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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롱언니 Aug 14. 2024

21. 이제는 괜찮아?

재롱이 떠나고 3개월 가량은 시도때도 없이 울었다. 아닌가 4개월을 그렇게 보냈나, 5개월이었나. 

정말 시도때도 없었다. 집에 들어서면서 재롱이 나오지 않아 울고, 운전을 하다 재롱의 병원을 지나가며 울고, 재롱의 미용실에 인사 차 들렀다가 재롱이 지독하게 보고 싶어 울고, 집에 가도 재롱이 없을 거란 사실에 길을 걷다가도 울고, 재롱의 옷에서 재롱의 냄새가 나서 울고, 재롱과 산책하던 길을 지날 때도 울고, 밥을 먹다가 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났다.


어떤 날에는 웃다가도 눈물이 났다. 너-무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도 볼 수 없으니까. 만지고 안을 수 없으니까 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8개월 가량 지나고, 해가 바뀌니 재롱의 사진과 영상도 자주 들여다 보고 재롱의 이름도 자주 불렀다. 그 사이에는 눈물보다 웃음이 더 잦아졌다.


이제는 괜찮아? 하고 묻는다면 속 시원하게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생의 보물을 먼저 보냈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도 괜찮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받아들이고, 재롱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재롱이 행복하기만 한다면, 그게 괜찮은 거 아닐까.


재롱의 영상을 보고 있자면 재롱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생생하다. 재롱과 잠시 헤어지게 된 건 시도때도 없이 가슴께를 퍽퍽 칠만큼 슬프고 아리지만, 재롱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었다. 내 인생에서 재롱과의 시간은 선물과도 같았다.


재롱 덕에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 맑고 또렷한 눈으로 주는 사랑을, 자다가도 달려나와 반겨주는 기쁜 마음을, 내 옆에서는 배를 보이며 자는 믿음을 보여주고 알려줬다. 재롱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형편없는 사람이었을 거다. 이번 생은 재롱과 함께해서 충만한 인생이었다. 


아직도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노트북 배경화면은 재롱이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재롱, 너는 진짜 멋진 강아지야. 재롱의 시간을 우리 가족과 함께해줘서 고마웠어. 강아지 별에서도 멋진 고구마 농장 주인으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줘. 언니가 너- 무 사랑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끼고 또 아껴. 이 마음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거야. 넌 정말 최고의 강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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