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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롱언니 Apr 24. 2024

18. 장례식장 (5)


태어나서 장례식장은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가봤다.

장례를 직접 치루는 건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나는 어리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내 인생 첫 친구, 지금까지도 가장 친한 친구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크면서 깨달았다. 그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지금도 내 안에 짙게 남아있는 아픔이다.


사흘간 재롱이 떠난 재롱의 몸과 함께하면서 울다가, 웃다가, 체념하다가, 다행이다 싶다가, 죽을 것 같다가 온갖 감정을 마주했다.

재롱은 이제 아프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다행스럽기도 했다. 한편, 이제 내가 살아서는 재롱의 이 부드러운 털을 만질 수도, 귀를 찢을 것 같이 우렁차게 짖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딱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재롱과 매일같이 산책하던 길을 홀로 걸을 생각을 하면 하루에 수십번도 무너져내렸다.


재롱의 장례가 시작되면 더 나올 눈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눈물이 나왔다. 세상이 무너져내린 것처럼, 깊은 슬픔에 빠졌다. 


미리 준비한 재롱의 사진이 벽을 채울만큼 크게 나왔다. 챙겨간 재롱의 간식과 애착 장난감도 같이 놔주었다.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무지개다리 너머 강아지별에 가면 가방을 맨 강아지들과, 그렇지 않은 강아지들이 있다고 한다. 가방을 맨 강아지들은 보호자들과 함께 있다 온 강아지들이고, 그렇지 않은 강아지들은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유기되어 삶을 마감한 아이들이라고.

가방 가득 간식과 장난감을 챙겨온 강아지들이 빈 몸으로 온 강아지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논다는 이야기말이다.

재롱은 나를 닮아 소극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서, 간식으로라도 장난감으로라도 다른 강아지들의 환심을 사서 인기쟁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롱은 낯선 길과 공간을 두려워해서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재롱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거니, 부디 안전하게 돌아가길. 좋아하는 흙도 가득 밟고, 싱그러운 꽃냄새도 맡고, 싱그러운 바람도 느끼며 여기서보다도 더욱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재롱의 모든 장례절차가 끝났다. 큼직하고 든든했던 우리 돼지강아지가 한 줌도 안 되어 돌아왔다. 우리는 재롱을 유골함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서 화분 옆,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재롱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재롱의 사진을 두고 가끔 맛있는 게 있으면 한 조각 잘라놔주기도 하면서. 외출했다 돌아오면 재롱 언니 왔어 ~ 하고 들여다 본다. 재롱의 꼬리가 훵훵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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