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내가 2018년의 룸메이트에게]
프롤로그
흔히 X라고 하면 헤어진 연인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나에게 X는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들‘이다.
서울살이 7년 차, 곧 있으면 첫 자취를 시작한다.
어떻게 7년이나 서울에 살았는데
자취 한 번 안해봤냐고?
그동안 지역 학사 3년
학교 기숙사 2년
쉐어하우스 2년을 살았다.
7년간, 10명의 룸메이트들과 함께했다.
자고 씻고 먹는 의식주를
함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함께 문제없이 살려면 하나씩 맞춰가며 살아야 했고
결국 내 꾸며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배려하고 맞춰가고 날 것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룸메이트를 통해서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한 사람을 보내거나 떠나면,
또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게 되는 게
룸메이트는 연인과 비슷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의 내가 2018년의 룸메이트에게]
2018년, 서울에 처음 올라온 나는
3살 차이 나는 언니(S)와 함께 방을 쓰게 됐다.
당시 부모님이 함께 올라오셔서
지역 학사를 쓸고닦고 짐까지 풀어주셨다.
룸메이트 언니는 대학교 4학년으로
취준을 하고 있었다.
”우리 딸, 서울이 처음이라
S학생이 잘 좀 도와줘요 .. 잘 부탁할게요.. “
라고 부모님이 S언니한테 말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한참 중요하고 예민한 취준생 시절, 서브웨이 알바까지 하면서 ‘나 스스로도 감당’이 어려울 때
옆에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룸메이트가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언니가 처음에
학숙 구경도 시켜주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학숙 첫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기본적인 건 다 알려줬던 것 같다.
나름 언니랑 2018년 핫했던 홍대 곱창집까지 갔다.
언니랑 반년을 같이 살고,
언니는 취준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
내가 언니처럼 취준했을 때(2023년)
쉐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됐다.
그때 이제 막 대학 입학하는
20살 학생(하우스메이트)과
그 엄마가 쉐어하우스에 짐 풀러 들어왔는데
나를 보면서 2018년의 우리 부모님처럼
똑같이 말하셨다.
”우리 00이 서울 생활 처음인데…
잘 좀 부탁할게요 … 애가 처음이라“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20살 하우스 메이트가
부럽기도 하면서 이 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는 이제 이사를 해도 (기숙사에서 쉐어하우스로) 엄마 아빠가 별 연락도 없으신데,
저 20살 애기는 엄마가 와서 짐 다 풀어주고,
옆에 있어 주고 부럽다… ’
그리고 추억 속에 묻혀뒀던 S언니가 떠올랐다.
그때 S언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누굴 챙긴다는 게 쉬운일이 아니구나
특히 그렇게 취준하면서 바쁜 시기에
선뜻 꼬맹이인 나랑 홍대까지 가서 밥도 사주고..
그 마음과 베풂이 쉽게 나오는 게 아닌데…
잘 지낼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