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재롱은 시간이 지나고 차차 회복했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하루에 먹는 양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대로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질 것만 같았다. 재롱은 입맛을 되찾았고 동시에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재롱의 저혈당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검사하고 짐작한 바로는 보이지 않는 종양이 남아있어 그럴 거라고 했다. 속상했지만 그 이후로도 열심히 재롱의 저혈당을 케어해줬고, 언뜻 보면 하나도 아프지 않은 아이처럼 재롱은 재롱의 시간을 무럭무럭 살아냈다. 순간순간이 감사한 날들이었다.
그렇게 1년 5개월 가량의 시간동안 우리 곁을 지켜줬다.
2023년 3월, 재롱은 떠나기 2-3주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나이가 들기도 했고 질병을 앓고 있어 가끔 밥을 거른다거나 하는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된 적은 수술같은 이슈가 있었던 때 빼고는 처음이었다. 꾸준히 검진도 했기에 어떤 문제가 생겨 재롱의 컨디션이 안 좋아졌을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다.
원장님과 계속 통화도 하고 중간중간 수액도 맞고, 검사도 했지만 별다른 큰 문제는 없었기에 재롱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공격적으로 처치하지는 않기로 했다. 아마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재롱의 컨디션 난조로 예약해둔 미용을 계속 미뤘다. 그러다가 어느 주말에는 대학때문에 타지에 사는 동생이 왔다. 같이 산책도 하고, 벚꽃도 보고, 간식도 잘 먹길래 이때다 싶어 후다닥 미용을 예약했다. 그게 재롱이 떠나기 전날, 일요일이었다.
제법 멋진 강아지로 털 정리도 하고, 향기로운 샴푸로 목욕도 헀다. 그리고 다음 날, 재롱은 우리 곁을 떠났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전날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뛰어다니던 나의 강아지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나갔다는 게.
사람에게는 갑자기, 이겠지만 재롱은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쁘게 가려고, 동생과 산책을 하려고 마지막 힘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저녁까지도 재롱의 컨디션은 회복되는 듯 보였다. 저녁과 약도 잘 먹었다. 월요일 아침에는 지난 며칠 간 그랬던 것처럼 사료를 먹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 계속 작은 방의 구석으로 가 숨고, 경련을 끝도 없이 일으켰다. 재롱의 경련은 주로 혈당때문이어서 이럴 때 꿀을 입에 넣어줬는데, 이 날은 꿀을 들이 붓다시피 해도 재롱의 상태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말 곧 숨이 끊길 것처럼 힘겨워했고, 숨도 중간중간 안 쉬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재롱을 안고 울었다. 나도 출근 준비를 하다 말고 직장에 출근이 어려울 것 같다 연락을 하고, 병원과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재롱이 점점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아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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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재롱이 떠난 지 1년 되는 때여서 그런지,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몇 번을 쓰고 지우다가 겨우 2주 만에 글 한 편을 완성했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