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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 Island Jan 13. 2024

꽃이었구나!

Ep9. 장미가시와 청포도와 시인들.

비탈진 언덕 위에 청포도가 알알이 푸르게 더 푸르게, 아침 이슬에 반짝이는 포도밭 풍경도 뉴질랜드의 기억하고 싶은 중 하나이다.

단지 영화감독의 '컷'이라는 음성이 없을 뿐이지~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를 탐하는 도적들... 가지고 또 가지고!  소유의 끝판왕인 욕망의 인간들을 묘사한 영화의 배경으로 어떨까 싶다.


"한글 모음 자음 10번씩 써오면 청포도알 스티커 줄 거예요""왜 청포도야?" 한국 학교에서 선생님에게도 반말로 말하는 이민 2세대들이 궁금해하는 초록포도가 아닌 청포도.우리는 파랑과 초록 그 사이의 모든 빛깔을  푸를 청이라는 한자를 빌려와 썼다. 그래서  초록포도가 아닌 청포도가 나에게는 질문 여지 없는 당연함이다.

그러나 개판, 개자식 등등의 개를 앞글자에 부쳐 부정적 이미지의 단어들로 써왔던 나의  시대와는 다른, 이제는 개라는 접두어가 떡 상되어  개꿀, 개떡 등의  최고의 긍정적 신조어가  된 그런  MZ시대에게는 "대박~ 초록포도 개꿀이다!" 가 이 시대의 와이너리 언어일 것이다. 아마도 동물보호단체에서 학대당하는 동물들을 위해 진짜로 "개팔자를 상팔자"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 청포도 이야기로  옮겨야겠다.

여행 온 지인들과 난 와이너리를 즐겨간다. 지리적으로 일교차가 심한 뉴질랜드는 화이트 와인이 맛이 좋다. 여름이 푸르게 익어가듯 그쯤 되면 청포도도 그러하다. 포도밭을 거닐면 유유자적 구름과 벗이 되는 듯해서 좋다. 이곳 포도밭엔 예쁜 장미나무가 한 줄에 한 그루씩 꼭 심어져 있다."왜 그럴까요?" 하고 물으면 정말이지 많은 비과학적 비상식적 대답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장미의 향이 포도에 들어가 포도가  맛있어진다, 야간 서리 할때  장미의 가시에 먼저 찔려 포도를 훔칠 수 없다, 장미가시로 포도알을 쉽게 터뜨려 포도를 재미나게 먹을 수 있다, 장미꽃이 곤충들을 유혹해 포도가 생생하게 자란다. 개뿔 멋으로 그런 거 아냐 포도밭주인 맘이지...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에 아름다운 장미꽃 피어있는 이유는 장미나무가  포도밭의 건강상태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농약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포도나무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병충해이다, 때마다 다른 병충해로 여름 수확의 기쁨을 망치지 않기 위해 장미는 고마운 은인인 셈이다. 장미는 가장 병충해에 취약하기에 포도밭에 어떠한 병충해가 나타나는지 즉각적으로 말해준다. 장미꽃과 잎사귀에 병충해가 보이면, 이 병충해가 다른 포도나무로 번지기 전에 알아차려 , 포도밭 전체를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장미는 포도나무와 생존법이 비슷한 식물이기 때문에 장미가  시들시들하면 포도나무에도 뭔가 문제가 있을 것임을 알려준다. 장미향을 맡으며 자란 포도나무가 도파민을 생성해 낭만 포도송이을 낳을지도 모르겠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그 포도로 만든 와인맛에 취해서 사랑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비의 효과처럼... 장미향이 만든 와인과  결혼과 신생아 증가율을 탐구해 보아야겠다.


릴케의 시


인생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 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 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러운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는 정말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것일까? 왠지 시인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사건 같다.

그렇다. 단발머리 여고 일 학년 시절 만나보고 픈 시인란에 쓴 이름들 중 하나인 20세기 최고의 시인 릴케. 1875~1926 짧은 시절을 보낸

릴케는 백혈병을 잃고 있었고 면역성이 약한 상태에서 장미가시에 찔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장미를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그의 작품 [장미의 내부] [흰 장미][존재의 이유][작별] 등에서 장미, 꽃잎, 별을  비유해서 인생을  그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의 인생의 관한 성찰은 그의 노래에서처럼 꽃처럼 아름답고 축제와 같다. 다 같이 볼 수는 있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만물을 우리는 다 보는 게 아닌 것일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일까? 아님 본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이는 축제를 좋아했다."즐기자!"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아이가 되어 꽃잎을 뿌리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스완이의 단발머리시절에 만난 "독우회"라는 서클이 그러했다. 그곳에서 만난 릴케, 헤밍웨이, 셰익스피어, 괴테, 통스토이, 단테 그리고

윤동주 많은 꽃들과 숨 쉴 여를 없는 향연에 빠져들면서 지새운 밤들을 별들이 기억해 주리라 기대한다. 존재의 성찰을 심하게 앓았던 때에

때때로 피워준 글의 꽃들이 많은 위안이 되어었다. 그 잊을 수 없는 향기를 전달하고자 했던 미운오리의 시절... 몰랐던 백조의 고고한 자태를

꿈조차 꾸지 못했기에 미움만  많이 받는다고 착각했었더랬다. 그래서 컴컴하고 어렵다고 생각했다 인생이... 그러나

스완이의 날개가 하얗게 빛을 반사하며 호수를 내 저을 수 있는 우아한 낭만의 그날은 온다. 축제를 타는 것이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아무런 사유 없이 인생을 감옥에서 마친 백장미 윤동주시인. 어지러움 없이 은은한 향기의 백장미처럼 그의 손길의 한 음률마다 꾹꾹 그 하얀빛이 시인의 정으로  담겨 있다. 시대적 제약이 그의 꽃을 다 못다 피우게 했다는 아쉬움에  단발머리 소녀 스완 이를 잠 못 이루게 했었다.가슴에 피울 많은 꽃잎들이 꽃이 되어 피는 꿈을 하얗게 빛나는 남십자성에게 이야기 한다.

별 하나에 윤동주 님과...

백장미: 꽃말은 순수, 매력, 시작하는 사랑. 백장미는 컬러의 결에 따라서 그 빛깔의 채도와 명도가 달라 보여 매력적이다.
아침 이슬에 아스라이 핀 백장미의 착하고 여린 향내가 좋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장미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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