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롱언니 Feb 20. 2024

12. 건강검진은 선택 아닌 필수

재롱의 건강을 안일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당연히 재롱이 어렸을 때. 아무거나 잘 먹고 가리는 것도 없고, 배변도 놀이도 활발할 때. 

강아지 나이 7-8살 정도가 되면 노견이라고 한다. 

재롱은 9살이 되던 해에 자궁축농증과 복막염으로 몇 달을 고생했다. 그 전까지는 재롱의 나이가 노견에 들어섰다는 걸 생각도 못했고, 안했다. 재롱이 아프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재롱은 꽤나 심각한 상태였기에 병원에서도 위험하다고 얘기했기에, 재롱이 살기만 한다면 앞으로 꾸준히 건강검진을 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정말 기적처럼 재롱은 건강을 말끔히 회복했다. 재롱이 말하는 것 같았다. 


“재롱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


병원에서 입퇴원과 수술을 반복하며 건강검진에 해당되는 검사들은 지겹도록 반복했다. 그래서 얼마간은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재롱 병원비로 다 뱉어낸 나는 일자리도 구했고 근처에 정착할 24시 동물병원도 열심히 서치했다. 24시여야 하는 이유는 재롱이 노견에 들어선 나이였기에 주말이나 야간에도 유선 상담, 또는 응급 진료가 가능해야 했기 때문이다. 막상 급한 일이 닥쳐 바로 24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처음 가는 병원이라면 검진 기록도, 재롱의 그 외 정보도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내원하는 24시간 병원이 있어야 했다.


재롱과 꾸준히 검진을 받으러 3~6개월마다 병원을 다녔다. 병원에서는 노견이라고 하더라도 이상 증세나 질병이 없다면 6~8개월 마다 검진을 해줘도 된다고 했다. 재롱은 자궁 축농증을 앓은 적이 있고, 재롱에게 발동한 나의 건강염려증 때문에 보통은 3~5개월 사이로 병원을 다녔다. 


재롱과 병원을 다니며 문득 생각해봤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함께 살았던 강아지들은 건강검진을 했었던가? 할머니가 나 몰~래 다녀왔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음에 수렴했다. 

그러니 지금껏 떠나보냈던 동물 가족들은 갈 때가 되어 떠났던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롱을 안고 병원을 나오며 그간 함께했던 그들에게 괜스레 미안함이 들었다. 그들에게 못해준 것들보다 더 많이 재롱에게 해주겠노라 다짐했다.


재롱이 길어야 6개월 살 수 있다는 희귀병에 걸려도 3년은 더 살았던 것도, 건강검진을 꾸준히 하며 팔로잉 한 게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11. 재롱과 함께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