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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롱언니 Jul 30. 2024

19. 사망신고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동물 등록을 해야한다. 사람이 출생신고를 하면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처럼 나의 사랑스러운 동물에게도 ‘동물등록번호’가 부여된다.


재롱은 우리집에 오자마자 귓병을 호되게 앓느라 병원에 다닐 때 원장님의 추천으로 등록하게 되었다. 그 때는 바야흐로 2009년, 지금처럼 반려동물 등록이 의무화되지 않았을 때다. 

지금이야 반려동물 등록이 의무화됐다고 하긴 하지만, 병원도 데리고 가지 않고 집에서만 방치해 키우는 동물들은 등록이 됐는지 뭔지 누가 유기한다고 해도 모를 정도니까 말이다.

(혹여나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면 꼭 지금 당장 등록을 했으면 좋겠다. 만약 나의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렸을 때 찾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올라가니까 말이다.)


재롱의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고 나오면서, 담당 장의사께서 장례 신고서같은 문서를 하나 주셨다. 3개월 안에 꼭 신고를 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낼 거라는 말과 함께.

우리 가족에게는 장례 절차도 너무 힘들었다. 재롱은 떠났어도 함께하는 사흘 동안 육체는 곁에 있었기에 실감이 날 듯 나지 않았다. 특히 나는 그 사흘 동안 재롱 옆에 제일 많이 붙어있었으니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장례가 완전히 끝나고 나니 허망함 뿐이었다. 그냥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재롱이 담긴 유골함을 안고 집에 가는 길에 재롱은 어디로 갔을까, 잘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문인지 하늘에 드문드문 흘러가는 구름이 재롱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구름 사이에 재롱이 지나다닐 것 같기도 한 요상한 기분으로 집에 도착했다. 


마침내 재롱의 사망신고를 해야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그 단어의 무게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조금씩 남은 치약이 아까워 끝까지 쥐어 짜 쓰듯이, 구멍날 것 같은 양말이 아까워 결국 발가락이 튀어나올 때까지 신듯이 나는 꼭 3개월을 채우던 날, 재롱의 사망신고를 했다.


신고 전에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재롱의 동물등록증도 저장해뒀다. 막상 할 땐 별거 아닌 걸 왜 지금까지 미뤄왔나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니 이건 장례식장에서 나올 때와 또 다른 기분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픈 기분, 모두가 우리 재롱은 이제 이 지구에 없다고 다른 별로 갔다고 인정해버린 느낌이었다.


무지개별 강아지나라에서 천사등록 하고 멋진 강아지가 되어 나중에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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