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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형준 Apr 03. 2024

‘의료 계엄’이 필요하다고까지 생각하는 이유

-전공의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4월 1일 대통령 담화 이후,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비난이 간간 보입니다. 어느 여당 국회의원 후보는 급기야 “대통령이 탈당했으면 한다”는 극단적 발언도 했고요.(추호 취소했지요.) 물론, 대통령조차도 구걸하듯 전공의들과 대화하자고 손을 연일 내밀고 있습니다.      


한데요, 과연 대화가 안 되는 게 정부 때문일까요? 대통령의 고집 때문일까요?     


전공의들은 심지어 ‘의대생 수를 줄여야 한다’고까지 생각하는 마당인데? 의대 증원 안을 백지화하면 ‘복귀가 아닌, 대화를 고려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여론 다수가 의사를 악마처럼 보는 데 환멸을 느낀다고 주장하는데?     


다음 기사 한 번 읽어보시면 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02080200530?input=1195m     


전공의들이 ‘사실상 파업’을 한 이유가 뭘까요? 전공의들에 대한 대접이 최저 임금조차 못 돼서?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의대 증원’ 이야기가 안 나오던 때는 파업이 없었을까요?     


전공의 파업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힘든 세월을 지나면, 우리도 선배 의사들처럼 꿀을 빨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정규직 평균 연봉이 4500만 원 정도 되는 나라에서 그 6배 이상을, 그것도 정년 퇴직에 대한 부담 없이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대 증원으로 그 구도가 깨지게 된 겁니다. 꿀통이 줄어든 것이지요. 그러니 죽자사자 싸우려 드는 것이지요.      


의대 커트라인이 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이제는 더는 오를 데가 없는 데까지 오르게 된 이유도, 헬조선에서 의사들이 먹고 살기가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전공의 연봉을 7000만 원으로 한다면, 전공의들이 돌아올까요? 안 돌아옵니다. 이들은 지금 ‘미래’를 보고 싸우는 것이지, ‘현재’를 보고 싸우는 게 아니니까.     


전공의들이나 의사 집단과 대화하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무척이나 나이브한 생각입니다.      


2020년, 기껏해야 400명짜리 공공의대를 신설하자고 문재인 정부가 밝혔을 때도 의사들은 파업했습니다. 그래서 이겼지요. 그때도 문재인 정부의 불통 때문이었나요?      


전공의들이 정말로 의료 개혁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면,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의 노동과 임금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단 한 번이라도 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서 임원진은 적은 노동 시간과 고임금으로 꿀 빨아 먹고 사는데, 생산직 근로자 임금이 지나치게 낮고 노동 시간이 지나치게 높다면, 해당 기업 제품 가격을 올리고, 기업에 부과하는 각종 세금을 낮추자고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해당 기업 내부의 노동 시간과 임금 구조 조정부터 먼저 하자’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제품 가격이나 기업 세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죠.      


지금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교수 임금이나 노동 시간은 얼마인가요?      


내부적 모순에는 귀와 눈을 완전히 막고, 심지어 등 돌린 채 있었으면서,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올라서 꿀 빨며 살아야지, 생각했던 이들이 이제야 ‘의대 증원 문제’로 파업을 한다? 그래 놓고는, 우리의 파업은 ‘대한민국 의료와 환자를 위함’이라고 떠든다? 그런 사람들이 환자를 내팽개치나요?     


대화와 타협,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안 되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하나요? 역대 정부가 모두 소통 능력이 없어서, 의대 증원을 못 한 건가요?     


전쟁이 났을 때 계엄이 선포되는 이유는, 예전과 같은 민주적 방식으로는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포탄이 떨어지고 사람이 죽어가는데, 국회에서 한가하게 토론과 의결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그래서 저는 ‘의료 계엄’마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식적 차원에서 더는 대화가 안 되면서, 국민이 해를 보는 상황이기에.     


전공의가 파업해서 환자와 국민이 해를 보는데, 건강 관련 보험료는 깎아주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내가 받는 의료 서비스를 전제로, 강제로 건강 관련 보험료를 내는 것입니다. 한데, 서비스의 질이 확 떨어졌는데도 내는 돈은 같다? 국민은 의무만 있고, 권리는 전혀 없는 존재인가요?     


설령 이번 선거에서 우파가 박살이 나도, ‘의료 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법에 근거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파업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있기를 빕니다.      


전공의들이 ‘의사를 악마처럼 보는 대다수 여론에 환멸을 느낀다’면, 파업하지 말고 의사증을 반납한 뒤, 법적 처벌을 받은 이후 대한의사협회장 이야기처럼 용접을 하든, 외국에 나가 살든 했으면 합니다. 머리 좋은 분들이니, 뭔들 못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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