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부주(南贍部洲) 땅 끝
검은 바다 맞닿은
해연사
구천 처마 끝에 몰린
혼백들이
빈 걸음으로 당도하는 곳
겁(劫)의 전생을 모조리
쏟아내는 듯
애달픈 귀곡성 모두
타종 소리에 덮이고
염습에도 닦이지 않은
악독한 미련은
매양 꺼지지 않는
향내음에 젖어든다
정전의 보살
애염빛 띈 보살은
와상(臥像)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혼백들은 가만히 따라 눕는다
스치우는 전생
아니 이것은 현생
악몽 그러나 길몽
곧 잠꼬대처럼 눈을 비비고
문 밖 들려오는 풍경(風磬)소리
쪼개지는 일주문 너머 길
빈 품을 부서질 듯 끌어안고
떠나는 발걸음들
이것이
남섬부주 땅 끝
검은 바다 품은
해연사를 향한 보시
배웅하는 이 없이
당도하는 이들만이 있는
욕계육도(欲界六道) 제일의
슬픈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