. 한국 건축사에서 이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지

그렇게 위대한 건축가의 스케치라면, 이게 어떻게 우리 집에 있는 거야? 복사본은 아닌 것 같은데?

김수근 씨가 그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셨던 최순우 씨에게 보내는 근하신년 카드에 함께 있던 거야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우리 집에 있어? 

엄마 친구의 아버지가 최순우씨셔. 그분 돌아가시면서 유품정리하다가 맘에 들어서 선물로 받았어

아... 김수근 씨가 자기가 설계한 건축을 그려 보낼 정도면 각별한 사이었던 거네?

그렇지




이 대화를 끝으로 폭풍 검색을 시작했고, 건축가 김수근이 걸어온 발자취를 하나씩 적어 내려 가 보았습니다. 50년의 짧은 생애에 이렇게나 많은 건축물을 설계하셨다니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이었어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겠다며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건축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공간] 1편 : 건축가 김수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