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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Oct 29. 2023

빈 집

지난한 하루의 끝에는
예외가 없었다

여전히 살갑지 않은
현관 너머는
기억의 동토(凍土)였다

박제된 공간은
날숨만으로 쉬이 메워지곤 했다

하늘거리는 커튼자락이
애써 조응하려는
손짓 같았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문득 시한부처럼 아팠다

장례를 연습하는 것처럼
딱딱한 침대에 혼자 누웠다

다만 밤 간에 누가 나를 찾는다면
두꺼운 이불을 내어주려
구석으로 비켰다

한 자락 달빛이면 그럭저럭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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