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e Island Oct 27. 2023

꽃이었구나!

Ep1. To be Kind

태양계 지구라는 이 푸른 별  지구촌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로나19 시대를 겪은 지구 사람들은 참으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위기속에 단결, 상부상조의 정신을 되새기며  인류가 살아서 지키기 위하여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국가들이 내세운 법칙을 지키려고 인류는 노력했다고  이 밀레니엄 시대의 역사의 한 줄로 남을 것이다. 어느 예언가의 박테리아설처럼 인류를 무참히 공격한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작은 화려한 바이러스에 당황해하고 무서워했던 지구촌 사람들......팬데믹(pandemic)이라는 낯선  단어와 락다운(Lockdown)이라는 국가봉쇄령에 얼떨떨 해하며 길게 늘어선 식료품에서 줄을 서고 제한된 양의 빵을 사야 했던 2021년 3월 나는 뉴질랜드 땅에 서  있었다. 정부는 바이러스 전염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사람들의 접촉을 제한했다. 같은 집에 거주한 사람들끼리 집주위 산책만을 허락했고, 의료, 식료품을 제외한 모든 공공시설과  편의시설들이  폐쇄되었다. 완전 자유 박탈에도 불구하고 2개월쯤 일도 안 하고 나라의 보조금으로 빈 둥 되었던 사람들에게 어쩌다 얻은 불안한 긴 휴가는 꿀통에 빠진 것처럼 달콤하기도 했다.한편으로는 인류의 멸망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의 두려움을 안고 오늘의 세계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이러스의 침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엔 어김없이 흰 양떼구름들이 줄을 지어 지나갔고 거리는 차 많이 없는 거리로 매우 쾌적했다. 뉴질랜드의 터줏대감 마오리 원주민들은 이 나라를 아오테아로아(Aotearoa) '길고 흰 구름의 나라'라고 부른다, 이 섬나라를 발견할 때 자연의 첫인상 그 자체를 꾸밈없이 표현한 뉴질랜드의 낭만적인 별명이다. 그 폭신폭신해 보이는 구름 위에서 세멍(세상을 내려보며 멍 때리기)하고  하늘도 걷고 다. 하늘을 걷는 사람들 대신 양떼구름들이 맑고 푸른 하늘을 쉬엄쉬엄 헤엄치는 한가로운 나라에서 그들은 천년을 살아왔다. 그리고 유럽, 아시아에서 사람들이  천해 자연의 파라다이스에 정착했다.

"To be Kind"는  팬데믹 때 뉴스를 장식했던  뉴질랜드 총리의 진심 어린 당부의 말이었다. 풀어 하자면 "친절하자"는 서로를 위해 상식에 어긋나는 개인행동을  하지 말자 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결국엔 그것이 "나를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사람들은 저마다  친절에 관한  많은 실천 철학들이 있다.반대 방향으로 가던 중이라도 길을 못 찾는 이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친절에서 사람들은 한결같이 친절하고  자기 스스로 보여준 친절에 뿌듯해한다. 가슴속 하루가 맑아진다.


 많은 친절 중에서 , 나는 진짜 멋진 친절을 배웠음을 자랑하고 싶다.

친절은 서로의 경계심의 공간을 인정해주고 지켜주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인정해주듯 다른 사람들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내게도 꼭 필요한 무엇을 아낌없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에겐 결핍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할지라도

친절은 살뜰히 지켜주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즐겁게 그 마음을 나누는 뿌듯함을 나의 가슴에 품는 것이다. 남는 게 하나 없고 심지어 손해가 나도 단골손님이 생기면 즐겁다. 그러면 그 샵 주인은 친절한 사람이 된다. 친절을 입은 단골은 두 손에 친구 손을 잡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그 샵의  문턱을 안 보고도 넘어 다닌다.

시간이 쫌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올 단골손님의 방문 시간이 더 길어질  예감은 커다란 장점이다.앙투와네트(Antoinette)는 꽃집 단골 마오리 친구였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 와  같은 이름이 부담스러워서 안토니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안토니는 입술과 턱에 마오리 문신 타 모코( Ta moko)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식별할 수 있는 문신으로 그녀가 다른 폴리네시아 섬나라 사람이 아닌 마오리의 후손임을 알 수 있었다. 타투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임에도 얼굴에 하는 타투는 그래도 아직은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타투 때문인지 안토니랑 말을 트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꽃병에 꽃들을 물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고르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입 주변과 턱에 하는 마오리 문신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족애를 상징한다고 안토니가 얘기해 줬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신 그 누군가를 위해서 자주 꽃집에 들렀다.

안토니는 정말 친절하고 유쾌했다. 키아오라!(Kia ora!) 이곳에선 뉴스를 시작할 때도 키아오라라는 마오리 언어로 아나운서들이 인사를 한다. 일주일의 하루는 키아오라와 함께 안토니의 카랑카랑한 말소리와 정겨운 내음이 꽃집을 유쾌하게 했다. 덩치 크고 너무나 잘 생기지 않아서 안심인 섬나라  사람들(폴리네시안 사람들)을 보면서 뭐가 저리도 신나고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웃음소리도 그들 다웠다. 안토니도 즐거운 사람 중 일인이었다. 안토니는 아프신 아주머니를 위해서 그날의 예쁜 꽃들을 작은 병에 담아 가곤 했다. 병원을 다녀와서도 꽃집에 또 들렀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작은 꽃다발을 사곤 했다. 보랏빛을 좋아한다며 아이리스 한 다발을 오늘 저녁 테이블에 어울리겠다며 향기 없는 아이리스에 코를 맡겼다. 그래서 예쁘구나 향기까지 있었음 이렇게 고운 빛이 나왔겠냐면 싱긋 웃었다.어느 날은 Bottle brush라는 빨간 꽃을 나한테 건네주면서  마오리들은 젖병을 이 꽃으로 닦는다며 꼭 믿어 달라고 했다. 하하하 빨간 솔잎처럼 생긴 모습이 영락 없이 브러시 모양이라서 믿기로 했다. 그랗게 반년이라는 만남이 지나갔고  그  아주머니의 장례식 꽃 리스을 만들면서 난 안토니와 이 아주머니의 관계가 님이라는 글자에 획 하나 더 그은 남남 이었다는 것에 놀랬다. 나는 혈연관계로 얽힌 아주머니였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와 하는 감동의 파장으로 안토니를 다시 보았다. 동네 공원에서 산책 중 쓰러지는 아주머니를 보고 병원에 같이 온 사람이 안토니였고 , 안타깝게도 가족 하나 없이 홀로였던 아주머니를 안토니가 그렇게 자주 찾아가고 꽃마음으로 그녀를 위로했던 것이었다. 안토니의 대가를 바라지 않았던 친절은 "난 친절 베푼 사람이야"라는 뿌듯함과도 다른 모던하지 않았던 시대의 몸에서  저절로 뿜어냈던 우리네 정서와 같은 "정" 이었다."정=초코파이=안토니" 이러한 코딩 시스템으로 나의 뇌 해마체는 말해준다.

12월이면 "우리 집 Bottle Brush 필요해?" 정 한가득 담은 문자가 온다.

난 안토니가 마리 앙투와네트보다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친절 사절단으로.


우리나라는 무궁화  뉴질랜드는 포후투카와(pohutukawa)
매년 끝자락 12월의 뉴질랜드에는 포후투카와(pohutukawa)가
크리스마스처럼 해변가를 붉게 물들인다.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불리는
포후투카와는 커다란 나무에서 피는 꽃이다. 마오리 전설 속의 젊은 전사 타 와키(Tawhaki)가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하늘을 오르다 지쳐 땅에 떨어져 포후투가 와 나무가 되었고, 붉은 꽃은 그의 피를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지구촌 남쪽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자연 속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여겨진다. 광섬유를 뭉쳐 놓은 듯한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다 그 꽃잎이 바닥에 떨어지면 주위를 붉게 물들이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2월부터 1월 초순까지 포후투카와의 꽃이 활짝 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