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함의 연속인 요즘
아침 일찍 출근길을 나섰다.
아이들과 한 약속 때문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체육선생님이 아침시간 아이들과 진행하는
체력 단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하였던 참이었다.
이불에서 한참을 뒤척이다
그저 그런 하루를 맞이하긴 싫어
부단히 몸을 움직였다.
학교에 도착하니
운동하러 나온 친구들이
나무그늘 아래 모여 있었다.
그중 여학생 세명을 제외하고는
다 남학생이었는데,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이제 막 헬스를 시작한 헬린이인 나는
성장기의 에너지 넘치는 10대들 사이에서
상체 운동을 시작했다.
주로 팔 굽혀 펴기와 턱걸이였는데
형편없는 내 운동 실력은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좋았다.
운동장에서 같이 운동하고 있는
여 선생님을 낯설어하는 건 잠시,
순식간에 입장이 바뀌었다.
제대로 하라고 타박을 주지 않나,
3초는 버텨야 한다고 하질 않나.
교실 밖은 정글이었다.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만성질환과
나약한 체력으로 고통받았던 나는,
이런 굴욕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운동이 끝난 후에는
준비해 온 음료를 건네며
“헬린이 잘 부탁한다 “고 하며 싱긋 웃었다.
삶이 팍팍하여
자주 이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기도 하지만
그 속에 재미 하나 찾아 끄적이니 웬걸,
무기력감이 웬 말이냐.
마음을 다독이는 일은
여기서부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