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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Aug 28. 2024

오인석방

불법구금

  교도관 업무 중 사고 위험성이 많아 기피하는 근무지중 하나가 수용기록이다. 수용자들의 형기계산, 입출소, 소송서류 등을 접수하고 처리하며 담당근무자들의 실수로 출소시키지 말아야 할 사람을 출소시키는 일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여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고 담당자들은 징계를 피할 수 없으며 잘못된 형기계산 등으로 출소시켜야 할 사람을 출소시키지 않으면 불법 구금이 되어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직원 인사업무가 잘못되면 어떻게든 수습이 가능하지만 수용자 신상처리가 잘못되면 수습하기가 힘들다. 현직에 있을 때 1년 넘게 수용기록 업무를 담당하다 비중이 더 크고 일거리가 많은 인사업무로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오인석방이나  불법구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퇴근해서 잠자다가도 노역수들의 형기계산이 잘못된 꿈을 꾸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노역수들의 신분카드를 일제히 점검하고 법원이나 검찰에서 보낸 영장에 기재된 구속기간을 수시로 체크하곤 하였지만 완벽하게 근무할 수는 없었다. 법원이나 검찰 직원의 실수도 교도관들이 책임지는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법원이나 검찰에서 서류가 오지 않아서 석방시키지 않았을 경우에도 교도관들이 미리 체크하여 석방서류를 보내달 라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책을 당하곤 했다.


  오인석방은 대부분 노역수들에게서 발생하는데 벌금을 일정기간 내에 내지 않으면 통상적으로 1일당 10만 원의 노역장유치집행을 하게 되는데 노역을 살다가도 벌금을 내면 출소할 수 있다. 추가형(노역 또는 징역)을 전산시스템에 미리 입력하지 않고 본형 종료일 전에 입력하는데 이를 빠뜨리면 오인석방이 되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노역장유치 집행에 대해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데 교정기관에서는 담당근무자가 징계를 피할 수 없어 잘못 출소시켰을 경우 교도관들이 노역일수에 해당하는 벌금을 대신 납부하여 징계를 피해 가는 사례도 있다. 수용기록업무를 오래 담당했던 선배직원 한분이 고향인 경남 지역 T구치소에 근무하다 왔는데 수용기록 업무를 다시 할 생각이 없냐? 고 물어보자 T구치소에서 수용기록 업무 보다가 추가 노역 있는 수용자 잘못 출소시켜서 300만 원 물어주고 왔다는 얘기를 하며 수용기록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얘기를 하였다.


  내가 수용기록 업무를 담당할 때에도 300만 원 추가 노역이 있는 수용자를 잘못 내보낸 적이 있는데 과 회식이 있는 날이라 서류를 모두 점검하고 6시에 퇴근하여 회식장소로 갔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보안과 야간서무에게 출정근무자들이 야간에 가지고 온 서류를 받아와 정리하던 중 새벽에 출소한 사람의 추가 노역집행지휘서가 있었다. 출정에서 복귀한 출정서무가 야간보안서무 뒤에 서류를 놓고 갔고 야간보안서무는 서류를 자세히 보지 않고 다음날 아침에 수용기록에 인계했는데 하필이면 새벽에 출소한 사람의 추가노역집행지휘서였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추가노역집행지휘서는 검찰직원이 주간에 팩스로 미리 보내고 원본은 출정 편으로 보냈는데 그날은 검찰 담당직원이 쉬는 날이라 주간에 팩스로 보내지 않았고 업무대행하는 직원이 원본만 출정 편에 보낸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오인석방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아찔한 생각이 들며 본부에 정보보고 하면 100% 징계인데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검찰 노역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노역집행할 사람이 새벽에 출소하게 된 상황을 설명해 주며 징계를 피하기 위해 본부에 보고하지 않고 300만 원을 대신 내줘야겠다는 말을 하자 검찰 직원이 "교위님!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노역장집행지휘서 원본 출정 편으로 보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300만 원 안내도 되냐? 고 물어보자 "다시 잡아들이면 돼요. 그동안 교위님이 도와주신 게 많은데 이번엔 제가 도와드려야죠"라고 말하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잘 넘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검찰직원에게 많은 도움을 준건 사실이었다. 나는 형기종료 출소자에 대해 형사사법시스템을 검색하여 추가 노역건이 있음에도 검찰에서 노역집행지휘서가 오지 않은 것을 찾아내어 알려준 건이 십여 건 되었고 불법구금을 막은 적도 있었다.


  출소가 며칠남지 않은 수용자에 대해 검찰에서 노역집행지휘서가 와서 수용기록 후배직원이 확인을 받으러 갔는데 수용자가 전에 집행받았던 건이라고 말하며 사인을 했다며 "진짜로 집행받은 거였으면 사인 안 했을 건데 그냥 한번 해본 말 같아요."라고 말하기에 수용자가 그렇게 말했으면 확인해 봐야 한다는 말을 하며 교정정보시스템에서 해당 수용자의 수용이력과 사건번호 등을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수용자 말대로 몇 년 전에 교도소에 수용되어 집행받은 건이었다. 검찰직원에게 설명해 주자 확인해 보더니 큰일 날 뻔했다며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그렇게 쌓아온 관계로 인하여 오인석방으로 처리될뻔했던 사건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처리될 수 있는 일들이 교도소에서는 큰일이 난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고 교도관들은 징계를 받는 현실을 느끼게 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검찰 직원들이 저녁시간에 노역수들을 데리고 오면 외정문을 지나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 정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게 하곤 했는데 그날따라 수갑을 풀고 담배를 주었는지 노역수가 담배를 피우다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정문근무자가 TRS무전기로 상황을 전파하였는데 주간 근무자들이 모두 퇴근하고 야간 근무자들만 있던 시간이라 야간 근무자 몇 명이 나와 도주자를 잡으러 출동했는데 검찰직원이 태연하게 "쫓아가지 마세요. 다시 잡아오면 돼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동료들과 나는 허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없는 교정기관, 교도관과는 다른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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